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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an 30. 2024

인도, 사막에서의 하룻밤

2024년 1월 27일의 기록, 자이살메르에서

12시간의 슬리핑 버스를 타고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다. 인도에 다섯 번 오면서 자이살메르는 처음이다. 이미 몽골 고비사막에 가본 터라 사막에 대한 로망은 크게 없어서 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동행들과 이야기하며 계획에 넣게 되었다.

좁은 버스 그리고 구멍 뚫린 에어컨


자이살메르에 유명한 사막 사파리세 군데가 있는데 예약할 당시에 별로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어서 큰 이유 없이 원빈 사파리를 선택했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나오며 유명해진 원빈이 운영하는 곳이다. 숙소에 서 대충 씻고 한식으로 유명한 가지식당으로 향했다. 그동안 라면포트에 누룽지, 라면 등 나름의 한식을 만들어먹기도 하고, 식당에서 시켜 먹은 적은 있지만 좀 제대로 된 한식을 먹어보고 싶었다! 이것저것 시켜서 배부르게 먹었다. 가지네에서 먹은 비빔국수는 잊을 수 없다 ...


사막에서 먹을 간식거리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필요한 짐을 챙겨 지프차에 탔다. 우리 넷이 가는 줄 알았는데 우리 말고도 사막 사파리에 가는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8명과 짐을 잔뜩 실어 구겨진 채로 지프차를 타고 이동했다. 외국인은 우리 넷과 영국에서 온 Will까지 다섯 명이었다. 24살인 Will은 해군에서 기계공으로 일하다 세계여행 중이었다. 난 당연히 영국인은 모두 젠틀맨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는 사실 ...

하여튼 사막 근처에 도착해서 낙타를 만났다. 낙타를 타고 또 30분 정도 오늘 머무를 사막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한 곳에는 텐트(?)라고 할만한 천막과 이불들이 잔뜩 쌓여있고, 전날 불 피운 흔적도 남아있었다. 일단 짐을 내려놓고, 모래언덕으로 뛰어 올라갔다. 언덕에서 구르고, 뛰고, 모래를 매트리스 삼아 유도를 배우고, 모래 하나만 있어도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다니. 마치 어린아이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바닷가에서 놀듯이 모래찜질도 하고!


우리 다섯이 끝인 줄 알았는데 낙타를 타고 계속해서 사람들이 도착했다. 모두 남인도, 께릴라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세 그룹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한 도시에서 온 것도 참 신기하다. 한 그룹은 우리처럼 봉사활동+여행을 하러 라자스탄에 왔고, 두 그룹은 대학생 친구들끼리 여행을 하러 왔다. 누가 누구랑 왔는지 계속 헷갈렸지만 하루를 같이 지내다 보니 이제야 이름도 겨우, 어떤 그룹에서 왔는지도 기억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룹싸니. 초등학교 선생님인 룹싸니는 아즈메르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일주일을 보내고 왔다고 한다. 룹싸니와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이놈의 카스트가 뭐길래!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음식 하나 못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는 걸까. 룹싸니가 간 마을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사용할 일이 없다고 했다. 화장실을 사용할 일이 없을 정도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삶은 어떨까...


한국에서나 인도에서나 음식을 먹을 때 배가 부르거나 내 취향이 아니면 음식을 남기는 일이 흔하다. 항상 적당히 만들어서 먹자고 생각하는데 많이 만들 때도 있다. 대학생 때 에코캠퍼스실천단 활동에서 ‘빈그릇 운동’을 했었다. 학식을 남기지 않고 빈그릇을 인증하는 활동이었는데 그때는 잔반에 대해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활동 중 하나니까 해야지.라고만 생각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느끼고, 채식을 시작하며 잔반, 음식물쓰레기 등에 대한 문제도 더 깊게 생각하고,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다짐하게 되었던 순간이다.


저녁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사람들과 모두 모여 불을 피우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다. 각자 자기 지역의 노래를 불렀다. 남인도의 말레알람어, 영국의 영어, 한국의 한국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것 또한 감사다.

인도 탄두리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너무 길어서,,, 한 번에 쓰기 귀찮아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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