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마다 교육봉사를 하기 위해 초등학교 돌봄교실에 도착하면 2학년 반이 보이는 유리벽으로 시선이 가는데 거기에는 어쩐지 얼굴만은 그려지지 않은 어린왕자와, 얼굴 없는 어린왕자가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반영된 장미 그림과, 어린왕자보다 한 시간은 먼저 거기에 도착해 있었을 사막여우가 있고, 혹여나 1학년 아이들이 갈색 모자라고 생각할까 봐 염려되는 마음에 뱃속의 코끼리까지 보이도록 그려진 보아뱀을 쳐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나는 신기하여서 얼굴있는 어린왕자가 산다는 소행성 이름으로 된 카메라 앱으로 사진을 찍어 보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내게 와 그간의 안부를 묻고 질문을 한다.
A :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나: 선생님 몇 살인 것 같아? B : 으응, 응. 백 살! C : 아냐. 마흔아홉 살! A : 우와, 우리 아빠보다 많구나! 나: 아니야. 선생님은 스물일곱 살이야.
A : 그럼요, 선생님! 여자친구 있어요? 나: 선생님은 여자친구 없어. C : 왜 여자친구가 없어요? 나: 글쎄, 왜 여자친구가 없을까? B : 으응, 응. 그건 고백을 안 해서 그래요! A : 남자가 용기가 없어서 그래요! C : 맞아요. 우리 엄마가 고백은 남자가 하는 거랬어요!
하는 통에 나는 무어라고 변명해 보려고 하는데 돌봄교실 선생님께서 너희들 예쁜글씨 숙제는 다 하고 떠드느냐고 야단을 치시고 나는 어차피 한 줄도 채 더 쓰지 못하곤 다시 고개를 치켜들 아이들이 잠시라도 머리를 박고 열중하는 모습을 마음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