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뭐가 그리 어렵냐면
그러니까 글 쓰는 게 왜 이렇게 어렵고 죽겠냐면, 인 서울 4년제 문예창작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어서 글쓰기 방법론도 모르고, 그저 고3 때 모토가 폼생폼사였기 때문에 패션학과에 진학한 게 문제의 발단이라면 발단이다.
대학교 3학년 실기 수업 때 처음 재봉틀질로 만든 바지는 한 번 만들고, 두 번 만들고, 세 번, 네 번 만들어도 꼭 주머니나 가랑이 이음새 부분에 구멍이 나서, 교수한테 “얘야, 너는 도대체 앞으로 어떡하려고 그러니. 너 정말 패션 쪽으로 취업할 거니?” 소리나 듣다 보니 또 패션은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일찍 깨달은 게 그다음 문제인 것이다.
4학년 마지막 학기에는 취업을 해야 취업 예정 졸업자로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는데, 재봉틀만 만졌다 하면 꼭 어딘가에 구멍을 내는 나로서는 패션 쪽으로는 죽어도 취업 못할 것이 분명하고, 디지털 시대에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나 뭐든 배워두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어찌저찌 덜컥 디자이너가 된 게 또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처럼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포부 따위 내게는 없었던 게 화근. 디자인 역사라든가 디자인 언어라든가 그런 건 당연히 모르고 겨우 포토샵이나 할 줄 아는 나를 받아주는 에이전시는 당연히 없고, 결국은 팸플릿이나 회사소개서나 명함 같은 걸 만들 디자이너가 필요하기는 한데,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이 있는 디자이너는 골치 아프니 적당히 어도비 툴이나 만질 줄 아는 디자이너를 원하는 그런 회사에 간신히 들어가 다니고 있는 게 참 문제인 것이다.
그러다 이게 내 길이 맞나, 개 퇴물 디자이너로 살다 죽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어쩌다 또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는지는 나도 모르고, 우리 아빠도 모르고, 엄마도 모르고, 부처님도 모르는데 아무튼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니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문장은 짧게 써야 한다는데 본디 나는 말도 많고, 중간에 숨 쉬는 틈에 누가 끼어들까 봐 숨도 안 쉬고 말하는 게 버릇인데, 이렇게 말 많은 사람이 문장을 어디에서, 어떻게 끊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도대체 왜 끊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둘째, 도대체 웃음소리는 글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나는 낄낄 웃지도 않고, 하하 웃지도 않고, 그렇다고 큭큭 웃지도 않는데, 내 웃음소리를 글로 정확히 표현하려면 뭐라고 써야 하는지. 그런데 웃음소리를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는 게 그리 중요한 일이냐 하면 그건 또 내가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히 정답을 내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냥 ‘ㅋㅋㅋ’로 쓰고 넘어가면 안 되는 건지, 이게 무슨 무슨 법에 걸리는 건지 세상에 소리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킥킥’이라고 쓸까 ‘끅끅’이라고 쓸까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다가, 결국 노트북을 닫고 마는 것이다.
셋째, 천성이 세상만사 다 마음에 안 들고, 불만이고, 짜증이 나는데, 이 감정을 글로 그대로 써도 되는지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는 것이다.
주 7일 중 5일을 하루 꼬박 9시간씩 회사에 붙잡혀 있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아빠는 왜 나한테 주말에 언니 가게 가서 무상 알바 좀 하라고 하는지. 이게 바로 자영업자 엄마와 언니, 현장 노동자 아빠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무직 일을 하는 사람의 설움인지.
이 설움을 담아 기깔나는 글 하나 써보자 생각하고 노트북을 열고 구글 독스를 켜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이따위 일기 같은 글을 누가 좋다고 봐주나 싶어서 또 의기소침해지고, 결국 노트북을 닫고 담배나 하나 피우는 것이다.
넷째,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하나만 놓쳐도 빡치고, 내가 저 버스를 향해 달려가는데, 분명 기사 아저씨랑 눈 마주쳤는데 날 안 태우고 가버리면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는데, 이런 야속함과 빡침이 온 일상에 가득한 장애인들은 얼마나 빡칠지 써볼까 싶다가도, 내가 뭐라고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고민하나 싶고, 그렇다고 무슨 무슨 통계를 아는 것도 아니고, 주변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아무것도 못 쓰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면서도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어…” 안내 방송 들으면 “전통차와 생강차 사이가 넓어…” 읊조리면서 킥킥거리고 넘어가면 될 것을, ‘방금도 전통차와 생강차 사이 넓다고 했는데, 매 역마다 이렇게 다 넓으면 휠체어 탄 사람 개 빡쳐서 어떡해’ 오지랖 부리는 게 아주 큰 문제인 것이다.
여성차별이나 혐오나 여성 인권과 관련된 글을 써볼라 치면, 혹시 페미니스트처럼 보이면 어떡하지 이딴 고민이나 하는 게 문제인데 어쩌겠나.
아무튼 이것 말고도 어려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장 어려운 건 역시나 내가 도대체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차라리 처음 글 썼을 때 글방지기가 “글을 참 형편없이 쓰시네요” 말했다면, 오케이 깔끔하게 미련 없이 치워버렸을 텐데, “그래도 글이 참 재미있네요”라는 진심 따위 하나 없는 공허한 칭찬에 기대어 이렇게 또 뭐라도 쓰고 있는 게 정말 큰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다.
세상만사 다 문제다,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