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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Feb 25. 2024

30년 인생 첫 홀로 해외여행 - 2. 여행하기(1)

일주일 동안 싱가포르 살아보기

여행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나는 '설렘 40% + 걱정 60%' 정도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홀로 국내 여행은 쫌쫌따리 다녀봐서인지 혼자 타지에 떨어진다는 두려움은 없었는데,

"언어가 통하지 않는" 타지는 처음이다 보니 새벽 1시에 싱가포르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갈 수 있을지가 무서우면서도 가장 걱정이 되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먼저 수속 절차를 밟았다.

9살에 가족들과 함께 중국에 다녀온 것 이후로 해외여행은 없었으니, 모든 게 생소하기만 했다.


어찌어찌 공항 체크인도 하고, 수하물도 부치고, 면세점 인도장에서 물건도 수령했다.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했는데도 '처음'해보는 일이 많아서인지 시간이 정말 후딱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비행기에 탑승했고, 6시간의 비행 끝에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 1일 차(10/11)


창이공항 도착 후, 한국과 다른 공기를 먼저 체감할 수 있었다.

새벽이었지만 습하고 더운 공기가 실내에서도 느껴졌다. 같은 비행기를 탔던 한국인 승객들과 우왕좌왕하며 입국 수속을 마치고 캐리어를 찾았다.

이제 정말 나 혼자 모든 걸 해야 한다는 게 실감 났다.


먼저 공항 내 atm을 찾았다.

싱가포르는 카드 결제 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현금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다고 했는데,

혹시 모를 상황 대비 및 이후 일정을 고려하여 현금을 미리 준비해 두자는 생각이었다.


외국 atm 앞에 마주하니 또다시 멍해졌다.

단어 몇 개로 어느 정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을 법한 영어였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막힐 때는 해결할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검색으로 싱가포르 atm 사용법을 찾았다.

블로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따라 하나씩 버튼을 눌렀고 2번의 오류를 거쳐... 드디어 50싱달(약 5만 원)을 인출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현금 인출도 하다니, 살짝 기특하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1차 관문을 통과한 나는 공항 안내판을 따라 그랩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카카오택시처럼 그랩 앱을 켜서 현재 위치와 도착할 곳을 입력하고 콜을 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새벽이라 그런지 그랩이 바로 잡히지는 않았다. 계속된 시도 끝에 그랩이 잡혔고 사진으로는 꽤 무서워 보였던 기사 분과 마주했다.(엄청 떨렸다. 영어도 잘 못하는데, 혹시라도 무서운 상황이 벌어지진 않겠지..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기사 분은 말수가 적고 친절했다. 무거운 내 캐리어도 트렁크에 직접 넣어주고 타라고 직접 안내도 해주었다.(모든 게 다 친절해 보였다.)


택시 창 밖으로 새벽의 싱가포르를 처음 마주했다. 차가 없고 조용하고, 왠지 한국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았다. 택시 안에 차량용 인형들이 있었는데, 보자마자 한국에서 아는 사람 차를 얻어 탄 것처럼 친숙한 느낌까지도 들었다. 여기도 역시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구나, 싶었달까.


친절한 기사 분이 나를 캡슐호텔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었고, 이제 숙소 체크인이라는 새로운 관문을 마주했다.


새벽 2시 반 정도였던 것 같다. 프런트에 도착하니 직원이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행히 직원 분도 친절했다. 예약을 했다고 말하고, 이름과 여권 등을 보여줬다.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가 잘 곳으로 올라갔다. 새벽이라 그런지 살짝 몽롱한 상태로 서툰 영어를 구사하며 궁금한 것도 물어봤다.

그렇게 내가 잘 곳을 안내받고,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양치만 하고 침대에 누워 가족과 친구에게 싱가포르에 잘 도착했다는 카톡을 했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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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긴장하며 아팠던 허리는 나아지고 개운해졌다. 공항 노숙을 할까, 캡슐호텔을 갈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잠깐이라도 눈을 붙인 게 신의 한 수였다.


조금 뒹굴뒹굴하다 몸을 일으켰다. 얼굴 상태를 간단히 점검한 뒤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숙소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짐은 숙소에 잠시 맡겨 두었다.


숙소를 나서 제일 먼저 먹은 점심은 '블랑코 새우국수와 라임주스'.

근처에 점심식사 할만한 곳을 검색하다가 유명한 새우국수 맛집이 있다고 하여 구글맵에 찍고 걸어갔다.

주문을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걱정했는데 이곳도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스무스하게 주문이 이루어졌다.


