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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ug 26. 2020

정선생이 만나자고 해서 / 전에 없던 교육


망각의 축복이 있다는 게 다행이죠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눈물 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경기지역 21년 차 경력의 초등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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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엄청 선배님이시네요.

너무 놀라시는 거 아니에요? 저는 2000년 3월 1일에 발령받아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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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천년 선생님이네요. (웃음) 지금 근무하시는 학교는 몇 번째 학교인가요?

이번에 5번째네요. 한 학교를 제외하고는 5년씩 계속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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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근무하시는 학교를 설명해주세요.

이 학교에는 3년째 근무하고 있어요. 우리 학교는 긴 역사를 가진 큰 학교예요. 주변에 다른 학교도 10년 이상 되었지만, 우리 학교가 가장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죠. 지역의 사정으로 40학급을 운영할 수 있는 학교지만 현재는 특수포함 13학급이에요.

인터뷰 전 선도학교에 관해 얘기했는데, 개념을 좀 더 정확히 하면요. 보통 승진가산점이 있는 연구학교 중 선도학교가 있는데요. 우리 학교는 그런 개념의 선도학교는 아니에요. 코로나-19 이후 학교 교육, 온라인 교육을 연구하고 그 표준을 만들어 가는 학교인 것이죠. ‘먼저학교’, ‘처음학교’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네요.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그런 표준을 연구하고 있는 학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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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져요! 업무는 무엇을 맡고 있으신가요?

연구업무를 맡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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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부장이신 거죠?

네. 연구부장이죠. 요즘에는 교육혁신부장 등 다른 명칭을 많이 쓰죠.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니, 예전부터 쓰던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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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부장이라는 직책이 쉬운 일이 아닌데, 올해 특히 더 힘드셨죠.

망각의 축복이 있다는 게 다행이죠. 학년 초 같았으면 지금까지 버티진 못 했을 거예요. 저는 연구 업무 외에 돌봄, 학교 운동부 업무도 맡고 있어요. 긴급돌봄 등 전에 없던 일들을 진행하면서 교육과정을 준비하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전에 생활인권 부장은 2년 정도 했어요. 업무 맡고 계신 선생님은 공감하실 텐데, 학폭 업무 담당자는 항시 스트레스 상태예요. 누가 누구랑 싸웠다는 얘기만 들어도 바로 신경이 예민해지죠. 그런 긴장 상태의 2년을 겪었으니 다른 업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죠.

본교의 전임 부장님이 토대를 잘 쌓아주시기도 했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나름대로 자신도 있었어요. 그렇게 1월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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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하신 것이 다 뒤집어졌죠?

네. 설마 확진자가 더 늘어날까, 설마 개학이 연기가 될까 했는데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들이 현실로 닥쳐오더라고요. 학사일정도 바꿔야 했으니 거기에 따라 교육과정도 바꿔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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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상황을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너무 힘든 기억일 텐데 죄송합니다.

네. 힘든 기억이네요. 교육과정 전체를 다 바꿔야 했던 상황은 두 번 정도 있었어요. 이건 적은 편인데, 관리자분들이 유연하게 상황을 헤쳐 나가자고 하셨고 도움도 많이 주셨죠.

저 혼자 그 시기를 넘어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올해 상황은 힘들었지만 그만큼 동료 교사 학부모님들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죠. 돌봄 전담사님들도 힘드셨을 텐데 우리 학교에서는 정말 헌신적으로 도와주셨어요.

학교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해 주셨던 것이 큰 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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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중 처음 있으셨던 일이죠?

네. 전에 없던 상황이니, 전에 없던 교육이 필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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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교육을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3월로 기억해요. 학생들이 가정에서도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습포맷, 플랫폼을 정할 때였어요. 그때 마침 우리 학교의 한 선생님이 구글 클래스룸 연수를 받은 분이 있는데, 그분이 아이디어를 내셨죠. 구글 클래스룸은 원래 학습자료를 공유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온라인 학습에 적용하기로 했어요. 그것만 쓰기엔 불안해서 EBS 온라인 클래스, 학교 홈페이지 등 다른 플랫폼도 같이 썼어요.

이렇게 차곡차곡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고 있었고, 좋은교사 수업코칭연구소에 계신 옆반 선생님이 줌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어요. 전학공을 할 때 먼저 써봤는데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걸 한 학년에 시범 적용을 했고, 결과가 좋아 다른 학년에 확대 적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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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수업을 줌으로 운영하고 계신가요?

쌍방향이라는 말을 좀 다시 정의해볼게요. 사실 현재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은 쌍방향수업이라고 봐야죠. 우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궁금함을 댓글로 물어보고, 거기에 답 댓글을 주는데 이것도 쌍방향이죠. 피드백이 있으니까요. 줌은 다만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운영된다는 점이 다른 거겠죠. 줌을 만능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 학년도 있는데 계속 학생들이 잘 공부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주니 쌍방향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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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기엔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을 텐데, 선생님들의 이해도가 높네요.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은 없었어요. 제가 학년 군에서 나이가 두 번째로 많은데, 저도 원활하게 했거든요(웃음). 다들 어려운 부분은 스스로 공부하고 도움도 주고받으며 잘 적응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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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리자의 도움도 있었나요?

그럼요. 필요한 부분을 항상 물어보시고 기기도 사주셨고요. 계속 강조하지만, 모두의 도움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슬기로운 전학공



전학공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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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학습공동체(전학공)를 자랑해주세요.

