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5에서 취약계층 어르신 봉사 신청했는데, 교회였던 네 번째 봉사후기
네 번째 봉사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 빵을 나누어드리는 봉사였다. "비영리 민간단체로 매주 토요일 취약계층 어르신 (200-250분)에게 무료로 빵을 나누어드릴 봉사자, 기업, 단체를 모집합니다"라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는데, 도착해보니 교회였다.
우선 나는 종교가 없으며, 평소 모든 종교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사람은 아니였다.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도착한 봉사 장소가 교회라는 것에 큰 거부감이 몰려왔다. '아씨 교회에서 하는거야? 우선 들어가보자'
봉사 장소 바로 옆에선 예배가 한창 진행중이었고, 진짜 빵 공장처럼 책상 위에 산처럼 비닐에 대충 소포장된 빵들이 쌓여있었다. 파리바게트, 파리크라상 같이 익숙한 빵집 이름들이 보였다. 대충 자세한 설명없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빵 5개 ~ 7개 정도를 중간 사이즈 봉투에 종류별로 골라 담아서 잘 묶어야 하는 일이었다. 한창 기계가 되어 초점없는 눈으로 빵을 막 골라 담고 있는데, 봉사 관리자분께서 중간중간 잔소리를 하셨다. '딱딱한 빵만 담으면 안돼~ 할머니들이 골라서 가져가', '아이고 누가 빵을 이렇게 많이 담았어 빼! 빼!'. 근데 또 목사님께서 들어오셔서는 '이건 빵을 너무 조금 담아서 다 다시 담아야겠네' 내가 담은 빵들에게 한 이야기는 아니였지만, 중간 중간 눈치를 보며 빵의 양을 조절했다. 200봉지 훨씬 넘게 작업한거 같은데? 라고 생각할 때 쯤, 빵을 모두 냉동실에 넣으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거 파리파게트 알바할 때 받아오는 푸드뱅크 빵인 것 같은데, 왜 다시 또 냉동실에 넣지? 오늘 바로 드리는거까지 안하나? 싶었지만, 우선 조용히 초점 없는 눈으로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냉동실에 빵을 다 옮겨넣고 나서, 갑자기 티타임을 가졌다. 쌍화탕, 믹스커피, 율무차... 갑자기 가진 커피 타임에 어색하게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자리에 앉았다. 앞에 계신 세 분은 많이 친해보이셨다. '계속 봉사 오시는 분들인건가?' 생각을 할 때 쯤, 어떤 다른 봉사자분께서 말을 거셨다.
"이건 그럼 이제 어르신들 집으로 나눠드리러 가나요?" 나도 딱 궁금했던 질문이었는데, 다른 봉사자분이 답해주셨다. "옆에서 예배보시는 분들이 취약계층 어르신들인데, 그 분들 곧 끝나니까 이제 가서 나눠드리고 저 자리 청소까지 하면 끝나요"
예배가 끝났다는 소식에 빵 바구니를 들고 이동했다. 한 줄에 7명씩 약 20줄은 되어보이는 공간이었다. 그 공간을 끝까지 메워서 거의 140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 줄씩 빵을 나눠드렸는데, 다들 꾹꾹 눌러담은 빵봉지를 2개씩, 건빵을 1개씩 받아가셨다. 대부분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빵 두봉지와 건빵까지 소중하게 받아가셨다. 한 줄씩 어르신들이 나가시고 나서는, 빗자루와 대걸레, 행주를 들고와서 의자 바닥을 청소했다.
예전에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에서 취약계층 어르신들 중 내가 다녀왔던 복지관이나 재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다는 내용을 봤던 기억이 있다. 이번 봉사를 하며 그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이 예배에선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런 나눔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종교의 원래 의도를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빵집에서 남은 빵이어도, 그런 빵을 나눔받아온 것이어도, 허름해보이는 공간이어도 이런 나눔을 위해 시간과 마음을 쓴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있게 느껴졌다. 조금 더 부드러운 빵을 받지 못해 아쉬워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이 나눔이 얼마나 의미있는 것은지 더 느낄 수 있었다.
아 근데 위에서 말한 친해보이신다던 봉사자분들은 교인이었다. 저분들 제외 나머지 사람들을 자꾸 1365라고 불렀다 ^^ 교인들은 일을 거의 안시키고, 1365 시키지~? 1365오라고 해요~ 이래서 나 포함 4명이 계속 불려다녔다. 그리고 봉사 마지막에 갑자기 기도를 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이건 성당에서 들어봤던거라 아닐거 같은데) 와 같은 기도를 눈을 감고 다 같이 한 5분 정도 한 거 같다. 혼자 눈을 번쩍 뜨고 어색하게 웃으며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이렇게 신념을 가진 조직만이 이렇게 조건없는 나눔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 좋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바로 위에서 이야기한 그런 경험들 때문에 딱히 교회 봉사에 다시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회관 같은 곳에서 하는 봉사가 있다면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우리 할머니가 다는데를 같이 가보자고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다. 가까운 곳은 막상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