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K Mar 03. 2024

30년 인생 첫 홀로 해외여행 - 2. 여행하기(2)

일주일 동안 싱가포르 살아보기

#3일 차(10/13)


가장 기대했던 '센토사섬'에 가는 날이다.


센토사섬에 가기 위해서는 비보시티로 가야 한다고 해서 먼저 버스를 타고 비보시티로 향했다.

비보시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미스터 코코넛'에 갔다. 코코넛셰이크가 도대체 무슨 맛이길래 다들 먹어보는 건지 궁금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스템이었다. 픽업해서 모노레일을 탈 수 있는 곳으로 올라가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한 입 쭉 들이켰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 맛있고 너무 시원했다. 우유 베이스에 코코넛이 살짝 씹히는 맛이 괜찮았다. 역시 무더운 싱가포르 날씨에 시원한 음료 하나씩은 필요하다.


미스터코코넛은 싱가포르 쇼핑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셰이크를 먹고, 센토사섬으로 향하기 위해 모노레일(센토사 익스프레스)을 탔다. 

트래블로그 카드를 입구에서 찍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모노레일 입장료는 들어갈 때 한 번 지불하면 센토사섬 내에서는 추가 지불 없이 계속 타고 다닐 수 있다.



먼저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로 향했다. 나는 놀이기구를 잘 못 탈뿐더러 혼자이다 보니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장권은 예매하지 않았다. 궁금했던 기념품샵을 둘러보고 포토 스폿인 지구본 앞에서 사진만 찍고 오기로 했다.


모노레일 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는 길


평일인데도 역시 모노레일에는 사람이 많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상징인 지구본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역시나 바로 앞에 사람들이 사진 찍기 위해 많이 모여 있었다.


레고, 키세스, 허쉬 기념품샵
가장 궁금했던 귀여운 세서미 스트리트와 허쉬초콜릿 베어 기념품


놀이기구를 좋아했다면 혼자라도 가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기념품샵 구경만 해도 충분했다. 동심으로 돌아간 것처럼 각양각색 캐릭터들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기념으로 엘모, 쿠키몬스터, 버트와 어니 마그넷 3개를 샀다.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Beach station으로 향했다.

센토사섬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비치.

센토사섬 비치는 실로소비치, 팔라완비치, 탄종비치가 있다.


Beach station에 도착하면 '비치셔틀'이라고 해서 센토사섬을 수시로 가로지르는 마치 동물원 사파리 버스 같은 버스가 다닌다. 비치셔틀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비치셔틀을 타고 일단 한 바퀴 돌았다. 많은 사람들과 더운 날씨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꽤나 힘들었다. 그렇지만 화창한 날씨에 휴양지를 천천히 구경하는 느낌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비치셔틀을 한참 타고 구경하다가 아시아 최남단 전망대가 있다는 팔라완비치에서 하차했다. 

날씨는 어찌나 덥던지... 정말 땀으로 티셔츠가 다 젖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해변도 보고 곳곳에 눕거나 앉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저절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아시아 최남단 전망대로 가는 길


아시아 최남단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평선


한국에서 동해, 서해, 남해 바다까지 꽤 많은 바다를 가보았지만 한국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가 더 넓은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랄까. 한참 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너무 더워서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시원한 오렌지주스를 사 먹었다(꿀맛)


주스를 마시고 다시 천천히 실로소비치 방향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팔라완 그린'이라는 넓은 광장이 있었다. 딱 내가 원했던 탁 트이고 푸릇푸릇한 장소였기에 지나칠 수 없었다.


늦은 오후의 팔라완그린, 아기들은 만국공통 귀엽다.


광장에 그늘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고 있길래 나도 쓱 합류했다.

그늘에서 앉아서 좀 멍 때리고 싶었다.(너무너무 덥고 다리도 아팠다.)


서서히 해가 지고 바람도 솔솔 불어오는 시간이었다.

귀여운 아이들도 구경하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말 그대로 멍 때리면서 잠시 그 순간을 만끽했다.


무얼 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한 감정이 들었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도 보면서 노을도 원 없이 보면서. 여행 오길 잘했다는 걸 한번 더 진하게 느꼈던 순간이었다.


팔라완그린에서 본 해가 지는 모습


해변가에서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서 다시 걸음을 옮겨 실로소비치로 향했다.


아마 한국이라면 혼자 해변가에서 칵테일 마시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선 아무도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니까 자유롭게 내 로망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나의 로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한 모히또와 오징어링(+칠리소스)


외국에서 칵테일 마시며 노을 보는 걸 내가 한다니!


