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현실
왜 흔히들 수증기와 연기와 김(장음)을 혼동해서 또는 구별 안 하고 쓸까.
각각 기체, 고체, 액체로 물리적 phase가 다르고 그 구성성분도 다릅니다.
수증기와 김은 액체, 주로 물에서 나오고 연기는 어떤 물체가 타거나 고온에서 나오는 아주 작은 고체 알갱이입니다.
수증기와 김은 영어권에서도 엄밀한 구분 없이 쓰는 것 같습니다.
자주 쓰는 steam 은 수증기 및 김 두 가지 다 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명확히 하자면 수증기는 water vapour, 그리고 김은 mist라고 해야 하지만 모두 그냥 steam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수증기와 김을 잘 구분해야 하는 게, 예컨대 같은 섭씨 80도라고 해도 증기로 인해서는 2도 화상까지 입을 수 있지만 같은 온도의 수증기로 가득 찬 사우나안에서는 견딜만하기 때문입니다.
사우나 안에서 손을 크게 좌우로 움직여 보아 손이 뜨거우면 액체 형태의 물방울, 즉 김이 그 안에 있어 내 손에 그 액체 방울이 닿을 때마다 뜨거운 것이고, 뜨겁지 않으면 기체 형태의 수증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혼동, 혼용하며 쓰게 된 이유를 몇 가지 추정해 보자면,
원래 우리 언어습관상 기체(또는 기체로 보이는)의 확산 현상은 유사하게 생각하고 표현해 왔음.(예) 냄새, 연기에 공통으로 '무럭무럭', '피우다' 등의 표현을 사용함)
사실 Steam locomotive의 번역으로 증기기관차는 적확했습니다.
Steam locomotive의 'steam'은 증기기관 내의 가열, 가압된 수증기를 의미하였으니까요.
하지만 아마도 초기에 증기기관차를 본 사람들에게 굴뚝에서 맹렬하게 나오는 김이 가장 강렬하게 인상에 남았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증기기관차 하면 기관차 굴뚝의 김이 가장 먼저 떠 올랐을 것이고 따라서 기관차 굴뚝에서 분출되는 김=증기로 오인식이 반복, 강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단음 김과 장음 김 구분이 잘 안 가면서 김보다는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수증기를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