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띠 Feb 06. 2023

너는 엄마 인생의 로또야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해 

"너는 내 인생의 로또야. 안 맞아도 너어어어~무 안 맞아." 


역시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해. 엄마가 '너는 내 인생의 로또야'까지 했을 때에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서 웃을 준비와 "사랑해"라는 말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뒷 문장을 들어보니 너무 안 맞아서 로또라니 어이가 없었다.



엄마의 올해 소원이 궁금했다. 이직 준비로 카페에 가다보니 스타벅스 다이어리 두 권이 생겼다. 당근에 하나 팔까 하다가 엄마한테 선물로 주면서 소원을 물었는데 엄마의 입에서 나온 문장은 잠시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올해는 너랑 친해지는게 소원이야."


친해지려면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대화도 많이 해야하는데 긴 시간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냥하다가도 안 맞는 부분에 짜증을 내는 일이 잦다. 그 유명한 mbti로 말하자면 나는 entj, 엄마는 enfp라 무한정으로 솟아나는 엄마의 에너지를 때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가끔은 다투다가 실소를 하기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소박한 소원이 하나 있다면 엄마와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는 거였는데.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는 아니지만 엄마 일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레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걱정됐는데 부딪히니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다행이다. 


그래도 삶은 내가 원했던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주고 있다는 사실에 또다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엄마를 만나러 갈 때 마음을 다진다. "엄마랑 자연스럽게 친해지기" 어쩐지 올해는 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빨 빠진 호랑이 할머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