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카롱 Apr 15. 2024

노년심심 대처법

남자의 4번째 비극, 심심해서 죽을 것 같이 되지 않으려면

얼마 전 은퇴한 저희 친지 한분은 갑자기 찾아온 엄청난 양의 자유시간을 감당하기에 힘겨워하고 계십니다.


옆에서 관찰해 보니 이게 그 상황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것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문제로 보였습니다.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이유가 심심해서 떠난다라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노인의 4苦( 빈고, 병고, 고독고, 무위고)중 하나가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무위인 것을 보아도 노년심심은 노년기간이 길지 않았던 시절부터 이미 꽤 심각한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비슷한 나이대 이거나 곧 그렇게 되실 분들이 이곳에 많은 것 같아 이에 대한 생각을 몇 자 적습니다.

긴 글이니 선 요약  

    나이 들면 심심해서 죽을 것 같다.  


    나이 든 다음에는 이미 대처가 늦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재미라는 것을 이해하고 새로운 취미를 지금부터라 별도의 노력을 들여 시작해야 한다.  



정확한 유래는 모르겠으나 남자의 3대 비극이 ‘초년출세, 중년상처, 말년극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3대 비극에 새로운 비극이 추가되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중년다음에 바로 말년이었지만 요즘은 평균수명의 급격한 증가로 20년 이상의 노년이 생겼는데 이 시기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겁니다.

바로 노년 심심이라는, 즉 주체할 수 없게 갑자기 많아진 자유 시간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것 같습니다. 


기존의 3대 비극은 이제 많이 대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초년출세가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구조이고, 말년극빈은 전반적 경제 수준 향상 및 여러 형태의 사회보험으로 어느 정도는 커버되며 중년상처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주변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노년 심심문제는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이에 사회문제가 된 것입니다.

마치 최근 치매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공해나 음식물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예전보다 더 오래 살기 때문인 것처럼.

노년심심은 기존 가족이나 친구들의 접촉면이 넓고 관계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여자들 보다는 사회 친구 외에 인간관계가 좁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상대적으로 소원한 남자들에게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의 양이 급격히 줄면서 남자들은 이 노년심심뿐 아니라 자기 효용감(Self efficacy)의 급격한 상실과도 싸우게 됩니다. 

잘못하면 저희 할아버지처럼 아무도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 싸리 빗자루를 하루 종일 만들게 됩니다.



이 노년심심은 나이가 좀 들은 다음에는 대처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첫 번째, 신체적 즐거움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감각 등 신체적 기능 저하로 신체적 결여를 채우는 방식의 재미는 효과가 떨어집니다.(미식, 술, 담배, 성적인 것, 스포츠 활동 등)


두 번째, 콘텐츠 소비가 별로 재미없습니다.

TV를 방마다 두고 하루종일 끼고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별 재미가 없습니다. TV광고를 봐도 사람들은 웃지만 나는 뭔 소리인지, 아니 뭘 팔고자 하는 광고인지도 잘 모르게 됩니다.  책은 눈이 불편해 오래 읽기 어렵습니다. 상대적으로 감성이 무뎌지고 기억력이 떨어진 데다가 요즘 영상광고나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 제작의 타깃 오디언스는 20~40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정서적으로도 안 맞지만 사실 이야기 흐름도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는 거죠. 이전 시리즈도 안 봤으니 속편, 프리퀄, 리부팅 등은 더더욱이 안 보게 되고. 악순환이 됩니다. 


세 번째, 뭘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배우는 재미도 노력 대비 효과가 떨어집니다. 잘 안느니까요. 따라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 내 것으로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네 번째, 사회적 관계가 점점 줄어듭니다.

사망, 건강상의 이유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 친지들이 점차 줄어드는 데다,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기가 어려워 주로 직접 사람을 접하는 형태로 인간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울 기회가 점점 감소합니다. 특히나 배우자와의 관계가 친밀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부분이 더 심각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게 심해지면 지하철 안, 엘리베이터 안, 또는 길거리나 등산로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참견하는 ‘오지라퍼’가 되게 되고 이는  사회적 관계 욕구를 채우려는 ‘관계 구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노인의 4苦 중 고독고와 무위고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셈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 및 그 이전 세대는 먹고살기에 바빠 생존이 최우선 과제여서  ‘여유와 재미’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정신없이 노년이 지나갔고 상대적으로 노년시기가 짧아서 이 노년심심이 별 문제가 안되었습니다.

또 MZ세대 및 그 이후는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 게임, 다양한 콘텐츠,  Virtual Togetherness를 표방하는 각종 메타세계에 어릴 때부터 노출되어 평균수명이 더 증가하더라도 이러한 노년심심 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베이비부머 세대는 심심할 시간이 없었고 MZ세대는 자기 재미를 위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기에 별 문제가 안되나 1960~70년대 생들은 심심할 시간은 있으나 재미를 위하여 준비한 것이 없기에 노년심심 문제가 심각해진 것입니다.


결국 이 노년심심문제는 과도기에 해당하는 1960~70년 대생들에게 가장 심각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주어진 노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올초 보험개발원이 발표한 평균 수명은 남자는 86.4, 여자는 90.7세입니다.  남자가 61세에 은퇴하고 마지막  4~5년을 자리보전한다고 하면 통계적으로는 20년 이상의 노년이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현재의 배우자와 우정을 쌓아야 합니다. 

이건 저도 잘 못하는 부분이기에 이에 대한 설명은 아래 니체가 말했다는 경구로 대체하겠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사실 사랑이라기보다는 우정의 영역에 가깝다…. 결혼은 일시적이지만 결혼 후 함께 지내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다른 재미를 위한 기초가 되는 것을 충실히 해 놓으면 ‘재미’를 추구하는 활동이 더 다채로워 질 수 있습니다. 

외국어를 자막 없이 이해할 수 있다면 즐길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 양이 비약적으로 많아지고 음악의 역사를 알면 음악 감상이 더욱 풍요로워 지며 근력이 좀 있으면 새로운 스포츠를 더 빨리 배우고 재미를 느끼기 더  쉽게 됩니다.


네 번째, 재미의 종류를 이해하고 나한테 맞는 ‘재미’를 가진 취미를 위해 별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취미 활동을 강화하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던.

(재미있는 것은 왜 재미있는가 참조)



작가의 이전글 편안하게 써지는 글에 대한 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