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2023
운동 끝나고 집 가는 길, 이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가 마침 집 근처에 상영스케줄이 있었다. 나와 한 커플 이렇게 3명 만이 그 영화를 봤고, 그날의 난 혼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2023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시사회를 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 초청되며 이후 2023년 6월에 미국에서 첫 개봉을 했다. 그 후에도 2023년 8월 개최된 멜버른 국제 영화 페스티벌(MIFF)에서도 공개되었으며 한국에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상영되었고 정식으론 2024년 3월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됐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줄거리는 이렇다. 어릴 적 단짝이었던 '나영'과 '해성'이 다른 공간 같은 시간이 흘러 약 20년이라는 시간 뒤에 만나는 이야기다. '나영'은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큰 꿈을 갖고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 중간에 이름은 '노라'로 바꾸며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하며 커 갔고, 반면에 '해성'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서 지냈다.
왼쪽 위부터 샐린 송 감독, 오른쪽에 그레타 리('나영/노라'), 유태오('해성' 역), 존 마가로('아서' 역) 배우이다. 영화를 보고 한국 영화인가 싶었지만 미국 배급사인 A24 작품이지만 CJ ENM이 공동 투자배급에 참여하였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첫사랑을 소재로 한 사람 영화이다. 우리 주위에 흔한 '첫사랑' 소재의 영화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다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 중 최소 한 사람은 멋진 사람이 되어있다. 혹은 그렇지 않아도 멋져 보이는 것처럼 행동하여 오히려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그 과정에서 개연성을 무시한 체 첫사랑이 다시 이어지는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물고 가면서 이상향을 지우고 보통의 우리를 조명한다. 첫사랑이란 감정 자체가 특별하게 보일 수 있도록 다른 요소에서 영화가 줄 수 있는 힘을 쭈욱 뺐다. 어떤 것을 하던지 어색하고 뭐든지 처음이며 그런 어리숙함들이 온전히 드러나는 연출은 첫사랑보단 은은한 사람 냄새가 났다. 그래서인지 더욱 '해성'과 '나영'의 삶에 투영되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보고 나서 '평범(平凡)'이란 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뛰어남으로 혹은 누군가와 달라야만 하는 지금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혀 가고 단어 자체 또한 좋은 의미보단 나쁘지 않다에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말에 대한 기준도 이미 평범하지 않음에서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꿈을 위해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타협하고 혹은 실패하거나 후회하며 지금을 산다. 그랬을 때 지금이 과연 나쁜 결과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의문에 답을 찾고 답에 대한 선택을 하고 다시 도전을 하거나 과거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노력한다. 선택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이미 특별한 것이고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어를 직역했을 때 '전생'이라는 뜻으로 나온다. 우리의 전생은 알지 못하나 이 영화의 전생은 첫사랑을 품었던 그때의 시간이고 전생이라는 말을 할 정도로 과거 너머의 시간이니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