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이 온다. 큰맘 먹고 1년 치 온라인 강의를 결제해서 수강 중이고, 틈날 때마다 외국인 전화영어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부터 영어교육 유튜버가 추천해 준 패턴책으로 하루 1페이지씩 정리하며 외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를 대하는 자신감이 늘긴커녕 '의심의 싹'만 자라난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든 하긴 하는데,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음식을 먹으면 곧장 배부르고, 담배를 피우면 바로 쾌감이 온다. 하지만 영어 공부는 1시간 공부한다고 해서 곧바로 1시간만큼 실력이 늘지 않는다. 즉시 보상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무턱대고 영어를 접하면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결국 의구심을 누르지 못해 중간에 영어 공부를 포기하고 만다. 이로 인해 영어 공부를 지속하는 일이 특히 더 어려워진다.
"그럼 해결책은?"
영어실력이 늘지 않을 때도 영어실력이 느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소개한다. 14년 동안 매일 영어를 접하면서 '경험치'로 알아낸 방법이자, 매일 영어 공부를 하는 '데일리러너(학생)'들도 톡톡히 효과를 본 방법이다. 아래 3가지 팁을 읽고 (잠시 의심을 거두고) '나만의 영어루틴'에 적용해 보자.
1일 1문장을 외우자.
내가 접한 영어자료에서 1문장을 뽑아 따로 암기해 보자. 핵심은 1문장이다. 2문장은 이 방법을 그르치고, 3문장은 이 방법을 오염시킨다. 이 방법의 생명은 적은 분량을 확실히 내 영어로 길들이는 데 있다. 1문장을 외우고, 1문장을 확인하면 '영어가 쌓이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렇게 누적된 영어가 내 영어 자존감을 지켜준다. 스피킹이 정체된 기분이 들 때, 특정 토픽의 리스닝이 유난히 안 들릴 때, 자신을 의심하는 대신 '1일 1문장'으로 돌아가자. 입에 붙은 1문장을 신명 나게 뱉어보자. 1문장 쯤은 누구나 덤빌 수 있다. 단,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1일 1문장은 내가 공부하는 분량의 10% 이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영어를 일절 접하지 않은 채 1일 1문장만 공부해서는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나머지 90%는 원서, 유튜브, EBS어학교재처럼 맥락이 있는 영어자료여야 한다. 그렇다고 10%의 힘을 얕보진 말자. 훗날 '1일 1문장'의 10%가 남은 90%의 영어 공부를 견인할 때를 겪게 될 테니.
예전 자료를 다른 각도로 공부하자.
이틀 전 자료를 다시 보는 것은 '까먹은 표현을 복기하기' 위해서지만, 세 달 전 자료를 복습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예전 자료를 처음 접했던 '기분'으로 돌아가자. 아는 단어와 모르는 단어가 뒤섞여있던 자료를 보며 느낀 어리둥절함. 맞혔다고 확신했던 문제를 어이없게 틀리며 찾아온 좌절감. 중요하다고 생각한 문장에 밑줄과 동그라미, 형광펜을 아낌없이 표시했던 섬세함까지. 예전 자료를 보며 내가 영어에 쏟은 시간과 에너지를 불러들이자. 그 궤적을 다시 짚어 보는 일만으로도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료를 들춰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자. 같은 토픽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반복 청취했던 다이얼로그를 이번에는 문장구조를 따지며 읽어보고 (듣기➡읽기), 전에 꼼꼼하게 읽었던 영어 기사를 이번에는 거울을 보며 기사를 낭독해 보자(읽기➡말하기). 한번 공부했던 자료라 시작하기에 부담이 적고, 다른 각도로 공부하기에 신선한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익숙한 새로움!
반복을 재정의하면 내가 가고 있는 길에 확신이 생긴다.
1문장을 100번 읽는 게 반복일까, 100문장을 1번씩 읽는 게 반복일까? 우리는 1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만 반복으로 인정한다. 말 그대로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이다. 양과 질 가운데 '질'을 강조한 학습이다. 하지만 영어는 공부 과목 이전에 '언어'다. 언어는 맥락 없이 존재할 수 없다. 표현 1개를 외우는 것에 더해 그 표현 1개가 쓰이는 10가지 이상의 '맥락'을 동시에 접해야 한다. '호랑이와 사자'와 '쿠팡에서 사자'를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호랑이와 쿠팡이라는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표현 1개를 100번 반복한 사람과 100문장을 1번씩 보며 나름의 패턴을 발견한 사람의 차이를 접해보자.
A학생: I'm not going to give up!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x 100번 반복
B학생: I think I'm going to give up coffee. (커피를 끊어야겠어요.) She gave up her job and started writing. (그녀는 퇴사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He gave up his seat to an elderly woman. (그는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물론 'give up'을 '포기하다'로 외운 A학생도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1문장을 수백 번 반복해서 외워도 절대 B학생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없다. give up이 커피와 어울린다는 점을, give up이 퇴사 맥락에서 쓰인다는 것을, give up이 자리를 양보할 때 적절한 표현이라는 사실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 이점이 공부의 '양'을 게을리지 하지 않고 매일 새로운 맥락에 노출돼야 하는 결정적 이유다. 즉, 내 영어가 쌓이는 느낌이 안 드는 원인은 아직 그만한 '양'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가 접한 모든 영어를 달달 외우지 않아도 괜찮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매일 새로운 영어를 꾸역꾸역 접하고 있는가? 완벽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신호다. 예습과 복습을 하며 동시에 진도까지 나가고 있으니까.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반드시 지치게 된다. 슬럼프 구간이다. 이때 내게 외는 주문이 있다. '모르는 영어에 대한 좌절보다 아는 영어에 대한 기쁨을 느끼자!' 데일리러너에게도 도움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