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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ck of Spades Mar 18. 2022

Murphy

3월 중순이 되니 세잎클로버, 네잎클로버 장식을 한 하네스나 목줄을 차고 내원하는 개들이 많아졌다.


호흡곤란으로 찾아온 닥스훈트 한마리가 클로버 장식이 가득 그려진 녹색 목줄을 차고 있길래 "너이 부모님이 아일랜드에서 왔니?" 하고 물어보고 있으니 도와주던 간호사선생님이 "그럴거에요. 이름 보면 아일랜드계가 맞아요." 라 대답했다.


태그를 확인해보니 확실히 이름이 Murphy 다. 나이는 벌써 12살, 이전 내원기록 병력란에 적힌 걸 보면 가족들이 새끼강아지일때부터 돌봐왔다고 하고.


3월 17일은 성 패트릭 축일, 아일랜드계 주민들이 각별히 챙기는 기념일이다. 나는 Murphy가 매 해,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이 명절 전후로 얼마나 특별한 일들을 겪었을지 생각했다. 어떤 해에는 멀리서부터 온 친척들을 반겼을 것이다. 특별한 옷, 혹은 선물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간식이나 밥을 실컷 먹었을수도 있겠다.


그랬을 그가 12살 생일을 넘기고, 어느 날 오후부터 기력이 없어보이더니 밤새 가쁘게 숨을 쉬었다. 걱정하던 가족들은 아침 일찍부터 Murphy를 데리고 병원까지 달려왔다. 나는 이 시기를 전후로 특별히 준비해왔을 목줄을 채우며, 가족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했다. 클로버가 한국에서와 같이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면,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뭔가 좋은 조치를 받을 수 있기를 기원했을 것 같았다. 양쪽 눈 모두 회색빛으로 흐려진, 여전히 귀엽고 안쓰러운 이 강아지가 빨리 나을 수 있기를 소원했을 것 같았다.


차트에 O2, 진통제를 체크하고 흉부방사선 오더를 기록했다.


'호흡이 안정되었을 때에만 검사 진행'


신체검사상 확인된 여러가지 항목들이 나를 걱정하게 만든다. 나는 어째서 개와 고양이들의 시간이 사람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빨리 흐르는지, 지금 보고 있는 이 개가 직접 눈과 코로 경험했을 3월 17일이 고작 12번밖에 안 되었을텐데 왜 내가 걱정하는 병을 이 개가 벌써 가지고 있는지 생각했다.


좀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노트를 준비해 진찰실로 들어갔다. 로비에 Murphy 의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인다. 나는 유쾌하지 않을 이야기를 꺼내야만 했다.


'방사선 결과가 나와야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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