모히또와 오징어링은 굉장히 비쌌고 생각보다 맛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과 그 장소에서 혼자서 칵테일을 즐기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충만한 감정이 들었다.

내가 외국 해변에서 혼자 칵테일을 마시다니.


서서히 취해가는 만큼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행복감이 채워졌다.

노을은 또 왜 이렇게 예쁜 건지. 멋진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딸딸한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모노레일에 몸을 실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비보시티로 돌아왔다.

오징어링을 먹은 탓인지 배가 고프지 않아 저녁 식사는 하지 않고, 비보시티 지하 마트에서 슬라이스 망고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3일 차 여행 한 줄 후기

- 더 성공한 어른이 되려면 한국 돌아가서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4일 차(10/14)


4일 차 여행은 놀멍쉬멍 느낌으로 다니기로 했다.

조식을 먹고 어딜 갈지 찾아보다가, '보타닉가든과 오키드가든'이 눈에 들어왔다.


보타닉가든은 싱가포르에서 제일 오래된 정원으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촬영지라고도 한다.

드라마를 재밌게 봐서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4일 차 날씨도 역시나 덥고 쨍쨍했다. 비가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더운 게 나은 걸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무 더웠다..


버스에서 본 풍경과 보타닉가든으로 가던 중 발견한 한적한 동네 주택가


버스에서 내려 보타닉가든으로 향했다. 한낮이라 더 그랬는지 양산도 썼지만 너무 더운 건 어쩔 수 없었다.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나무가 한눈에 펼쳐졌다. 보타닉가든 자체가 너무 커서 다 둘러보지는 못할 것 같았고 나는 오키드가든(보타닉가든 내에 있음, 유료) 입장권 예매를 해놓은 상태여서 오키드가든으로 가는 길에 겸사겸사 둘러보기로 (스스로) 합의를 봤다.


원래 식물이나 숲, 나무 등 초록초록한 것들을 좋아해서 사방이 초록초록한 공간에 오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였는데 돗자리를 깔고 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여행을 하다가 이렇게 한적하고 느린 템포의 공간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화려하다


오키드가든에는 특히 사람이 더 많았는데, 알록달록한 난초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큰 이유는 '쿨하우스'라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나도 오키드가든에 더 가보고 싶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쿨하우스'였다.

너무너무 더운 야외 가든에서 유일하게 시원한 곳이기 때문이다.


오키드가든에서 미리 예매한 내역을 보여주고 입장권을 받아 들어갔고 들어가자마자 쿨하우스를 찾았다.

들어가자마자 서늘한 냉기가 감도는데, 와...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오키드가든은 각양각색 난초들이 많아서 확실히 눈호강이 되는 느낌이었다.

보타닉가든이나 오키드가든은 무언가를 구경하러 가기보다는 식물을 좋아하거나, 한적하게 걷는 걸 좋아하거나, 자연에서 힐링하고 싶을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군데군데 포토 스폿도 있는데, 나는 인적이 드문 적당한 곳에 삼각대를 세워두고 사진을 몇 방 찍었다.


내가 좋아하는 탁 트인 풍경+초록초록하고 하늘하늘한 색깔


오키드가든 구경 후, 다시 보타닉가든으로 나왔다.

들어올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커다란 광장 같은 잔디밭이 있었는데 그늘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여유를 즐기고 있는 가족들이 보였다.


나도 여행객이라 충분히 부러운 신분(?)인데도 그들을 보니 부러운 감정과 행복한 감정이 함께 느껴졌다.

이런 평화로운 광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백조의 호수라는 곳에는 실제로 백조도 볼 수 있었다. 찐 백조를 가까이서 본 게 언제 적이었나.


입장할 때 보다 나가면서 봤던 보타닉가든의 모습이 훨씬 예뻤던 것 같다.


알록달록한 닭도 봤다


워낙 관리도 잘 되어있고 예쁜 공간이 많아서인지 웨딩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주 더웠지만 힐링은 제대로 했던 보타닉가든과 오키드가든을 구경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서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카페인 '티옹바루 베이커리'에 가기로 했다.

티옹바루 베이커리는 싱가포르 내 곳곳에 있는데, 구글맵으로 보타닉가든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을 찾아서 뚜벅뚜벅 걸어갔다.


도착하니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입구에서 어떤 남자분이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는 영어로 입장이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일단 알겠다고 하고 파파고 번역기를 돌려 지금 못 들어가는 거냐, 다시 물어봤더니 또 똑같은 대답을 했다.


아마도 기계가 작동이 안 돼서(?) 못 들어간다고 하는 것 같았다.

