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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카롱 Jan 02. 2024

편안하게 써지는 글에 대한 반성

뜨끔함.


요즘은 뻔한 내용을 적당히 포장해 읊조리는 책들이 많다. 중장년이라면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수준의 각성을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설파하거나, 특정 주제의 전문가가 아니면서 다른 학위의 후광을 업어 과분한 발언권을 발휘하거나, 가벼운 에세이집이나 써야 할 수준의 통찰에 지나친 무게감을 얹으려는 모습 등등.


그런 글들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결여된 것은 진리와 진실을 향한 저자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의식, 그리고 인류와 자신의 무지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고통과 혼란을 극복하는 치열함과 통렬함이 없고,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건드리는 과감함도 없으며, 그저 해당 책의 독자층이라면 대충 알고 있을 준상식적 세계관을 반복, 확인시키는 차원에 머문다.


어쩌면 작가 본인들은 이미 거친 내면의 과정일 수 있지만, 그것이 저작을 통해 농밀하게 와닿는 경우는 (특히 우리나라 책에서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주제가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이런 마음 편한 책들은 ’ 좋은 생각‘ 같은 류와 별다를 것이 없다. 읽으나마나 상관없지만 읽으면 조금 따뜻한 느낌, 아, 내 생각이 맞는 거지, 류의 안도감을 얻게 되니까. 간혹 아, 저렇게 생각해도 되겠구나 같은 잔잔한 자극 정도 받으면서.


그게 뭐 나쁠 거야 있겠냐마는, 사회에서 나름 지명도와 지지층을 가진 학자나 전문가, 작가의 역할은 아니다. 스스로와 독자를 지적, 감성적 도전의 자리에 내몰고 흔들어대는 노력이 없다면, 그리하여 그것을 통해 무엇이 파괴되고 생성되는지를 시험해 보지 않는다면, 결국 무한한 동어반복과 자기 표절로 안착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작가도 독자도 함께 편하기만 한.


by Pato(원종우)님의 페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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