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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티 Apr 29. 2024

자녀를 낳아야 할 이유,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싶다면

90년대생 엄마의 첫 육아일기

2020년대생을 키우는 1990년대생 엄마의 육아일기.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만난 우리. 너와 나. 함께한 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간다. 조금 있으면 1년이 되고 넌 돌을 맞겠지? 그때도 여전히 귀여울 너의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난다.


요즘 살아가면서 머리와 마음을 오가는 것들은 주로 나보다는 아이와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늘 뭘 먹일지, 내일 뭘 입힐지, 잠은 얼마나 잤는지 등등.. 그래도 신생아 때보다는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들이 훨씬 즐겁고 엄마로서의 내 모습에도 한층 적응이 된 모습이다. 서서히 내 삶이 엄마라는 정체성으로 물들어가는 것이 때론 신기하고 자주 신비롭다. 엄마가 되고 나서 이런 풍성한 감정들을 느끼는 것이 물론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지루한 하루하루를 보내느니 차라리 나에겐 이런 것들로 고민하는 하루가 주어지는 게 더 어울린다.


너의 존재가 나를 이토록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가다니. 너로 인해 울고 웃고 하는 모든 나날들이 소중하다. 이 와중에 남편이 아빠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도 사뭇 즐겁다. 아이에게 크게 관심이 없던 남편 같았는데도 자기 자식은 예뻐서 어쩔 줄 모른다. 넘어지면 다칠까 염려하고, 혼자 놀면 옆에 가서 같이 놀아주고 옹알이에 맞장구 쳐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밀려온다. 내가 이 모습을 보려고 아이를 낳았구나 싶을 때도 있다.


이제야 비로소 완전한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는 엄마를 찾고, 아빠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자다가도 깨서 가보고, 귀여운 아이의 웃음에 다 함께 웃고.. 이런 게 살아가는 기쁨이고 행복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낳기 전의 삶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이 삶에 완전히 적응해 버렸다.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는 것도, 일어나자마자 아이를 먹이고 기저귀를 살피는 일도, 이유식을 뚝딱 만들어내는 일도 모두 소중한 나의 일과가 되었다. 이런 삶이 내 인생에 잠깐 주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오늘도 게을리 살 수 없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 한다.


그동안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는 아이를 통해 경험하고 있다. 부모와의 관계도, 남편과의 관계도 어쩌면 조건이 0%로 작용하는 관계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이는 내가 어떠한 날에도 나를 바라보고 웃음 짓고 나를 사랑해 준다.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 하루를 살아갈 힘이 난다. 아이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은율아, 엄마가 부족하지만 앞으로 더욱 좋은 사람이 될게. 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엄마를 바라봐줘서 고마워. 엄마도 너를 조건 없는 사랑으로 품어주도록 노력할게. 온 우주만큼 사랑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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