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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Aug 17. 2024

잠시 다른 세상에서 사는 법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껴진다면

일상이 무료해질 때가 있다.

아니 사실은 많다.


처음엔 분명 새로웠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자연스러워지고 익숙해지면서 별 감흥이 없어진다.


늘 가던 길이 때로는 지겨워지고, 매번 지나가며 보던 신기했던 건물도 더 이상은 신기하지 않다.


사실 살다 보면 대부분이 처음엔 재미있던 것도 익숙해지면 재미가 없어지는 게 많다.

그래서 약간의 변주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따금씩 변화를 준다.


항상 걸어가던 길이 서서히 지겨워지면 경로를 살짝 틀어서 빙 돌아가기도 하고, 평소에는 잘 가지 않았던 하천길로 내려가 졸졸졸 물소리를 듣기도 한다.




나는 확실히 'S'보단 'N'인 것 같긴 한 게 종종 뜬금없는 상상을 할 때가 있다.


일상이 무료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내가 우리 동네에 잠시 들른 이방인이라고 생각해 보는 거다.


여행을 가도 시끌벅적한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는 소박한 동네를 구경하고 그 동네 주민들이 생활하는 걸 구경하는 걸 더 좋아하는지라, 이런 상상을 더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타지에서 온 다른 지역 사람인데 이 동네에 여행 와서 잠시 들렀다고 생각하면 익숙했던 마을이 갑자기 신기하게 느껴지는 거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여기서 이렇게 산책을 하는구나, 여기에 이런 마트가 있구나, 아파트 단지가 몇 군데 있고 공원이 있고, 여기는 시끌벅적하지 않아서 주거 지역으로 정말 좋겠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내가 살고 있던 곳이 새삼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뜬금없는 상상들을 하다 보면 단조롭던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된다.


여행을 가는 이유가 일상에서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 새로운 활력과 시선을 얻는 것도 있으니까.

같은 맥락에서 보면 잠깐의 여행 같은 느낌도 든다.


현실적인 이런저런 이유들로 먼 곳으로 여행을 가지 못할 때, 가끔씩 찾아오는 인생 노잼 시기에 종종 내가 써먹는 일상 탈출법이다.


그냥 지나가던 산책길도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여행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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