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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ker 한영 Nov 14. 2024

우리나라에서도 도보로 국토종주할 수 있나?

도보 국토종주길이 되기 위한 조건

역사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끝과 끝


우리나라 최남단과 최북단을 이어라

   도보 국토종주 하면 대개 한반도 본토의 땅끝점을 시작점으로 삼는다. 20세기초 육당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3천리 금수강산'이란 용어를 처음 언급한 이후 '3천리'는 우리 국토를 말하는 대명사처럼 됐다. 이 3천리는 해남 땅끝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한반도의 가장 긴 축을 잇는 상징적 거리이다.

   이보다 400년 전인 조선 중기 <신증동국여지승람> (1530년)에서도 만국경위도에 우리나라 전도全圖의 남쪽 기점을 땅끝 해남현에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고 하여 우리나라 육지가 끝나는 최남단과 최북단의 끝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나라 육지가 끝나는 최남단에서 시작

   이로써 '국토종주'라 함은 우리나라 본토의 끝에서 끝까지 걷는 것을 말한다. 지금의 분단 현실을 감안하면 해남 땅끝을 기점으로 현재 갈 수 있는 대한민국의 최북단인 고성 철책선 앞까지 걷는 것이 현재의 국토종주가 될 것이다. 물론 통일이 되면 온성까지 이어 걸어야 국토종주가 완성된다.


찻길도, 산길도 아닌 그 중간,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찾아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없던 국토종주 도보길

   그렇다면 국토종주를 하면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지금까지 국토종주를 위한 도보길이 따로 없다 보니 국토종주에 뜻을 둔 사람들은 국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지방의 국도는 대부분 인도가 따로 없어 기본적으로 위험하기 그지없는 데다 걷기 내내 찻길만 보이고 다양한 우리 국토를 보고 느낄 수 없다. 결국 본래의 국토종주의 뜻을 살릴 수 없다 보니 극기훈련 같은 걷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백두대간길도 있고, 자전거길도 있는데?

   또 일부는 백두대간을 이용하는 국토종주를 상정하기도 하는데, 산만 보이는 길을 걷게 되므로 우리 국토의 다양한 쓰임새를 볼 수 없고 우리 국토에 켜켜이 쌓인 우리의 유구한 역사, 문화, 전통들을 만날 수 없다.

   또 요즘은 자전거로도 국토종주를 많이 하고 자전거 국토종주길도 잘 닦여 있는데, 보통 서울에서 부산까지 사나흘이 걸려 간다면 우리 국토의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나 국토종주했어"라고 자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에 말을 타고 달리며 산천을 구경하는 것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대충대충 보고 지나간다 하여 '주마간산'이라고 했다.


5년 전 시작한 '사람길 국토종주'


왜 지금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는지 아는 길

   약 5년 전 국토종주를 하고 싶었지만 도보길이 없는 것이 안타까워 전라남도 해남 땅끝에서 출발해 사람길을 찾아 잇고 이어 강원도 고성 철책선까지 걸었다. 판교 소재 IT벤처기업 대표이던 나한영 씨가 10여 명으로 이뤄진 국토종주단을 조직해 새 도보 국토종주길을 여는 '사람길 국토종주'라는 개척의 길을 걸었다.

   이 결과 국도를 따라 걸으면 700km 정도지만 30% 더 많은 946km의 '사람길 국토종주 트레일'(HANT: Human Path Across the Nation Trail)이 완성됐다. 국도를 따라 걸으면 보는 것, 기억되는 것이 없지만 사람길은 우리 국토의 숨겨진 명소와 우리 국토에 새겨진 숱한 이야기를 만나는 길이었다.


진정한 우리 땅의 명소란?

   걸으면서 깨달은 것은 모든 사람길엔 그동안 몰랐던 우리의 정신과 역사가 스며들어 있었고, 우리의 삶을 잉태한 전통과,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 있었다. 우리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자연마을부터 지금의 군읍면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국토의 모습이다.

   명소란 돈을 많이 들여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왜 지금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곳이 명소이다. 억지로 급조된 장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지금 우리에게 의미를 전해주는 진정한 우리 땅의 명소를 찾아 떠나는 길이 바로 '사람길 국토종주 트레일'이다.


바라건대, 또 바라건대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국토를 보고 느끼는 진정한 국토종주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길에 선 모두가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잇고, 지역과 지역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중한 대한민국의 촛불들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의 땅이 분단과 갈등과 기후재난·지역소멸 등 숱한 과제 앞에 서 있지만 우리가 다 같이 걷는다면, 그래서 우리 땅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마음이 커진다면, 분명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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