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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of Spades Jun 26. 2021

커피만 마시면 다른 사람이 된다

Big man in a suit of... COFFEE

자주 축 늘어져있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지 않아 보일 수 있겠으나 - 잘 앉아있거나, 잘 서있거나, 잘 걸어다니거나

마음속은 멍만 때리며 나태하게 1초, 1초 보내가는 그런 인간이 나이다


하다 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커피 한잔을 빠르게 타마시고 나면

간단한 대화들까지 즐겁게 해낼 수 있다

의견개진이 너무나 수월해진다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런 효과는 한 두~세 시간 정도 가는 것 같다

그리고 나면 다시 평소대로의 재미없는 내 모습으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남들은 어떤 모습의 나를 보고 나와 어울리려 하는가

어떤 모습의 내가 진정한 내 모습이라고 생각할까


활력과 더불어

자존감의 정도도 함께 오르락내리락

나는 혈중 카페인 농도가 어느 정도 높은 시점의 나를 타인들이 보다 잘 기억해주길 바란다

단순히 조울증이 좀 있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만 하고 넘어갈지도 모르겠고

아침에 출근만 하면 항상 우울해하나 보다,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예 별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지 - 이게 차라리 마음이 제일 편하겠다


커피 없는 나는 나답지 않게 느껴진다

톡톡 치고 한 번에 탁 따는 스틱을 까고

텀블러에 물을 적당히 부어 넣고

과하지 않게 흔들어, 흔들어 마셔 넘기는

하루에 두 잔, 많게는 세 잔

이게 없이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아

혀조차 잘 굴러다니지 않아

태어나면서 달고 나오는 신장도, 간도, 심장도 아닌 이걸

매일 여러 봉지씩을 나는 기어코, 목숨 걸고 모시듯 챙겨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아무도 법으로 막지 않지만

어느새 나는 이 공산품 한 품목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나


따뜻한 몇 모금을 마시고 나면 혹시나 생길까 싶은 구취가 염려되어

귤을 하나 까먹건, 리스테린을 구강에 털어 넣건 하며

카페인 뽕이 떨어지기까지 남아있는 시간을 활기 넘치게 보낸다


지금 글을 쓰는 나의 피 속에는 유의미한 농도의 카페인이 흐르고 있지 않다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을 느끼는 나의 의식, 떨어져서 사는 것이 상상되지 않는 내일

모두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모든 것이 중립적인 - 0의 상황에서 나를 돌아봤어도 내가 우울해했을까

지금 내 몸 속을 돌고 있는 커피가 부족해서 내가 우울한 것인가

알 수 없다

나 자신에 대한 사소한 질문 하나임에도

정확한 답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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