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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Feb 04. 2024

자이살메르, 사막과 호수에서 만난 사람들

2024년 1월 28일의 기록

저녁까지 두둑이 먹고, 께릴라 사람들의 높은 텐션을 따라갈 수 없는 우리는 천막 안에 들어가 남은 밤을 보냈다. 과자를 먹으며 적당히 시간을 보내고 잠을 잤다. 모래 위에 두꺼운 담요가 한 장 깔려있고, 그 위에 누워 스카프 한 장을 덮고 잤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안 추워서 스카프 한 장으로 버티려고 했는데(심지어 핫팩도 나눔 했다...) 사막의 밤은 추웠다... 한 시간마다 한 번씩 깨고, 결국 뭔가 덮기에 찝찝한 담요를 두 개나 덮고 잤다. 백패킹 하면서도 이렇게 춥게 잔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다음에 사막에 온다면 제대로 준비해서 와야지!

아침식사로는 매기라면과 달리아, 빵과 쨈을 먹었다. 그리고 짜이에 폭 담가 먹는 애기과자까지! 달리아는 뭔가 고소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퀴노아 같은 식감이었는데 매기라면과 함께 먹으니 단짠 조합이 최고였다. 어젯밤에는 그렇게 배부르다 해놓고 아침을 너무 잘 먹은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아 그리고 여기서는 설거지를 모래로 한다. 세제 없이... 물 없이... 이것이 바로 친환경일까...? 왠지 음식 먹을 때마다 모래가 씹히더라니?

모래설거지

숙소에 돌아와서 온몸을 빨래하듯이 씻었다. 아무리 씻어도 모래가 나오는 것 같았달까. 자이살메르 성 구경은 내일로 미뤄두고, gadisar 호수 근처의 카페에서 좀 휴식을 취했다. 오리배를 탈까 고민하는 중에 전날 사막투어에서 만난 jeff와 친구들을 만나 호숫가를 함께 산책했다. 멋진 일몰도 함께 보고, 악어의 흔적도 만났다. 호수에 악어가 있으니 너무 물 가까이로 가지 말라고 했다. 쟤네 장난이 좀 심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악어가 있었다. 사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악어 비슷한 형체를 보았다...! 여기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었네.


요즘 연락하는 인도 친구가 생겼는데 인도의 카스트 제도,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도라는 국가의 경제 수준을 봤을 때는 높은 편이기에 개발협력사업의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인도 곳곳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았다. 누군가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에 어려움이 많다.


가장 먼저는 의사소통. 대부분의 개발협력사업이 그렇지만 내가 느낀 인도는 특히나 현지 조력자가 중요하다. 나라가 큰 만큼 언어나 사투리도 다양하다. 오르차만 해도 표준 힌디어와 조금 다른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카스트 때문에 문화적인 차이를 외국인이 이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일단 힌디어부터 공부해서 도움 없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딘의 말에 의하면 해외 NGO의 활동이 인도 내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었다고 한다. 단체의 활동이 어렵다면 더더욱 현지 조력자가 중요해졌다. 딘과 무끄가 계속해서 해외 NGO 활동이 안된다고 해서, ‘그래도 너희가 우릴 도와줄 수 있잖아.’라고 가스라이팅(?)을 했다. 할머니 되어서도 여기 올 건데,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말로!


또 금전적인 문제가 있다. 규모가 작든 크든, 모든 원조에는 돈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음식, 옷 등을 제공하려면 돈으로 구매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만이라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올 수 있다면 운영에 필요한 돈도 전달할 수 있고, 잘 운영되는 지도 살펴볼 수 있을 텐데. 한국이든 인도든 후원을 받는 일도 중요하다. 언제나와 같은 마음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부터 길러야 하는데, 그 힘을 기르려면 일단 잘 먹고 힘을 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려면 내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결국은 돈, 시간, 그리고 언어가 중요하다.


빙빙 도는 이야기 같지만, 맞다. 어떻게 해야 할지, 뭘 해야 할지, 아는데 못하는 것뿐이다. 내 시간과 마음을 인도에 온전히 쏟고 싶다.


얼마 전 우다이푸르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요가를 다녀왔는데 요가쌤이 그러셨다.

‘여러분은 지금 여행 중입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럴수록 더 내려놓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해요.’

머리를 띵 울리는 말! 이전의 인도 여정에서와 다르게 현지인들과 많은 소통을 하다 보니 내 머릿속에서 내용이 뒤죽박죽 섞이고 정리가 안 되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 인풋이 너무 많으니 아웃풋이 나오기 전에 머릿속이 그냥 혼란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을 만나며 궁금했던 것,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받아들이는 속도보다 빠른 탓에 정리가 안 됐나 보다. 그래서 남은 일정은 좀 더 기록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새로운 것들을 만나는 것보다!


일단 인도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그래서, 나랑 인도 같이 갈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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