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의 위대함
과정의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힘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이다.
뜨개질생 처음으로 독학으로 만드는 가디건. 신나서 요즘 가디건을 만들고 있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언제 완성해? 이번 겨울에는 입을 수 있어?"라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잠시 시무룩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얼마 전 읽은 마케터의 책에서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 10가지와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적어보라'는 말에 노트를 펴고 적었다. 그 중에 뜨개질도 있었는데 처음 뜨개질을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나는 손으로 꼼지락 꼼지락 만드는 걸 좋아했다. 뜨개질, 십자수, 그림 등등. 그 때부터 쭉 해온 건 아니지만 겨울이면 어김없이 한 번쯤은 뜨개질을 했다.
뜨개질을 적고 내가 이 단순 반복적인 걸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니 옛날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 단순 반복을 하면서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고 잠잠해져서' 했다면, 지금은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그 과정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는 뿌듯함에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독학으로 씨름해서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
결과도 중요하지만 내가 얼마나 과정을 즐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과정을 즐기려고 하면 태도부터 달라진다. 얼마전 퇴사하고 싶다던 동생과 한 전화 통화에서... "아는 만큼 보이는 거야"라고 한 말에 동생이 '아차' 싶었다고 했다. 모르니까 그만큼 잘 안 보여서 퇴사하고 싶었던 거구나 생각하고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해 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정말 몰라서 싫었던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일이 되었든 취미가 되었든 즐기면 결과와 상관없이 뿌듯하고 좋은 경험으로 여기게 된다는 점이다. (즐기면 대부분은 결과도 좋다). 꼭 지속해온 취미가 아니어도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게 나의 삶에 즐거움이든 안도감이든 이로운 무언가를 나에게 주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