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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Jun 18. 2020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 Find Querencia

‘제가 잘 아는 선생님이 있어요.’ 고백컨대 이 인터뷰는 필자의 사심으로 시작했다. 대학교를 같이 다녔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멀지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관계로 남았으나, 행보가 흥미로워 관심 있게 지켜봐온 분이다. 낯을 가리지만 끊임없이 관계를 넓혀 나갔고, 무척 바빴지만 늘 평온했다. 그 묘한 균형감각 비결이 궁금했다. 전해 듣는 교직생활과, 인스타그램 게시글이 예사롭지 않아 인터뷰 기회를 노리다가 아는 사람 없냐는 유월의 말에 대답했다. 아는 선생님이 있노라고.


잘 안다고 장담했으나 사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시간을 길게 두고 만나 이것 저것 여쭤보려 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약속이 밀렸다. 더 이상 약속을 미루기 어려워졌을 때, 온라인 수업을 미리 준비하던 어떤 선생님의 도움으로 온라인 인터뷰가 만들어졌다.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는 재밌고, 새로웠다. 


.


* 인터뷰 시기는 온라인 개학이 막 시작된 시기였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선생님! 화면으로 만나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충남지역 작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 라파엘입니다. 4학년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


선생님 별명을 라파엘로 소개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저의 세례명입니다. 군복무 중 세례를 받았어요. 군 생활하면 힘들잖아요? 그때 종교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라파엘은 성서에 등장하는 천사인데요,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고 상냥한 마음을 가졌대요. 그런 천사의 이름을 지니면 저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라파엘로 정했어요.


 .


경력은 얼마나 되셨나요?


군 경력 제외하고 2년 4개월 됐습니다.


 .


학교 소개 해 주세요.


6학년이 없는 5학급, 작은 학교입니다.


 .


저도 작은 학교에서 근무해봐서 알아요. 작은 학교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이 있죠. 그러니까, 교사 입장에서요.


이걸 ‘작은 학교’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동료 선생님들 모두가 친절하세요. 선의를 갖고 말씀하시고, 배려를 많이 해주세요. 교원이 적어서 한 사람에게 할당되는 일이 많을 텐데 서로 이해하며 하고 있어요. 학생지도 관련해서는 장점도 있어요.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 보니까, 학생 한명 한명을 살뜰히 살필 수 있어요.


 .


온라인 개학 중이잖아요. 작은 학교에서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수업자료를 준비해요. 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해 준 학습자료가 있어서 그걸 기본으로 준비합니다. 지원청에서 관내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어주었는데, 학생들이 접속해서 그날 수업 영상 자료를 보고 공부하는 형태예요. 출석 확인과 개인적인 피드백은 e-학습터에서 해 주었어요.


 .


각 가정마다 온라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스마트기기 같은 경우는, 학교에 있는 것을 우선 대여해주었어요. 그래도 부족한 것이 있어 도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았죠. 온라인 개학 전 담임 선생님들이 하나하나 조사하셨고요. 기기나 인터넷 보급보다 어려웠던 것은 사용법 교육이었어요. 홈페이지에 어떻게 접속해야 하는지, 기기와 와이파이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원격으로 알려주는데 어려움을 겪었죠.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어서, 어려워하는 가정은 직접 방문하여 안내해주었어요. 가정방문이 예민할 수 있는데, 학부모님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진행했어요.


 .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보니 선생님이 신경을 더 쓸 수 있었겠네요.


네. 학부모님께 고마웠어요. 온라인 개학 하면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학부모님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


분위기가 좋은 학교 같아요. 혹시 배구 때문일까요?


(웃음) 무슨 얘기 하시려는지 알아요. 우리 학교도 배구 해요. 게임이 이루어지려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하죠.


 .


모두 참여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배구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고, 잘하지도 않아요. 못하는 편에 가깝죠. 하지만 못한다고 뭐라 하는 사람은 없어요. 게임을 하면서 서로 돕고 즐기죠. 이 분위기가 업무 분위기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배구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눈치 주지도 않고요.                                              





                                                                                                                                                             

이제 인스타 라이브 인터뷰로 가겠습니다. 방송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질문이 있으면 해주세요.


와 떨리네요.


  .


선생님 화면 너머로 가야금이 보여요.


대학 시절 음악교육과를 선택했어요. 그 이유는 음악을 잘해서가 아니라, 대학 생활을 하며 배워보고 싶은 것이 많아서였어요. 음악교육과를 졸업하려면 졸업연주회를 해야 했는데, 그걸 위해서라면 4년 동안 악기 하나는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


가야금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많은 사람들이 국악의 가락을 낯설어 하잖아요. 그래서 못해도 잘 티가 안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


(웃음) 상상도 못한 이유인데요. 졸업 후에도 악기 연습을 하셨나요?