음.. 원래 취지에 맞게 전학공을 운영한다는 게 자랑이죠. 모일 때마다 주제를 정해 더 공부해오고 거기에 맞게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전학공이 이어지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매일 일이 쏟아져서 지쳐있는 선생님들을 모아서 새로운 공부를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공부보다는 서로 고민을 나누고 차 한잔하는 시간이 돼요. 물론 그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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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전학공 생활을 위한 팁이 있을까요?

전학공의 팁이라 하면 세 가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단순하게 만든 거예요. 소속되어 있는 학년군에서 모이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가까운 학년군을 묶었죠. 그래서 ‘모이는’ 데 큰 힘이 들지 않게 만들었어요.

두 번째는 규모를 적정하게 한 거예요.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인원을 정한 거죠. 우리 전학공은 10명 정도로 했어요.

세 번째는 공공의 관심사를 찾은 거죠. 서로 궁금한 점들을 브레인스토밍해서 그 관심사를 묶을 수 있는 공통 주제를 선정했죠. 그게 우리의 경우는 미래교육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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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공의 성과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우리 학교의 기본적인 세팅이 전학공에서 나온 것 같아요. ‘미래교육’이 주제라고 했는데,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교육현실이 갑자기 다가온 미래잖아요 (웃음) 여기서 준비하고 의논하는 주제들이 실제 학교 운영에 바로바로 적용돼요. 플랫폼 구성, 문제점 개선과 피드백, 온라인 수업 운영 나눔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여기서 나왔어요. 당연히 이것은 학교 구성원분들과 교내연수등으로 나누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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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공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잘 참고하실 것 같아요.

아까 팁에 추가할 게 있어요. 우린 자주 밥을 먹었어요. 같이요.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웃음) 점심을 같이 먹었어요. 요리를 정말 잘하는 선생님이 있는데, 그분이 메인요리를 준비해주시면 서로 간식과 반찬을 갖고 와서 나누어 먹었죠. 물론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켰어요. 손씻고, 밥 먹으면서는 말을 하지 않고, 다 먹고나면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를 나눴죠. 안전거리를 지키느라 서로 떨어져 있었지만 마은은 가깝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알차고 따뜻한 점심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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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에 쌓인 인간관계가 전학공에서도 이어지겠네요.

인간관계는 전학공에서 뿐만 아니라 교직생활 전반에 중요해요. 우리 옆 반 선생님께서 은혜롭게 많은 자료를 공유해주시는 분이에요. 다른 학년 선생님들도 그렇게 해 주세요. 전 그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저희가 만약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서로 자료나 도움도 주고받지 않았을 거예요. 혼자 하는 거죠. 동료교사와 불편한 관계라면 교직생활은 힘들어요. 보기 싫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불편한 수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협력적인 관계일 때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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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6년째 스터디와 같아요. 임용시험 합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임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이어지는 이유로 서로의 관계를 뽑으셨거든요.

결국 사람이죠.


결국 사람이죠



미래교육에 관해 자세히 여쭤보고 싶어요. 너무 넓은 질문일 수 있는데, 미래교육에서 중요한 건 뭘까요?

결국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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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앞 질문의 답과 같네요.

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교육은 사람에 관한 걸 거예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요. 교육은 언제나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일이어야 해요. 지금 언택트 시대지만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이음을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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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학교의 역할은 뭘까요?

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는거죠. 다른 공간이 아닌 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은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협력이 실패하더라도 큰 리스크가 되지 않아요. 협력의 경험, 경쟁의 경험을 다양한 상황속에서 제공하는거죠. 이런 걸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거죠.


행복한 사람이 되라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의 역량을 합하는 건 드메 선생님의 역량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 칭찬해줘서. 이건 제가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은 아니에요. 경력이 쌓이면서, 다른 선생님의 장점과 능력, 특징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추측건대 교장 교감 선생님쯤 경력이 되면 아마 더 보일 거예요. 선생님들이 자신을 PR하지 않아도 저분은 어떤 장점이 있구나 하는 건 잘 보여요. 물론 아이들에게도 잘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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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경험에서 길러진다는 관점이 흥미로워요. 전 그 능력이 부러워요. 또 교사에게 매우 유용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타고난 걸까요? (웃음) 농담이에요. 이건 경력이 쌓여가면서 길러지는 것 같아요, 물론 선생님들에게 관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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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한번 채워볼까요? 그 관점에서 우리 정선생의 활동에 대해 컨설팅을 해주세요.

아 고맙다는 말부터 할게요. 전 정선생을 알았을 때, 그리고 정선생의 취지가 평범한 옆 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요 한달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우울함과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기뻤고 행복했어요. 큰 선물을 받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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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과분한 칭찬입니다. 우리 이렇게 계속하면 될까요?

(웃음) 네. 이대로 계~~속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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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사실 경력이 많은 분 눈에는 소꿉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무슨 말씀을. 누군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준다는 것. 선생님의 소중한 시간을 써서 저에게 집중해준다는 것. 정말 고맙고 저에게 특별한 경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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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쉬시나요?

정말 피곤할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려 해요. 드라마를 몰아서 보거나, 인스타그램 피드들을 쭉 훑어보거나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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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를 자주 보는 주제는 뭔가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요. 잘 꾸며진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잘 디자인된 나무 가구를 보면 참 좋아요. 연결된 취미인데 캠핑 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코로나-19 상황이라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서 가서 쉬는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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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라고 얘기해요. 좋지 않은 어른들, 힘든 현실에 관해 이야기 하지만 그러면서 나의 제자는 좋은 사람이 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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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0일

에디터 하루

드메 선생님을 만남



[정선생 블로그]

https://blog.naver.com/warm_hearted_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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