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9일의 기록
따뜻하게 잠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추웠다. 창문 밖으로 들어오는 빛이 너무 강해서 벌써 아침인 줄 알았지만 아직 세시인 걸 확인하고는 다시 누웠다. 새벽에 두세 번 깨는 바람에 오늘은 알람시간에 겨우 맞춰 일어났다.
오늘 요가도 역시나 좋았다. 나무자세부터 핸드스탠딩까지... 어려운 자세들이 많았지만 그 자체로 좋다. 오르차에서 남은 시간이 아직 이틀 더 있지만 아침부터 바쁜 날들이라 오늘이 마지막 요가였다. 다음을 또 기약한다.
역시나 오늘도 10시 반쯤 준비가 되었고, 아이들을 위한 음식과 함께 출발했다. 오늘은 그동안 보다 훨씬 추웠다. 활동하는 내내 손발이 오들오들 떨려서 잠깐잠깐씩 아이들을 꼭 안고 있었다. 추워하는 아이들을 보며 추운데 밖에서 우리와 함께 해주는 것에 대해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느껴졌다.
2016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 마지막으로 왔던 2019년까지 단 한 번도 추웠던 적이 없던 곳이다. 올해는 유난히도 춥다. 밤새 내려앉은 안개는 오후가 되어도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은 나무며 쓰레기며 잔뜩 태워 불 곁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이것저것 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 이게 연기인지 안개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오르차만 해도 모자, 머플러를 두른 사람들이 가득하지만 이런 작은 마을에는 보온을 위한 옷들이 부족하다.
추운 나라가 아니다 보니, 이번 겨울이 더욱 춥게 느껴지고, 난방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플리스에 바람막이까지 껴입은 우리도 추운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추울까. 게다가 맨발, 구멍 난 양말을 신은 아이들을 보니 더 마음이 아팠다. 내일은 아이들에게 양말과 모자를 사다 줘야지. 돈이 다 떨어지더라도 아이들에게 많은 걸 해주고 싶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곳 아이들은 그림 그리는 걸 어려워한다. 무언가를 보고 그리는 건 잘 하지만, 주제를 던져주고 마음대로 그리는 건 쉽지 않다. 오늘도 좋아하는 것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었는데 다들 색칠만 하고, 그림은 거의 없었다. 좋아하는 걸 찾아주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겠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뿌연 연기 혹은 안갯속의 바오밥 나무를 보고 왔다. 겨울에만 와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건지 항상 나뭇잎이 없어 휑하다. 그래도 크기만으로 엄청난 압도감을 주는 나무다.
저녁에는 근처에 있는 오르차 팰리스 리조트에 가서 식사를 했다. 함께 해준 동생들이 고마워 밥을 사기로 했다. 역시 리조트라 그런지 와이파이도 빠르고 음식도 맛있었다. 다음에 오르차에 온다면 꼭 다시 올 식당 중 하나!
얼마 전에 쪼리가 살짝 찢어졌는데 오늘은 운동화 신은 채로 소똥을 밟았다. 둘 다 버리고 새로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내일 씻어서 신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가면 신을 신발 많은데 굳이 돈 쓸 필요는 없겠다 싶다.
내일은 정말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는 로스니를 만나고, 오후에 찬드라반, 로티아나 마을에 가기로 했다. 올해의 마지막 인사를 잘 나누고 올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