새우는 먹기 좋게 껍질의 반이 손질되어 나온다.


약간의 향신료 맛은 있었지만 먹을만했고 새우와 함께 나오는 돼지고기는 부드럽게 잘 뜯어졌다.

먹다 보니 확 더운 날씨가 체감이 돼서 시원한 라임주스 시키길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사람들은 응커피 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먹고 나서 근처에 '아라비카 커피'로 향했다.

라떼가 유명하다고 했으나 너무 더운 날씨 + 우유는 먹고 싶지 않은 관계로 아.아를 시켰다.

산미가 조금 있는 맛이었다.


싱가포르에서도 아랍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커피를 마시고 근처 하지레인, 술탄 모스크, 아랍 스트리트가 있다고 하여 천천히 걸으며 구경했다.

습하고 더운 날씨였기에 입고 있던 긴팔은 어깨에 둘렀다. (싱가포르 날씨는 저엉말 덥고 덥고 덥다.)


해외에 내가 이렇게 홀로 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신기한 것 투성이었다.

인도 사람들, 중국 사람들, 이색적인 풍경까지도.

확실히 한국과는 다르게 향신료 같은 냄새가 길을 거닐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졌다.



한 바퀴 돌고 난 후에 산책도 할 겸 근처 육교를 건넜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지금 이 공간에 있는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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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바퀴 산책을 하고 맡겨둔 짐을 찾아 그랩을 타고 새로운 숙소로 향했다.

싱가포르는 주요 관광지들이 몰려 있는 곳이 있는데, 나는 일부러 관광지 쪽으로는 숙소를 잡지 않았다.

중심지에서 조금은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숙소에서 본 뷰


제법 알아들은 영어로 체크인을 마치고 드디어 6박 7일 동안 묵을 숙소에 입성했다.

깔끔하고 쾌적하고 크기도 1인인 나에게 딱 맞았다.

짐을 풀고 씻은 뒤에 다시 밖을 나섰다.



바로 향한 곳은 '싱가포르 국립 도서관'.

싱가포르 여행기를 찾아보던 중 국립도서관에 갔다 온 포스팅을 보게 됐다.

여행 중에 도서관이라니 뭔가 특색 있을 것 같아서 꼭 가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는 도서관과는 다르게 훨씬 높고 큰 빌딩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부 열람실은 정말 깔끔하고 조용했다. 많은 학생들이 앉아서 노트북을 펼쳐 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을 보니 마치 랜선으로만 보던 해외 명문대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도 그림이 귀여운 책을 하나 집어서 소파처럼 생긴 좌석에 앉았다.

책을 조금 들춰보다가 갖고 온 미니수첩에 일기도 쓰며 잠시나마 학생들과 동화되어 보았다.

잠시나마 싱가포르 현지인이 된 것 같은 기분...!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해 '시티스퀘어몰'로 향했다.

싱가포르에는 쇼핑몰이 정말 많은데, 구글맵으로 숙소 가는 길에 있는 시티스퀘어몰을 발견했다.


윤기 좔좔. 또 먹고 싶다.


시티스퀘어몰 내에 있는, '딘 타이펑'을 갔다. 한국에서도 딤섬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밥을 먹고 싶었기에 갈비계란볶음밥스프라이트를 시켰다.

갈비계란볶음밥이 맛있다는 후기를 보고 시켰는데, 정말 맛있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줘야 하는 건가. 약간의 향신료 향은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라서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화방에서 친숙한 포스터물감 발견


밥을 먹고 시티스퀘어몰을 한 바퀴 돌았다. 의류, 액세서리 가게도 많았는데 내가 제일 많이 머물러 있던 곳은 미술용품을 파는 화방이었다. 물건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이런저런 미술 도구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됐다. 기념으로 스케치북을 살까 했는데 지금 쓰고 있는 것도 있고 짐이 될 것 같아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


그렇게 첫날의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1일 차 여행 한 줄 후기

- 아무런 눈치 보지 말고 일주일 동안 완전한 이방인으로 살아보자.




# 2일 차(10/12)


세세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어디를 갈지는 그날 아침에 가고 싶은 곳으로 정했다.


2일 차에는 '내셔널 갤러리'를 가보기로 했다.

그전에 '차임스'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차임스는 내가 생각했던 웅장하고 경건한 느낌의 성당이라기보다는 성당 메인 건물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인 것 같았다. 밥을 먹거나 카페를 갈 생각은 없었기에 한번 쓱 둘러보고 걸어서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내셔널 갤러리 미술관에 들어가 표를 예매하려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어리둥절했다.

