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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an 22. 2024

다시 오는 날을 기다리며, 피르밀렝게

2024년 1월 20일의 기록

설주언니의 부탁으로 아침 일찍 로스니가 살고 있는 동네로 향했다. 오르차에서 차로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에 살고 있는 로스니는 몇 년 전 남편으로부터 도망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다시 만난 로스니


인도에는 아직도 조혼 문화가 있다. 12-13살 정도가 되면 결혼을 하는데 대도시라면 몰라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아직 성장기의, 갓 생리를 시작한 여자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바로 임신을 한다. 자신의 성장이 제대로 끝나지도 않은 채 뱃속에 아이를 갖게 된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래서인지 찬드라반, 로티아나 마을의 엄마들을 보면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 보인다. 사실 그들은 아직 갓 스물을 넘겼을 뿐이다.


이번에 로티아나 마을에서도 엄마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자기소개를 부탁하니 25살이라고 했다. 딸의 나이는 13살이었다. 한국의 평균 초경 나이는 11-14세이다. 인도라고 별반 다를 것 없이 비슷하겠지.

어떻게 이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문화가 생긴 걸까.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애정도 없는 사람과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가 아는 로스니 말고도 이런 아이들이 인도 곳곳에 많겠지.


로스니를 만나고 와서 찬드라반 마을에 갔다. 어제 산 양말과 모자를 나눠주고, 직접 씌워주었다. 모자 한 개와 양말 한 켤레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피르밀렝게’라고 다시 보자고 인사했는데 아이들은 ‘까르밀렝게’라고 장난치며 대답했다. 진짜로 내일도 오고 싶은걸...!

한 명 한 명 꼭 안으며 인사하는데 내가 안는 것보다 더 세게 안아주는 아이들의 포옹에 갑자기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들의 손길에, 스마일이라고 외치는 말이 마음을 계속 붙잡았다.

항상 다시 보자고 인사했던 약속을 겨우겨우 지켜낸 내가 대견하다.


올 때마다 ‘다음에 또 와야지’라고 마음 먹지만 쉽게 마음먹고 올 수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찬드라반, 로티아나 마을 아이들을 만나고, 알게 된 것, 작지만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경험이고, 감사한 일이다.


다음에는 더 온전히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아마 할머니가 되더라도 이곳에 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동안 마을에 가면서 사용한 돈을 정산했다. 계획 없이 써서 가져온 후원금 외에 개인돈을 거의 80만 원 가까이 지출했지만 그동안 오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며 내보내기로 했다. 그 돈이 없다고 남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가서 당장 굶어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 감사하며,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후원금 사용 내역은 2월 귀국 후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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