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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피쉬 Nov 16. 2024

소금일까 솜일까

오늘의 파도


1

오늘 아침엔 가족이 소금 같았다.

주렁주렁 내 등에 매달린 소금 가마니 같았다.

얼대는 아이도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도

손만 기다리는 짐더미 같았다.

갖다 버리면

나는 한없이 가벼워질까.

마침내 내가 원하는 만큼

자유로워질까.

소금이 다 녹아버리면

나는 지금보다 웃는 게 쉬울까.




2

매일 바다를 바라보지 않아도

그곳에 늘 파도가 일고 있다는 걸 안다.

내가 보지 않아도 느끼지 못해도 일어나는 일.

오늘은 내 삶에 열두 번째 파도가

어쩌면 스물한 번째 파도가

새벽안개처럼 스산하게 들이닥쳤다.

매일 일고 있는 저 파도처럼

싱겁게 철썩이다 물러날테지.




3

가족이 솜이라면

무거운 줄 모르고

경쾌한 걸음으로 나갈 수 있다면.

그러다 물에라도 빠지면 어쩌게?

끙차끙차 물에서 끌어내야지.

기다리면 마를 거잖아.

(도대체 내가 모르는 게 뭐람?)

그렇게 저 파도처럼 싱겁게 

지나갈 거란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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