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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Jun 16. 2024

웜톤인가, 쿨톤인가

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


'웜톤'으로 살아온 지 10년 정도 되었을까.


줄곧 갈색 머리를 유지해 오다가 뿌리 염색하는 게 점점 귀찮고 번거로워지면서

큰 맘을 먹고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검은색 머리를 하고 나서도 내가 쓰던 화장품은 똑같았다.


웜톤이었기에 핑크 계열보다는 코랄 계열의 색조가 더 잘 어울렸고,

파우치에는 피치색 블러셔, 오렌지레드 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한창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게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다니던 직장의 같은 팀 동료가 주말에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웜톤이라고 하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쿨톤 아니었어요?"


엥.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내가 쿨톤이라고?


웜톤이라는 건 그동안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진리와도 같았는데, 내가 쿨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즈음부터 늘 사용하던 화장품이 묘하게 겉돈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오렌지 컬러가 잘 어울린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에 늘 비슷한 색깔의 화장품을 구매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색조 화장품을 사는 게 어려워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바뀐 머리 색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습관처럼 쓰던 파우치를 열어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봤다.


머리가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나서

매일 쓰던 화장품에 나도 모르게 점점, 조금씩의 변화가 있긴 했다.


눈썹 색도 머리색과 맞추게 되고, 파운데이션도 한 단계 밝은 톤을 쓰고.

그러면서 늘 쓰던 색조 화장품이 조금씩 어색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나도 인지하지 못하던 스스로의 변화를 그제야 깨닫고 나니,

이후로는 색조 화장품을 선택할 때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자유로워졌다.


이전에는 망설이거나,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예 배제시켰던 제품을 한번 들여다보게 됐다.


세일 기간에는 그동안 쓰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핑크 베이스 톤의 블러셔를 샀다.

사용해 보니,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는 걸 보고 새삼 신기했다.




갈색 머리만이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검은색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 주던 사람도 많았다.


퍼스널컬러까지 영원불변인 것은 아닌가 보다.


내가 머리색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쿨톤이 잘 어울린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결국 이것 또한 직접 해봐야 아는 것 같다.


웜톤도 좋았지만, 쿨톤 계열이 잘 어울리는 내 모습도 꽤 마음에 든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한 느낌!




하지만 웜톤일 때도 쿨톤일 때도 색상 조합은 늘 어렵다... (출처 - adobe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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