더운 날씨에 땀 뻘뻘 흘리고 걸어가서 살짝 짜증도 나고 소통도 안 돼서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어쨌거나 들어가지 못한 티옹바루 베이커리


너무 덥고 땀을 많이 흘려서 근처 쇼핑몰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일찍 숙소로 갈까 했는데, 구글맵으로 아무리 찾아도 근처에 쇼핑몰이나 마트가 없었다. 그래서 또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가 도중에 겨우 찾은 쇼핑몰을 가려고 한없이 걸었는데, 횡단보도나 육교가 없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그동안 싱가포르의 더운 날씨에 걸어 다니면서 이곳저곳 잘 다녔는데도, 이 때는 정말 극강의 힘듦이 느껴졌다.


아픈 다리를 이끌고 겨우 걸어서 쇼핑몰로 들어갔는데 딱히 끌리는 음식도 없었고 마트에도 내가 원하는 먹을거리가 마땅치 않아서 다시 나왔다.

너무 목이 말라서 쇼핑몰 입구 앞에 있던 오렌지주스 자판기를 처음 사용해 봤다.


싱가포르 곳곳에 있는 오렌지주스 자판기. 2달러를 지불하면 오렌지를 바로 착즙해준다.


분명히 이 자판기에는 카드 결제가 된다고 했는데, 잘만 쓰던 트래블로그 카드를 자판기에서 인식을 못하는 것이었다. 순간 엄청난 짜증이 밀려왔다. 다행히 현금을 가지고 있던 게 생각났다.

시원하고 달달해서 그나마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목이 너무 말라서 거의 1분 컷으로 다 마셨다.

.

.

.

.

그냥 숙소로 갈까 하다가 의지의 한국인에게 오늘 꼭 티옹바루 베이커리를 가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작동했다.


다른 지점을 찾아봤다. 근처에는 없어서 5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오차드 로드에 있는 티옹바루 베이커리를 가기로 했다. 겨우 도착한 오차드 로드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벌써 신경이 곤두섰다.


들어갔는데 주문하는 줄에 사람이 많았다. 하... 또 기다려야 한다.

뭘 먹을지 고른 뒤에 계산을 하려고 주문을 하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몇 번을 해도 트래블로그가 결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주문을 받던 직원은 카드가 안 된다면서, 싱가포르에만 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알아듣지 못하겠는 이상하고 맥락 없는 말을 쏟아냈다. 결국 이번에도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지불했다.


싱가포르는 세금과 봉사료가 가격에 추가로 붙는다(세금과 봉사료는 대략 2천 원 정도 붙는 거 같다).

나는 포스기에 찍힌 금액이 세금과 봉사료가 붙은 금액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거스름돈을 2천 원 정도 덜 주는 것이었다. (뭐가 맞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 날 워낙 이것저것 다 힘들고 짜증 나서 평소에 꼬박꼬박 받던 영수증 받을 생각도 못했다.)


호구를 당한 건가 싶어서 거스름돈이 이게 맞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요상한 말만 해대는 직원과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되지 않는 영어로 이야기할 생각 하니 스트레스를 받아 그냥 참았다.(숙소에 돌아가서도 짜증이 가시질 않았다.)


겨우 들어갔던 오차드 로드 티옹바루 베이커리(아몬드 크로와상'만' 맛있었다)


꾸역꾸역 자리에 앉아 아몬드 크로와상과 블랙 아이스 레드 민트티(홍차에 민트를 첨가한 것 같은?)를 먹었다. 커피를 먹고 싶지 않아서 레드 민트티를 시켰는데 정말 안 시키느니 못한 맛이었다.


음료도 맘에 안 들고 계속 짜증이 솟구쳤다. 결국 음료는 다 남기고 그나마 먹을 만했던 아몬드 크로와상만 빠르게 해치운 뒤 가게를 나갔다.


아무래도 오늘은 얼른 숙소에 가야겠다 생각했다. 일진 안 좋은 날이 바로 오늘인 건가.

상한 마음과 지친 몸으로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편의점에서 답답한 속을 밀어내 줄 사이다 한 병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기분은 나쁘고, 말은 안 통하고, 더워서 지치고.

여행이 어떻게 늘 좋기만 할까. 오전엔 잠시 좋았지만, 마무리가 망가진 느낌이었다.



4일 차 한 줄 여행 후기

-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힘들고 짜증 났던 하루. 하... 이런 날도 있는 거겠지.


작가의 이전글 30년 인생 첫 홀로 해외여행 - 2. 여행하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