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보다는 ‘누구랑’
2020년에 몽골을 떠날 땐 힘들어서 도망치는 마음이 분명 많았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몽골도 마찬가지로 힘들었지만 그 전의 마음과 전혀 다르다.
매일 6시 반에 일어나고 새벽 1-2시에 자는 일상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은 맑았고, 마음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내 마음엔 사랑도 없고 메말랐다고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마음에 따뜻함이 차올랐다.
3년 전 몽골을 떠나고 싶었던 이유는 외롭고 쓸쓸함이 커서였다. 나를 챙겨주는 지부장님, 귀여운 센터 아이들을 매일 만날 수 있었지만 한국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었다. 내가 이들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 몽골이 달랐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가 아닐까.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십분 느꼈다.
23명이 복작대며 13일을 보내면서 눈물 날 정도로 웃은 적이 셀 수 없이 많고,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 또한 많다. 라오스에서는 매일 밤마다 울었는데 몽골에서는 매일 낮이며 밤이며 웃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한 명 한 명이 이리 소중하고 귀할까!
비록 만나고 싶은 아이들을 모두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나도 그대로고, 아이들도 그대로 여기에 있을 게 분명하니. 아이들에게 건네는 ‘내일 만나자’가 ‘다음에 만나자’로 바뀌는 순간 일상을 다시 열심히 살아갈 계기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