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복통에서 시작한 거대 담론 - 접시와 인생
요 몇 주 간, 속이 항상 더부룩했다. 밥 먹는 내내, 그리고 이따금 밥을 먹고 난 이후에도. 그런데 오늘 문득, 배가 아픈 이유가 '과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식"
나의 정량보다 지나치게 많이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 왜 '내 정량'보다 많이 먹었을까?
첫째, 은근 슬쩍 같이 밥 먹는 사람과 "비교"했다. 왠지 맛있을 것 같은데, 나만 너무 덜 먹는 걸까?
둘째,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은근히 신경쓰고 있었다. 너무 깨작거린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은근한 비교와 평가는, 은근한 복통으로 귀결됐다. 밥을 먹을 때도, 밥을 먹고 나서도 은근히 윗배가 쓰렸다. 어제는 괜찮았다. 오늘과 비교를 해본 결과, 어제는 확실히 "내가 먹을 양"만큼 덜어 먹었었다(구내 식당이 뷔페 식이다). 왜, 나는, 이런 사소한, 밥 먹는 시간까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평가"에 신경쓰고 있었을까?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를 쭉 돌아보면 내 인생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식후 복통, 소화 불량에서 시작한 이야기치고는 너무나 거대한 담론 같긴 하지만. 정말 돌아보면, 그랬다. 남들의 지적 수준과 외형적 조건과 나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했다. 늘 내 자신이 부족해 보였다. 나름 노력해서 하나를 메우면, 메워지지 못한 다른 부분들이 보였다. 그랬기에, 내 자신에 대해 100% 만족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혹자는 말했다. 비교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그런데,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지 않은 채 남과 비교부터 하며 내 자신을 깎아내리는 삶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과는 달리 아침을 먹고 왔다. 어쩌면 나는 애초에 다른 사람보다 밥 양이 적은지도 모른다(나만 모를 뿐). 그런데 어쩌면 나는, 당장 눈 앞에 있는 내 접시에 담긴 음식이 남보다 적다는 것 때문에 막연히 불안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른다. 불안했기에 비교했고, 비교했기에 더욱 불안해졌다.
평가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지만, 사실은 남들의 평가에 익숙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A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B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내가 어쩌면 A도, B도 아닌 C라는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내가 A이거나 B가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과연 그 삶은 행복한 삶이었을까?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살아가느라, '내 마음'은 늘 뒷전이었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하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즐거운 방향, 나를 좋게 보게끔 노력하고 또 노력헀다. 그리고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런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먹는 것에 그닥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적게 먹든, 많이 먹게 먹든.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 음식 맛있네' 혹은 '밥 먹은 다음에 뭐하지' 같은 생각으로 채워졌는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나의 식사 생활에 관심이 없었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행복은, 분명 나의 행복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우선은 내가 오롯이 똑바로 행복하게 서야,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앞으로 내 접시에는, 내가 먹을 양만큼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들로만 담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