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0일의 기록
설주언니의 부탁으로 아침 일찍 로스니가 살고 있는 동네로 향했다. 오르차에서 차로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에 살고 있는 로스니는 몇 년 전 남편으로부터 도망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인도에는 아직도 조혼 문화가 있다. 12-13살 정도가 되면 결혼을 하는데 대도시라면 몰라도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아직 성장기의, 갓 생리를 시작한 여자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바로 임신을 한다. 자신의 성장이 제대로 끝나지도 않은 채 뱃속에 아이를 갖게 된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래서인지 찬드라반, 로티아나 마을의 엄마들을 보면 나보다 나이가 한참 많아 보인다. 사실 그들은 아직 갓 스물을 넘겼을 뿐이다.
이번에 로티아나 마을에서도 엄마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자기소개를 부탁하니 25살이라고 했다. 딸의 나이는 13살이었다. 한국의 평균 초경 나이는 11-14세이다. 인도라고 별반 다를 것 없이 비슷하겠지.
어떻게 이런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는 문화가 생긴 걸까.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에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애정도 없는 사람과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가 아는 로스니 말고도 이런 아이들이 인도 곳곳에 많겠지.
로스니를 만나고 와서 찬드라반 마을에 갔다. 어제 산 양말과 모자를 나눠주고, 직접 씌워주었다. 모자 한 개와 양말 한 켤레만으로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 ‘피르밀렝게’라고 다시 보자고 인사했는데 아이들은 ‘까르밀렝게’라고 장난치며 대답했다. 진짜로 내일도 오고 싶은걸...!
한 명 한 명 꼭 안으며 인사하는데 내가 안는 것보다 더 세게 안아주는 아이들의 포옹에 갑자기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들의 손길에, 스마일이라고 외치는 말이 마음을 계속 붙잡았다.
항상 다시 보자고 인사했던 약속을 겨우겨우 지켜낸 내가 대견하다.
올 때마다 ‘다음에 또 와야지’라고 마음 먹지만 쉽게 마음먹고 올 수가 없어 아쉬움이 크다.
찬드라반, 로티아나 마을 아이들을 만나고, 알게 된 것, 작지만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엄청난 경험이고, 감사한 일이다.
다음에는 더 온전히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
아마 할머니가 되더라도 이곳에 오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그동안 마을에 가면서 사용한 돈을 정산했다. 계획 없이 써서 가져온 후원금 외에 개인돈을 거의 80만 원 가까이 지출했지만 그동안 오지 못했던 때를 생각하며 내보내기로 했다. 그 돈이 없다고 남은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가서 당장 굶어야 하는 상황이 아님에 감사하며,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으니까.
후원금 사용 내역은 2월 귀국 후 차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