군 입대를 위해서 악기를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었습니다.


  .


이것도 상상도 못한 이유인데요? 가야금과 군입대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군악대로 다녀왔거든요. 해군에 국악대가 있어요. 지원할 당시에 가야금 TO가 나서 아주 운이 좋게 다녀왔습니다.


  .


와! 국악대라면 거기서 다른 악기도 많이 배우셨겠어요.


대취타 행사가 많아서 가야금보다 나각, 운라 같은 대취타 악기를 더 많이 만져본 것 같아요.


  .


가야금이 두 개가 보여요. 다른 건가요?


하나는 12현이고, 다른 하나는 25현 개량악기입니다. 해군 군악대에 복역하려면 25현 가야금을 연주 해야 한다고 들어서 급하게 준비를 했죠. 그때나 지금이나 실력은 많이 부족해요.


  .


선생님이 잘생겼다는 의견이 나와요. 학교 다닐 때 인싸 였을 것 같다고 하시네요.


인싸는 아니었고요. (웃음) 춤 동아리를 하긴 했었어요. 춤에 재능이 없어서 하다가 나왔죠.


  .


가야금을 하실 줄 안다는 것이 교직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교직 뿐만 아니라 삶 전체에 도움이 됩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연주하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될 때가 있어요. 물론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써먹었어요. 관내 학교가 모여 학습발표회를 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우리 학교는 따로 공연 관련 진행 중인 특색사업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유명 애니메이션 OST를 리코더와 함께 연주했었죠.


 .


가야금 연주가 필요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으시나요.


안 받을 수 없죠. 요즘 시국이 스트레스를 때고 싶어도 땔 수 없죠.


 .


스트레스 관리 방법 궁금합니다. 가능한 다른 사람이 참고할 수 있을만한 방법으로 알려주세요. 제가 가야금 연주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웃음) 카페를 자주 가요. 노트북과 책 들고, 빈둥거리면서 책 읽고 영상도 보고 하며 스트레스를 풀죠.


  .


자주 가시는 카페가 어딘가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요즘에는 못가죠. 근데 사태가 커지기 전에는 군산의 ‘올드브릭’이라는 카페가 있어요. 창고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카페인데, 아주 넓어서 아늑하게 시간 보낸 적이 많습니다.


또 김제에 ‘비스트로 한스’라는 카페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여기도 넓어서 자주 갑니다. 또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세요.                                              



                                                                                                                                                              

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도 추천 좀 해주세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을 추천해요. 요즘 읽고 있는 것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잠언 시집이에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논어도 읽고 있어요. 성경에서 말하는 황금률이 논어에서도 읽히는 거 아세요? ‘네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들에게도 하지 말라.’는 구절이요. 요즘 마음에 담고 있는 말입니다. 필사도 했어요.


 .


필사취미도 있으시군요.


제가 머리가 좋지 않아서, 책을 읽으면 남는 게 없어요. 읽은 티라도 내보자는 차원에서 필사를 시작했죠. 마음에 드는 구절은 꼭 필사하는 편입니다. 최근엔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라는 시를 필사했는데, ‘적당히’의 미덕을 재밌게 풀어낸 시에요.


  .


추천 장인이신 것 같은데, 유튜브 채널도 추천하실 수 있나요?


그럼요. ‘모험러’라는 분이 있어요. 게임 소개를 주로 하시고 다른 여러 컨텐츠를 올리는 분인데, 저는 그 중 게임 여행기를 좋아해요. 게임을 하다가도 여러 책 얘기를 해주시는데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


여러분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시청중인 분들과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다들 힘든 시기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시되, 최선을 다하느라 지친 ‘나’만의 치료공간을 만드셨으면 좋겠어요. 케렌시아라고 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렇게 인터뷰한 건 처음입니다. 인터뷰 소감을 묻고 싶어요.


정신이 없었어요 굉장히 떨렸고요. 저는 이런 경험이 아예 없거든요. 이렇게 자세하고 길게 저의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잘 되었나 모르겠어요.


  .


아주 잘 되었어요 (웃음)


고맙습니다. 긴장이 많이 되었지만 좋았어요. 다른 분들에게도 정선생의 인터뷰를 받는 경험, 추천하고 싶어요.




2020년 4월 26일 일요일


에디터 하루


라파엘 선생님을 만남                                              





정선생 블로그 : blog.naver.com/warm_hearted_teacher


정선생 인스타 : @warm.hearted.tea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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