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하루 10초 생각을 움직이는 시간 85일/365일
윤동주 1917-1945
시인.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별헤는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