마침 입장객 발권을 도와주는 도우미 분이 계셔서 파파고 번역기에 물어볼 말을 검색해 질문을 했다.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게 키오스크에서 발권을 도와주셨다.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내셔널 갤러리 입장권을 구매할 때 외국인인지 여부를 묻는 절차도 있었다.)

입장권은 표가 아니라 스티커로 발권이 되어서 옷에 부착하는 형태였다. 개인적으로는 표를 흘릴 일이 없어서 훨씬 편했다.


그렇게 한 층씩 전시관을 둘러봤다.

전시관 곳곳에 관람 시 편의를 위해 도움을 주시는 도우미 분들이 있었는데,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연령대였다. 이후에 싱가포르 어느 건물을 들어설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노인 분들이 일을 하고 계셔서 찾아보니 싱가포르에서는 노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작품들은 우리나라 미술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훨씬 다양한 작품을 구경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미술관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돌아다니느라 다리가 꽤 아팠다. 중간중간 벤치나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어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구경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예술 작품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내셔널 갤러리에 가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더운 날씨에 시원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약간 특이한 기념컷


미술관을 나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다가 싱가포르 관광 명소 중 하나인 'Old hill street police station'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경찰서인데 외관이 알록달록해서 포토 스폿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건물이 경찰서라는 게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색감 때문인지 눈이 즐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다음 이동한 곳은 경찰서 옆에 있는 '포트캐닝 공원'.

초록초록한 나무가 많은 곳을 좋아해서 공원을 거닐고 싶었기에 갔는데, 너어어무 더워서 들어갔다가 바로 나왔다. 싱가포르의 한 낮 날씨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조금만 시원했다면 천천히 돌아보았을 것 같은 도심 속 휴식처 느낌의 공원이었다. 중간에 대학생처럼 보이는 몇 명이 돗자리를 깔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다음 간 곳은 '래플스시티'라는 쇼핑몰이다.

2일 차에는 숙소에서 나올 때, 들어갈 때 빼고는 모두 도보로도 충분히 가능한 거리라서 걸어 다녔다.(덥긴 했지만...)


래플스시티는 1주일 간의 싱가포르 여행 중에 가봤던 여러 쇼핑몰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쇼핑몰이다.

쇼핑몰마다 입점해 있는 브랜드나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데 래플스시티는 고가의 브랜드보다는 적당한 가격대의 브랜드들이 많았고, 다른 쇼핑몰보다 구경하기에 편하고 쾌적했다.



래플스시티에 가서 가장 먼저 카야토스트를 먹었다.

카야토스트로 유명한 곳이 '토스트박스'와 '야쿤 카야 토스트'인데. 나는 래플스시티 지하에 있는 토스트박스에서 먹었다.


세트로 시켰는데, 가격은 SGD 6.30(한화 약 6,000원)이다.

주문할 때 달걀을 수란 또는 삶은란으로 할 건지를 물어본다. 나는 수란으로 선택했다.

카야잼이 발라진 토스트와 수란, 커피가 있는 세트가 나오는데 수란은 직접 깨서 테이블에 있는 간장을 뿌려 먹으면 된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카야토스트를 수란에 찍어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생각보다 싱가포르에서 음식이 잘 맞지 않은 편이었는데 카야토스트는 부담 없이 잘 먹을 수 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를 원했는데 그건 아니어서 커피는 좀 남기긴 했다..)


카야토스트를 먹고 쇼핑몰을 구경했다. 적당히 인지도 있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브랜드가 많아서 이것저것 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 다른 쇼핑몰에 비해서 북적거리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좋아하는 라즈베리는 사진만 찍고 안 샀다는 게 함정


지하에 있는 'CS market'에 가서 저녁과 간식거리를 샀다.

CS 마켓은 정말이지 싱가포르 여행 중 가본 마트 중에서 단연 1등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좋았다.

래플스시티를 좋아했던 이유 중에 큰 부분이 바로 이 마트였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깔끔했다.

과일이나 초밥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의 퀄리티가 좋고 상태도 신선했다.


연어초밥을 에코백에 넣어서 가지고 왔는데 다 쏠려서 복구 작업이 필요했다


나는 저녁으로 먹을 연어초밥과 콜라, 간식으로 먹을 방울토마토, 타이거 맥주, 감자칩 과자를 샀다.

숙소로 돌아와 씻은 뒤에 저녁을 먹고 간식도 해치웠다.


가고 싶은 곳 열심히 다녔던 2일 차였다.


2일 차 여행 한 줄 후기

- 혼자서도 어떻게든 잘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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