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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Feb 05. 2024

자이살메르, 뜨거운 날씨가 괜찮은 이유

2024년 1월 29일의 기록

숙소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자이살메르 성의 모습이 궁금했다. 아직도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지 않을까.


성으로 가는 길에 시원한 파인애플 주스를 하나 사 마셨다. 인도는 신선한 과일을 바로 짜서 만드는 주스 가게가 정말 많다. 라자스탄 지역은 건조한 기후라 과일이 쉽게 나지 않을 텐데 인도의 다른 지역에서 가져오는 걸까? 한국이라면 가격 때문에 선뜻 마시지 못하는 주스를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


성문을 지나 자이살메르 성 안으로 들어갔다. ‘골든 포트’라고도 불리는 이 성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전체가 황금빛을 띠고 있다. 밖에서 봤을 때도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게 느껴졌는데 안을 둘러보니 미로 같은 길이 이어져 더 신기했다. 성 안에는 기념품 가게, 식당, 호텔 등이 많은데 곳곳에 재미있는 물품들을 파는 곳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웡카처럼 유리병이 담겨있던 슈트케이스를 펼쳐놓고 향수를 팔던 분이었다.

투박한 은색 병에 네임펜으로 적은 듯한 향의 이름들. 비싸지 않아 보이지만 그대로의 멋이 묻어 있는 작은 유리병들. 한참을 서서 시향해보다 결국 각자 두 병씩이나 사고 말았다. 긴 꼬챙이 끝에 솜을 뭉쳐 향을 묻히고, 솜을 여러 번 잡아 뜯어 면봉의 끝 부분처럼 만들어 우리의 한쪽 귀에 각각 꽂아주셨다. 인도 사람들은 이렇게 향을 유지하고 맡는다고 하셨다. 인도 사람에 한발 가까워진 느낌!


자이살메르에서는 어디를 걷든 모래가 발에 치이는데, 그에 맞게 햇빛도 장난이 아니다. 루프탑에서 점심을 먹다가 실신할 뻔했다 정말로.

낮은 뜨겁고, 밤은 차가우니, 역시 사막이 맞았다.


이제 조드푸르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

같은 구역에 앉은 인도 부부와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들은 먹보라며 과자를 많이 가져왔으니 같이 먹자며 계속해서 이것저것 주셨다. 우리가 만난 인도사람들은 하나 같이 아낌없는 나무 같은 사람들이었다. 괜찮다고 거절해도 계속해서 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 사기당하는 일도, 위험한 일도 종종 일어나는 인도이지만, 이런 따뜻한 사람들이 있기에 계속해서 찾게 된다.


인도에 다섯 번째 간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물어봤다. 무슨 매력이 있길래 또 가는 거냐고. 이번에 같이 온 현주도 여정의 초반부터 ‘언니는 인도에 왜 계속 오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때마다 ’ 나도 몰라. 그냥 좋은데?‘로 대충 대답을 했다. 정말로 모르겠는걸. 그냥 좋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사람들과 새로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과 짧은 힌디어로, 영어로 별 중요할 거 없는 대화를 나누지만 그 대화 안에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서로가 늘 행복하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라는 좋은 마음이 가득하다.


언제나 나쁜 것보다 좋은 것들이 많기에, 그 나쁜 것들을 이겨내고도 많은 힘이 남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이 좋은 것들을 나누고 싶고, 함께 느낄 수 있다면 훨씬 좋겠지! 언젠가는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과 인도에 함께 와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장소들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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