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_세종_6년차, 페르마 선생님을 만남
아직 봄이 찾아오지 않았을 때, 코로나-19의 위기가 아직 수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때였다. 세종시 유치원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말을 전해 듣고 두 정선생은 세종시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공간, 처음 만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어떨까. 페르마 선생님은 조용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마디 할 수 있어야죠.’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세종시 단설유치원에 근무 중인 6년차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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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세종시에서 근무하신건가요?
다른 지역에서도 근무했었어요. 사립유치원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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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간 교직 분위기 차이가 있나요?
학급당 학생 수의 차이정도? 그것 외에 지역 간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사립과 공립의 차이는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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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많이 높아지고 있잖아요.
네, 높아지는 만큼 공립유치원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유치원 임용시험도 다른 학교급 임용시험 못지않게 힘들어요. 경쟁률도 높고요. 물론 선발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라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유치원 교사도)더 많이 뽑고, (공립 유치원도)더 많이 늘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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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 근무하는 선생님은 처음 만나 봐요. 세종시엔 공무원 학부모님들이 많지요?
세종시 특성상 공무원 학부모님이 많다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다른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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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학교는 어때요? 뭔가 특별한 사업을 할 것 같아요.
요즘 학교 특색사업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해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우리 유치원은 2019 개정 누리교육과정 취지에 따라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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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유치원은 선생님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10년 이상 된 경력 선생님도 있고, 5년 미만 선생님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세종시엔 0~10년 사이 경력의 교사가 많은 것 같은데, 우리 학교엔 저 같은 중간정도 경력의 선생님은 많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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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단설의 경우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어요. (쥬와 인터뷰)
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기피하는 경우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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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설 유치원과 단설 유치원의 차이를, 유치원 교사의 입장에서 설명해주세요.
병설유치원의 경우, 초등교원이 관리자로 있어서 유아교육에 관한 부분은 유치원 교사에게 맡기죠. 거기서 교사의 자율성이 확보되는 거예요. 그 점을 선호하는 겁니다. 병설유치원도 학급수가 많으면 원감이 오는데, 그러면 이 장점이 사라지죠.
단설의 경우, 유아교원이 관리자로 있어서 많은... 지시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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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안이나 협의가 아닌 명령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죠. 이런 지시는 특히 신규교사에게 ‘당연한’, ‘꼭 따라야 하는’ 것들로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의견을 얘기하거나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수직적 의사소통이 굳어지죠.
단설의 장점이라고 하면, 동료 선생님들이 많다는 거죠. 유아교육에 대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도 있고, 학교 행사 때 함께 할 수 있는 선생님도 많으니까요. 업무도 나눌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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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지시가 단점이라면, 거기에 한마디 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네, 신규 선생님이나 고경력 선생님이나 그런 말을 하긴 어렵죠.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중간경력에 있는 선생님들이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해요. 제 경력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경력은 아니지만, 이 경력에도 부장하는 사람이 많아요. 연구부장 교무부장 등이요. 이런 분들이 평교사의 입장을 많이 대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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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지역에는 유치원 교사 모임이 있다고 들었어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세종 유치원 교사단이라고 해서, 상 하반기에 만나요. 거기서 목소리를 많이 내죠. 여기의 논의는 교육 현장의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져요. 학급당 원아 수가 줄어든 게 그 예죠. 작년에는 유아 교육에서 힘든 점 등을 교육감님을 초청해서 이야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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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전교조와 교총 같은 기존의 교사단체와 어떤 차이가 있네요?
세종시 유치원 교사단은 말씀하신 두 단체의 산하조직은 아니에요. 이건 유치원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예요. 말하자면 선후배 교사들이 모여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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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사항 전달 외에 무슨 일을 하시나요?
실제적인 의견 노하우 교류가 이루어지죠. 예를 들어 풍선아트를 하려고 하는데 업체를 추천 받거나 선정에 관한 조언을 주고받기도 하고, 업무 카톡방을 만들어서 노하우를 나누기도 하죠. 서로 유치원의 상황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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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은 인디스쿨이나 학년 밴드 같아요.
