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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굴 Sep 07. 2024

구구절절 내 나이

27살 혹은 28살

제 나이 28살, 만으로도 27살. 어리지는 않고 젊은 나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3년만 지나면 나이 앞자리가 바뀐다는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한 26살 즈음까지만 해도, 30살이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30살에 접어든 언니들이 ‘나 이제 진짜 서른이야…30대라고…’ 이야기하며 속상해하던 것에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20대나 30대나 거기서 거기 아냐?’

2030. 분명 30대와 20대는 크게 다를 바 없고

30대 역시 충분히 젊은 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30이라는 숫자가 점점 가까워져 오니

이런저런 잡념이 많아집니다.




(1) 돌려줘, 내 청춘

저는 n 년째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아르바이트도 하고 지금은 운이 좋게도 배울 점이 많은 동료, 상사가 많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심리상태는 발 붙일 곳, 마음 둘 곳 없는 ‘수헝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듯합니다.


그래도 올해 초까지는, 이런 상황이 힘들지만 잘못됐다거나,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 20대의 절반을 시험 준비로 보냈다니….’라는 생각이 들며 지나간 시간이 조금은 아쉬워졌습니다. 사실은, 많이 아쉽기는 합니다.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고, 이루고 싶은 꿈이 선명하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20대에 느낄 수 있는 여러 자극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은 떨쳐내기 어려운 요즘입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제 기억의 대부분은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부하고, 때로는 휴게실에 숨어서 울었던 순간으로 가득합니다.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 매년 10월, 부산에서 열리는 영화제에 가서 평소에 보기 어려운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마음 편히, 보고 싶고.

-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맥주 한 잔 마음 편히, 하고 싶습니다.

- 시간이 되는 날에는 훌쩍 여행을 마음 편히, 떠나고 싶습니다.

- 원하는 회사에 취직해 사회 초년생의 설움을 느끼고 싶고(물론… 예전에 호되게 느끼긴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소소한 성과를 내며 마음 편히, 저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싶을 뿐입니다.


(막상 적어놓고 보니 바라는 게 많기는 한 듯합니다.)


그러니까, 조금은 ‘마음 편히’ 살며 순간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공부를 하며 틈날 때마다 20대의 삶에 집중하고, 그 감정을 즐겼다고 생각했지만 한 구석에 얽매인 마음은 때때로 스스로를 죄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2) 관성

하지만 정말, 사람의 마음은 갈대 같다는 말이 맞는 듯합니다.


친구에게 이제 언론사 시험 준비를 그만해야겠다고 술 한 잔 하며 푸념을 늘어놓던 날, 친구는 제게 ‘나는 장기연애 해본 적은 없지만, 너 지금 오래 사귄 사람이랑 헤어진 것 같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동안 ‘이번에는 정말!’ 언론고시를 때려치우겠다고 마음먹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 역대급 우울함 -


제가 얻은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포기했다는 부끄러움과 같은 구체적인 감정보다도

속상하고 슬프다는 감정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랬더니 참 신기하게도, 밥이 잘 넘어가고 공부가 잘 되고 인턴으로 근무하는 회사에서도 조금 더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긴 시간 사귄 애인과 다시 재회한 기분이 이럴까요.

저도 장기연애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오랜 사랑을 떠난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3) 선택은 나의 몫

저는 솔직히 개인이 결과를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노력 외에 다른 요소가 많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내가 열심히 공부를 했더라도

시험 당일 배탈이 나서 시험장을 뛰쳐나왔다면, 그 시험은 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후 같은 시험을 재응시했을 때, 처음 시험을 열심히 준비했던 내가 또다시 도전한 스스로에게 많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길의 끝에서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길을 걸어가는 것은 저의 몫이겠지요.


하지만 2년 뒤에 서른이 된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니… 앞으로 남은 (만으로) 28살과 29살을

충실히, 열심히 보내야겠습니다.


후회 없이 공부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실컷 놀며


비록 마음이 편하기는 어렵겠지만

그것 도차도 마음먹기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저는 주말 근무를 하기 때문에 1시간쯤 뒤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즐거운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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