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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카롱 Jul 11. 2023

[소개 - 음악] 300년 전의 애달픔

Pergolesi의 Stata Mater

"이 곡을 듣고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면 사람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다."

―요한 아담 힐러(Johann Adam Hiller)


스타바트마테르는 특이한 곡이다.

가사는 십자가 아래 서있는 성모마리아를 묘사한, '성모애상곡' 쯤 되는 내용으로 라틴어로 12파트로 되어있다는데 여기에 여러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다.


1. Stabat Mater dolorosa

(성모는 십자가 앞에 서 있네)

2. Cuius animam gementem

(가슴속 깊이)

3. 0 quam tristis

(오 얼마나 슬픈가?)

4. Quae moerebat et dolebat

(그리스도는 고통 속에)

5. Quis est homo

(눈물 흘리지 않을자 누구 있나?)

6. Vidit suum dulcem natum

(십자가 옆에서)

7. Ela, Mater, fons amoris

(어느 사람이 그 아픔을 모를까?)

8. Fac ut ardeat cor meum

(사랑의 성모님)

9. Sancta Mater, istud agas

(당신의 고통을 느끼 게 하소서)

10. Fac, ut portem Christi mortem

(당신의 성스 런 슬픔을 나눠 주소서)

11. Flammis ne urar succensus

(성모 마리아여 구원하소서)

12. Quando corpus morietur

(내 육신이 죽을 때)


시대를 관통하며 작곡가들 사이에 본의 아닌 배틀이 붙게 되었던 것이다.


여러 작곡가들의 스타바트 마테르 중 역시 백미는 Giovanni Battista Pergolesi(이하 페르골레지)의 것이다.

스타바트마테르 작곡자 중 하나인 후대의 롯시니가 페르골레지의 곡을 들어 보고 ‘내가 또 작곡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한탄했다고 한다.

로시니뿐 아니라 비발디, 드보르작 등의 작곡자들이 선배의 곡을 들으며 후대에 또 작곡할 누군가를 신경 쓰며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였겠나를 상상해 보면 좀 짠하기도 하다.


페르골레지는 Bach나 핸델보다 26년이나 늦게 태어났지만 그들보다 먼저 죽었다. 비발디보다도 일찍 죽었다. 겨우 26세에 평생을 앓아온 폐결핵으로 요절한 해는 하이든이 태어난 이후였다.

시기적으로는 바로크와 고전시대를 연결해 주는 셈이다.

젊은 얼굴이어서 더 서글픈 Giovanni Battista Pergolesi(1710 - 1736)의 초상화

페르골레지는 지금도 음악사가들이 진짜 페르골레지의 작품을 판별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을 만큼 페르골레지를 사칭하는 많은 가짜들이 있을 정도로 10대부터 유명세를 떨쳤고 연애도 쎄게(?) 했지만 평생을 외롭게 살았을 것이다. 다른 형제 셋은 모두 결핵으로 어렸을 때 죽었고 본인도 겨우 26세에 죽었으니.

나폴리에서 멀지 않은 시골 수도원에서 스타바트 마테르를 작곡한 해에 혼자 쓸쓸히 죽었다. 지금은 무덤도 없다고 한다.


코러스까지 나오는 다른 작곡가들의 스타바트마테르와 달리 페르골레지의 곡은 소프라노와 메조 딱 2명이 부른다. 하지만 유려한 멜로디는 너무 애절하며 가슴을 찢는 듯하다.

수녀원에서 먼저 죽어 맺어지지 못한 연인을 생각하며 이곡을 썼다는 의견도 있으나 내 생각에는 이곡을 작곡할 때는 본인의 마지막이 다가옴을 느꼈을 것이고 혼자 남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곡을 썼을 것이다.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마테르는 지금까지는 불가리아 출신의 소프라노 Sonya Yoncheva의 앨범을 제일 좋아했었다.


약간 어두운 음색의 소냐욘체바의 목소리는 이 곡과 찰떡궁합이다.

몇 년 전 헤이리의 카메라타에서 이 앨범의 첫곡을 신청했더니 거기 주인장 황인용 씨가 이 앨범이 맘에 들었는지 앨범 끝까지 계속 틀었었더랬다.


근데 며칠 전 이를 뛰어넘는 조합을 담은 영상을 우연히 발견했다.

헝가리 출신 소프라노 에뮠 버라트(Emoke Barath), 프랑스의 카운터테너 자루스키가 메조를 맡아 전곡을 부른 영상이다.


메조 파트를 카운터테너가 맡는 것은 처음 접했다.

'악마의 기교를 가진 천사의 목소리'라는 평을 듣는 필립자루스키

약간 느리게 해석한 연주와 고풍스러운 실내 분위기, 두 명의 뛰어난 성악가의 음색, 그리고 무엇보다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 마테르라는 명곡의 선율이 너무 잘 어울려 성스러움이 그득하다.


이런 니치 한 성악곡 영상이 무려 400만 조회수가 넘는다.


Stabat Mater Dolorosa


십자가 앞에서 미동도 없이

슬픈 성모는 서서 눈물을 흘리시네

마지막까지, 예수 가까이에서


가슴속 깊이,

그의 서러움을 함께하며

그의 고통의 쓰라림도 함께 하네

드디어 비수는 폐부를 찌르는구나


독생자 아들로 축복받으신 성모님

오!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인가


예수님은 교통 속에 매달린 채

성모는 아래에서 비통함을 인고하시네

거룩하신 아들의 죽음이 주는 비통함을


눈물 흘리지 않을 자가 어디 있으리오?

그리스도의 어머니께서 지으신 고통의 무게가 저리 깊으니


자비로우신 성모여

높은 곳에서 나의 영혼을 어루 만지사

저의 마음이 성모님과 함께 되게 하소서


성모의 고통을 느끼도록 하시어

우리 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의 영혼이 빛나고 용해되도록 하소서


제가 눈을 감는 날까지

제 육신에게 그날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의 아들이 맞이했던 죽음을


거룩하신 성모여

저를 꿰뚫으시어 가슴속의 상처를 아물게 하소서

구세주의 십자가로


당신과 함께 그분의 고통을 나누게 하소서

그 고통은 나의 죄와 허물을 대신하였나이다

고통의 죽음을 당할 나를 대신하였나이다.


당신과 함께 울게 하사,

제가 세상에 있는 날까지,

절 위해 슬퍼하신 분을 위해 슬퍼하도록 하소서


당신이 머무는 십자가 옆에서

당신과 함께 애통하며 기도하는 것은 당신에게 갈구하는 나의 모든 것입니다.


동정녀 성모이시여!

진정한 제 목소리에 귀 기울이시며

제게 성스러운 슬픔을 함께 하게 하소서


제가 눈을 감는 날까지

제 육신에게 그날의 죽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의 아들이 맞이했던 죽음을


그분이 입으신 하나하나의 상처가

그분이 흘렸던 보혈 속에 제 영혼을,

혼절할 때까지, 잠기게 하소서,


성모이시여, 가까이 계시사,

저로 하여금 무서운 심판의 날에 불로에 타서 죽지 않는 자가 되게 하소서


그리스도시여, 당신이 저를 부르시는 날

성모께서 저를 지키게 하여 주소서

승리의 십자가가 되게 하소서


여기에서 육신이 썩는 동안

내 영혼은 자혜로우신 당신을 찬양하게 하사

당신과 함께하는 천국으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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