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인도만 다섯 번이다.
새로운 곳보다는 익숙한 곳에 가는 것이 좋다. 그래서 다시 인도에 간다.
인도에 다녀왔다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거기 위험하지 않아?’
그럼 나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라며 인도에 대한 좋은 이야기
’근데 대체 인도 뭐가 그렇게 좋아? 왜 또 가는 거야?‘
’그냥 좋아. 말이 안 통해도 그 사람들이 그냥 좋아.‘
진짜 대체 뭐가 좋아서 인도를 다섯 번째 가게 된 걸까. 누가 가라고 등을 떠민 것도 아니고,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온전히 여행을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니다.
살던 곳을 떠나 다른 장소에서의 나는 평소와 조금 달라진다. 꼭 해야만 하는 일도 없고, 다양한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인도에만 가면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음식은 안 맞고, 잠자리도 불편하고, 물갈이는 기본이다. 근데 그 불편함이 오히려 나를 편하게 만들어준다.
불편함이 익숙하다는 게 아니다. 그 불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기에 그럴 수 있다.
인도에서 만난 찬드라반과 로티아나 마을의 아이들은 언제나 웃으며 나를 반겨주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이렇게까지 오래 못 볼 줄은 몰랐지만(무려 5년이 지났다)! 말도 안 통하는 나에게 큰 환대를 베푼 사람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런 경험이 한국에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몽골도 나한테 그렇다. 봉사활동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싫어서 한번 1년을 살아보자 하고 떠났던 몽골이다. 막상 살아보니 스스로가 외로움을 굉장히 많이 느끼는 사람인 걸 깨달아버려 울면서 보낸 날들이 참 많았다(심지어 내가 파견되어 일하던 도시는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외국인 자체가 나 하나였다.)
파견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1년이라는 시간도 참 짧은 시간이라는 걸 알았고, 개발협력분야에서 무언가 하기에는 스스로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두 나라이기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커졌다.
나름의 노력을 한 결과, 다니던 회사에서 몽골로 두 번 출장을 가게 되었고, 파견되어 일하던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어 기뻤다. 3년의 시간이 지난 후라 내가 알던 아이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무언가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2023년 2월에 라오스 출장을 마치자마자 이놈의 회사는 더 이상 다닐 수가 없겠다고 느껴서 바로 인도행 티켓을 구입했다. 이런 장치가 있다면 무조건 퇴사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몽골 출장 후, 마음먹었던 퇴사에 성공하며(?) 인도에 갈 기회가 생겼다. 기회는 원래 스스로 만드는 거다. 퇴사하고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온전히 인도 프로젝트를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우당탕탕 하나씩 해치우며 소소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힌디어도 못하는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닐까. 함께 있는 이 순간을 즐겁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어떠한 결과를 내겠다는 정량적인 목표보다는 현재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싶었다.
퇴사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 대강 내가 해야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인도의 여정 또한 나에게 좋은 양분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