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로 연장하자
나이를 먹다 보니 주변에 직장을 그만두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어떤 이는 일정한 목돈을 챙겨 명예퇴직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벼랑 끝에 몰려 회사를 떠난다. 잘 버티더라도 60세라는 정년의 덫에 걸려 퇴직한다.
일부는 인생 이모작을 한다며 새로운 도전에 뛰어든다. 하지만 대다수는 '백수'로 지내기 일쑤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농담을 던지며 등산에, 낚시에, 술자리에 바쁘게 지내는 이들도 있지만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이내 자존감이 무너지고 고독, 우울감에 빠진다.
북한산도 거뜬하게 정상까지 오를 정도로 체력은 젊은이 못지않은데 정년퇴직이라니. 허탈한 한숨에 세월을 탓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도 그럴 것이 30년 전만 해도 다들 하던 환갑잔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나이 육십이 어디 노인이란 말이던가? 평균 수명은 백 년 만에 두 배 늘었다. 환갑까지 살기 어렵던 시절 하던 잔치가 백세시대를 코앞에 둔 지금 온전할 리 없다.
강원도 횡성군은 65세에서 70세까지를 '건중년', 건강한 중년이라고 선포했다. 통상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표현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60대는 사실상 중년이다.
이처럼 신체적 나이 든 정신적 나이 든 여전히 젊은데 왜 정년퇴직은 여전히 60세에 고정되어 있단 말인가.
0.65명이라는 충격적인 합계출산율,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초저출생 현상과 급속한 고령화는 앞으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인구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양해야 할 아이들보다 어르신이 훨씬 많아지는 때가 머지않았다.
그래서 정년 연장은 필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60세 정년 유지는 사회적 자원 낭비다.
60대가 가진 경험의 길이와 지혜의 깊이는 할리우드 영화 '인턴'에서도 잘 그려져 있다. 70세의 시니어 인턴 벤 (로버트 드니로)은 30세의 여성 CEO 진 (앤 해서웨이)에게 주는 아낌없는 멘토링을 지원한다. 인생의 노련한 경험과 지혜를 담은 조언은 젊은 CED가 이끄는 회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다.
이렇듯 정년 연장은 기업에게는 경륜 있는 노동력을 제공하며 장년층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윈윈이다. 국민연금만 봐도 60세까지 붓고 65세가 되어서야 탈 수 있기 때문에 5년 소득 공백을 메워줄 '벌이'가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베이비부머세대의 무더기 은퇴는 사회적 손실이다.
정년 연장은 이미 세계적 추세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이미 정년을 연장했다. 2012년부터 정년 후 근로자 재고용을 의무화한 싱가포르는 2026년부터는 정년을 65세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일본은 1994년 법적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 2012년 희망하는 모든 노동자를 의무적으로 65세까지 고용하는 법을 만들었다. 중국에서도 법정 퇴직 나이를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적극 논의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속한 기술 발전과 트렌드 변화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정년 연장만으로는 노동력 부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년 연장과 동시에 중장년 층을 위한 직업 재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중장년층이 새로운 업무 역량을 습득해 직장에서 낙오하지 않고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까지 장착한다면 높은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중장년층 직원들의 경쟁력 강화는 기업,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 시민사회단체는 머리를 맞대고 노동력 고갈에 대비한 정년 연장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백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40년을 '백수'로 산다는 건 재앙이다. 사회적 손실 또한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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