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봄 Jan 12. 2024

퇴사하고 가는 다섯 번째 인도

8년째, 인도만 다섯 번이다.

새로운 곳보다는 익숙한 곳에 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다시 인도에 간다.


인도에 다녀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거기 위험하지 않아?’

그럼 나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라며 인도에 대한 좋은 이야기


’근데 대체 인도 뭐가 그렇게 좋아? 왜 또 가는 거야?‘

’그냥 좋아. 말이 안 통해도 그 사람들이 그냥 좋아.‘


진짜 대체 뭐가 좋아서 인도를 다섯 번째 가게 된 걸까. 누가 가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온전히 여행을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니다.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의 나는 평소와 조금 달라진다.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없고, 다양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인도에만 가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음식은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하고, 물갈이는 기본이다. 근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불편함이 익숙하다는 게 아니다. 그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기에 그럴 수 있다.


인도에서 만난 찬드라반과 로티아나 마을의 아이들은 언제나 웃으며 나를 반겨주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렇게까지 오래 못 볼 줄은 몰랐지만(무려 5년이 지났다)! 말도 안 통하는 나에게 큰 환대를 베푼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런 경험이 한국에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몽골도 나한테 그렇다.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싫어서 한번 1년을 살아보자 하고 떠났던 몽골이다. 막상 살아보니 스스로가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사람인 걸 깨달아버려 울면서 보낸 날들이 참 많았다(심지어 내가 파견되어 일하던 도시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자체가 나 하나였다.)

바가노르, 몽골

파견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1년이라는 시간도 참 짧은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개발협력분야에서 무언가 하기에는 스스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두 나라이기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커졌다.


나름의 노력을 한 결과, 다니던 회사에서 몽골로 두 번 출장을 가게 되었고, 파견되어 일하던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기뻤다. 3년의 시간이 지난 후라 내가 알던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2월에 라오스 출장을 마치자마자 이놈의 회사는 더 이상 다닐 수가 없겠다고  느껴서 바로 인도행 티켓을 구입했다. 이런 장치가 있다면 무조건 퇴사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몽골 출장 후, 마음먹었던 퇴사에 성공하며(?) 인도에 갈 기회가 생겼다. 기회는 원래 스스로 만드는 거다. 퇴사하고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온전히 인도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우당탕탕 하나씩 해치우며 소소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힌디어도 못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닐까. 함께 있는 이 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어떠한 결과를 내겠다는 정량적인 목표보다는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싶었다.


퇴사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대강 내가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인도의 여정 또한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르차에서의 진득한 하루 보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