아! 유치원에는 인디스쿨 같은 정보를 나누는 큰 플랫폼이 없는 것으로 알아요. 전국단위의 그런 플랫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공개수업 관련 질문 드릴게요. 선생님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공개수업은 얼마나 하나요?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해요.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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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수업 말씀하시는 거죠?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학부모들이 뒤에서 지켜보는 ‘참관’과는 달라요. 참여 수업은 학부모가 수업 안으로 들어오는 거죠. 예를 들어 작년에는 동극을 함께 했어요. 가능하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수업과 비슷하게 운영하려고 해요. 그렇게 해야 수업준비에 부담도 덜고, 학부모님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분위기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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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관리자가 된다면 무엇을 바꾸실래요?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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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에서의 자율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를 들면 조퇴 같은 개인복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 학교운영 등에 관한 의견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전자는 이미 이루어졌죠. 제 말은 후자에 가까워요. 교사들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 전적으로 믿어주고 지원하는 거죠. 만약 교사끼리 공개수업이나 수업나눔의 주제나 형태 같은 부분을 협의했다면 그걸 믿어주고 지원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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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원래 교사끼리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 아닌가요?
안 그런 학교도 많아요. 만약 교사들이 협의해서 정한 수업나눔 방법이,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형태면 ‘내가 경력이 좀 많아서 아는데, 이런 방법은...’하면서 본인의 의견을 관철하고 싶을 수 있죠. 하지만 아는 것과 실제로 진행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자율성을 주고 싶어요. 교사를 믿어 주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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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뇨 생각 없어요. 사실 너무 싫은 소리를 많이 해서 승진을 못 할 것 같거든요.
'교육철학이 바로 서있으면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 언제 많이 받으세요?
학교에서 의견이 갈릴 때, 제 의견이 경력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고 고경력자의 의견대로 정해질 때요. 저는 관리자분들이랑 의견이 갈릴 때가 많아요. 텃밭 활동을 할 때, 저는 아이들이 직접 흙도 파고 씨앗도 심고 물도 주는 과정을, 길지만 전부 체험하도록 하고 싶다. 관리자는 시간과 형평성의 문제를 들어 흙을 파고 물을 주는 전후의 과정은 교사가 하고, 아이들은 직접 씨앗을 심는 과정만 함께하도록 하라고 하는 거죠. 이런 경우 교육관에 따라 얼마든지 의견이 다를 수 있는거니까 서로의 교육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면 좋을 것 같은데 다른 선생님들과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과정도 없이 자기 의견으로 결정해버리고 나니 제 입장에선 ‘니 경력이 얼마 안 되니까 내가 맞아’ 라는 느낌을 받아요. 이런 게 스트레스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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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집순이에요. 퇴근해서 씻고 집에 누워있으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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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저도요.
방학 때 연가 쓰고 여행을 가는 것도 좋아요. 학기 중엔 쓰기 어려우니까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방학 때 가는 거죠. 저는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 있는 게 좋아요. 제가 의견 다툼과 스트레스 없이 평온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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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러 선생님에게 발견되는 방법이네요.
제 주변 선생님들도 그래요. 조용한 공간에 가 있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법인 분들이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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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이 집에서 그렇게 조용하시다잖아요.
맞아요,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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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선생님을 진로로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자신의 교육철학을 확실하게 갖는 것이 중요해요. 교육철학이 바로 서있으면 ‘아니에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 말을 교사가 할 일이 아닌데 요구하는 일에 대해서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하는 건데’, ‘어려운 일이라고.’ 같은 생각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하면 편하지만, 그것들이 점점 쌓여서 나중에 거부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려요. 아니면 후배가 해버리죠. 선배가 그 길을 만들어 간 거에요. 책임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또 배움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인터넷 연수를 많이 듣는 것보다, 선생님들끼리 경험을 나누는 것도 배움이 될 수 있겠죠. 어떤 형태로든 배움을 이어나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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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시간이 좀 지나긴 했는데, 이제 졸업을 앞두신 분들을 대상으로 얘기할게요. 공부 정말 목숨 걸고 하셔야 해요. 합격자와 불합격자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거든요. 하지만 그 차이에 좌절하거나 우쭐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꾸준히 하면 다 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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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직업과 지역이 좋아요. 그 이유를 자세히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2월 22일 토요일
에디터 하루
페르마 선생님을 만남
-정선생 블로그 : blog.naver.com/warm_hearted_teacher
-정선생 인스타그램 : @warm.hearted.tea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