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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an 26. 2024

우다이푸르에서 만난 사람들

2024년 1월 24일의 기록

인도여행 단톡방에 우다이푸르에서 차 한잔 하자고 올리신 분이 있어 수민, 현주, 우인과 함께 만났다. 목포에서 오신 J님은 혼자 여행 중이셨는데 우다이푸르에서 뭐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하셨다고 하여 함께 쿠킹클래스를 듣기로 했다.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쿠킹클래스 시세를 알아봤는데 최소 1,000루피에서 1,500루피까지였다. 인도 음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은 못 먹는 사람으로서 많은 돈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있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지나가던 길에 있는 기념품 가게 바야에게 쿠킹클래스를 하냐고 여쭤봤다. - 지금에서야 하는 생각이지만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쿠킹클래스를 하냐고 물어본 나... 무슨 생각이었을까...? - 하여튼 쿠킹클래스를 하신다며 인당 300루피라고 했다. 2-3가지의 메뉴를 만들고, 너희가 인도를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다며 많이 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바로 오케이 하고, 기념품샵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바야의 집으로 향했다


12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에 끝난 쿠킹클래스. 요리를 배우는 것보다도 머물렀던 시간 자체가 귀했다. 마늘과 양파, 완두콩을 까는 것으로 시작해 J님은 아들과 함께 빠니르와 옥수수를 사러 다녀왔다. 엄마는 마타르 빠니르, 달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고, 딸인 Afia는 짜파티와 짜이 만드는 방법을 알려줬다. 온 집안사람들과 함께 한 쿠킹클래스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인도는 좋지만 인도 음식은 잘 못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잘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역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역시 무엇을 하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맞다. 쿠킹클래스를 들었다기보다는 인도 가정집의 일상을 함께 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딸인 Afia는 24살인데, 5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다가 두 달 동안 쉬는 중이라고 했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인도 사람과는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왜인지 너무나도 알 것 같았다. Afia는 인도 남자들은 너무 가부장적이고, 이기적인 면이 있어 외국인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오르차의 딘과 맘따, 무끄와 니비만 봐도 여자는 결혼 후 가정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Afia의 말이 공감이 되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결혼 시기는 20살이 넘어서일 때가 많은데 오르차와 같이 소도시에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마을의 아이들은 12-13살에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Afia의 어머니는 14살에 결혼을 했다. 이 가정은 무슬림이라 카스트 제도에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또한 동네의 분위기에 따라 다른 듯하다. 무슬림이어도 카스트 제도를 따르기도 한다. 워낙 큰 나라이고, 인구도 많다 보니 한 가지를 따르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폐지되었다고 배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안 그래도 찬드라반과 로티아나 마을에서 조혼, 카스트 등 인도의 오래된 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고 왔는데 현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 인도 사진을 올리며 인도 팔로워와 디엠이 급 증가했는데 그중에서도 ’너 이런 동네 왜 가? 인도인들도 가지 않는 위험한 곳이야. 인도의 가난한 부분만을 보여주지 마.‘ 라며 훈수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에 응원의 댓글과 디엠도 오는 편이다.


찬드라반과 로티아나 마을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인도의 안 좋은 면이라고 생각하다니. 그들의 순수함을 무시하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노역을 지게 한 타지마할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웃음이 오히려 인도의 좋은 모습일 수도 있다. 물론 타지마할을 실제로 보면 웅장함과 정교함에 놀랄 수 밖에 없다.


아유. 하여튼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 수록, 이야기하면 할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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