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언크리치 감독 ‘코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 하지만 꿈으로 향하는 길은 멀기만 합니 다. 집안의 격렬한 반대 때문인데요, 이에 굴하지 않고 꿈을 이어가던 미 구엘은 자신의 우상이자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 가,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승에 돌아가려면 조상의 축 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미구엘은 저승에서 자신의 조상을 찾아 떠납니다.
픽사 다들 아시죠. 미국의 애니메이션 회사인데요. 영화 시작 전에 나오 는 픽사 마크는 일종의 품질 보증마크와 같아요. 이 마크를 달고 나오는 애니메이션은 모두 훌륭합니다. 매년 한 편 이상 영화를 발표하는데, 높 은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적까지 챙기고 있죠. 최근 약간 흔들리기도 했 지만요.
픽사의 작품을 이어서 보면 기술적인 부분에서 분명한 성취가 있습니다. 영화의 시작 부분. 미구엘의 목소리로 가족사를 알려주는 부분은 무척 창의적이고요.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금잔화다리와 그 세상 의 중심 장소를 묘사하는 부분은 엄청 화려하죠. 인물의 움직임이나 표 정은 더 말할 것 없이 좋고요. 특히 나이 든 어떤 인물의 주름에 햇볕이 비치는 장면의 디테일은, 픽사가 얼마나 많은 발전했는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이런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 라 이야기겠죠.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승과 저승이 번갈아 배경으로 등장하고, 이야기 중심에 아주 긴 가족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를 끌어가는 인물은 꿈 많고 재능 있는 소년이죠.
팁 한가지 말씀드리면, 보통 영화 전반부에 밑그림이라고 할까요? 그때 소개되는 소재들을 보고 이야기를 추측해보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어요. 이런 소재를 어떻게 다룰까 생각하면서 보는거죠. 그런 관점에 서 저는 이 영화가 꿈에 관한 이야기 일거라 생각했어요. 음악에 관한 재 능과 지치지 않는 꿈을 가진 인물, 그걸 막는 갈등 요소(가족 혹은 전통) 와 저승이라는 판타지 세계. 꿈을 이루기 위해 돕는 조력자. 딱 그려지지 않나요?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
하지만 우리의 픽사. 그리 간단하지 않더라고요. 이 영화는 보통의 그 주 인공들 뒤에 남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는 용서에 관한 이 야기예요.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입니다. 이 영화의 주요 설정이 있습니다. 저승 세계에서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지면 소멸합니다. 육체의 죽음 뒤의 또다른 죽음이 있는거죠. 그래서 산자의 ‘기억’은 무척 중요하 게 다루어집니다. 헥토르는 가족을 뒤에 남기고 꿈을 위해 떠나는 인물 이죠. 이기적이라고 볼 수 있죠? 어떻게 보면 미구엘의 행적과 닮았다고 볼 수 있어요. 헥토르는 가족을 떠날 때 남겨진 딸을 위해 곡을 만듭니 다. 이 영화의 주제곡 ‘Remember me’입니다. 날 기억해줘. 이거 아주 이 기적인 가사라고 생각 할 수 있죠? 갈 땐 언제고 날 기억 해 달라는거야? 이 곡이 영화에서 세 번 정도 나와요. 그때 이 곡을 누가 부르며, 누가 듣 는지를 보면. 또 이 곡이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면 이 곡에 담 긴 정서를 분명하게 알 수 있어요. 그건 미안함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이 노래는 미구엘이 코코에게 부릅니다. 사실 이때의 미 구엘은 헥토르의 대리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5대에 걸친 시간이 지나 원래의 화자가 원래의 청자에게 들려지는 순간은 정말 뭉클하죠.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인물인 ‘코코’가 영화의 제목인 이유가 여 기에서 드러나죠. 코코는 노래가 처음 만들어진 것도, 노래가 불려지는 이유도 ‘코코’니까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용서를 구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거죠. 이 영화에서만큼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름답게 그려진 영화가 없습니 다. 용서만큼 어려운 것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겠죠. 특히 아이들에게요. 저는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할때는 진심이어야 한다. 또 아주 오래 시간이 지나도 꼭 해야 한다. 이 두가지가 마음에 새겨지거든요.
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쉽게 눈을 떼기 어려울만큼 재미도 있고요. 이 영 화, 아직 보지 못한 분 있으면 꼭 추천합니다. 혼자 보실땐 밤에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Tip 이 영화 주제곡인 ‘Remember me’ 반주하기도 어렵지 않아요. 이 곡 으로 기타를 시작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