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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pr 07. 2024

한국 남자들이 일본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

"한국 여자는 기가 세고 요구 많아.. 일본 여자는 남자 존중하고 배려"

사랑엔 국경이 없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앞의 글에서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결혼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 남자들이 일본 여자들에게서 인기를 끄는 요인을 분석해 보았다. 


이 글과 관련에 많은 지인들이 의견을 덧붙여주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사는 한 중년 일본인 여성은 한국 남자의 매력을 정(情)으로 정리해 주었다. 일본 남자들에게는 보기 드문 한국인 특유의 깊은 정, 따뜻한 정이다. 


"따뜻하게 대해주고 정이 있잖아요. 연락도 자주 해주고, 일본 남자들은 연락을 자주 안 해요. 애정 표현도 한국 남자들이 훨씬 잘하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죠. 또 가정에 헌신적인 것도 일본 남자와 비교되는 점이에요"


이렇게 말한 여성의 머릿속에는 겨울연가의 배용준 '욘사마'가 각인되어 있는 듯하다. 본인도 인정한다. 


그러나 연인의 데이트 비용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케바케'이겠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대체로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한다. 각자 부담하는 사례도 있었겠지만 다수는 아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필자의 대학 후배는 폴란드에서 만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아내와 아들 낳고 알콩달콩 살다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일본 나가노현의 시골로 산촌유학을 보내고 기러기 생활을 한다.


이 후배에게 일본인 여성과의 결혼을 결심한 배경을 물었다.


"제가 결혼할 때 결혼이 늦기도 했고 늦은 나이에 폴란드로 가서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기 때문에 같은 한국 여성이었다면 한국 여성이 갖고 있는 한국 남성이 이 정도 나이 때면 이 정도의 연봉에, 이런 집에, 이런 사회적 신분에 등등의 암묵적인 기준을 갖고서 나를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 여성과의 결혼은 힘들겠지라고 스스로 생각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본인 아내는 국가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한국 여성이 갖고 있는 그런 기준을 갖고서 나를 판단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그 부분이 어쩌면 저에게는 다행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실제 함께 살아보니 한국인 여성과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결혼 전에는,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일본여성 같은 느낌이었다고 하면 결혼 뒤에 서로 솔직해고 친해진 아내는, 정말 개성적이고 활발한 사람이라서 전형적인 일본 여성 같은 느낌은 없어요. ㅎㅎ 다만 그런 활발한 성격이 저랑 오히려 더 잘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분은 모르겠지만, 아이에 대한 모성애가 지극해서, 안심이라면 안심이랄까 그런 느낌이고요. 실질적으로 세심하게 나를 챙겨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빠의 프라이드를 높여주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제 아내는요"


상당히 만족한다는 답변이길래 다시 태어나도 일본인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것인가라는 우문을 던져보았다.


"국제결혼이 갖고 있는 어려움이 많죠. 같은 국가 커플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정말 극복해야 할 문제 투성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들을 빼고 생각한다면, 저는 일본인 여성과 잘 맞는 것 같아요"


홋카이도로 유학을 갔다가 현지에서 연애한 일본인 여성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하고 그곳에 정착한 또 다른 후배 역시 일본인 아내의 좋은 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글쎄요. 오히려 저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들인데,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을 때까지 비싼 자기 옷 한 번 안 사고 모든 걸 가족을 위해 희생해 주었죠. 전 세계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경향이 더 강한 듯합니다.


개인별 특성이 다르겠지만 모성애가 강하고 검소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부부싸움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니다. 일본인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점을 꼬집기는 어려운데 굳이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사고가 시스템적이에요.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어서 전체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저하고는 의견의 차이가 생길 때가 있어서 가끔 싸우기도 하죠 ㅎㅎ"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 보니 습관과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이는 서로 맞춰가면 되니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한일 남녀 커플은 한국과 일본이 아닌 제3 국에서도 적잖게 탄생한다. 한 언론계 후배는 미국 유학 중에 일본인 여성과 연인이 되었고 결혼에 골인했다. 가고시마 출신의 교사였던 신부는 한국으로 시집와서 아들 둘을 낳아 살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교직 생활과 육아를 병행했고 남편과는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애틋한 원거리 사랑을 나누어 왔다. 두 아들은 장성해 큰 아이는 도쿄대 법대에 들어갔고 둘째는 게이오대 상대에 입학했다. 


그 후배에게 물었다. 일본인 아내의 어떤 점에 끌렸나?


"나를 배려해 주는 마음과 존중해 주는 태도에 끌렸어요. 한국 여성들은 대부분 세잖아요. 특히 그 당시에 한국에서는 페미니즘 바람이 불어서 남녀의 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했던 시절이었으니 그런 분위기와 색다른 여성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남녀평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건 남성 우월주의를 인정한다는 말인가?"


"꼭 그렇게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남자한테 의존하거나 기대지 않고 남자 입장을 잘 이해하고 챙겨주었어요. 함께 여행 가기로 했을 때 렌터카를 직접 빌려 제가 사는 하숙집 앞에 딱 대놓고 기다리더라고요. 감동했죠"


남녀가 뒤바뀐 듯한 인상을 준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다.


결혼해서는 어떤지 이어서 물었다.


"아내도 결혼 후 한국에서 살면서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강사 일을 했거든요. 맞벌이하며 육아하면서도 한 번도 집안일을 내게 부탁하지 않았어요. 가사는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제게는 집안일을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남녀의 역할이 다르다면서요 ㅎㅎ"


위에서 언급한 세 쌍의 부부는 한일 간의 문화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아마도 궁합이 잘 맞는 대표적인 국제부부로 꼽을 수 있겠다. 


겉으로 보기에도 일본 여성들이 친절하고 여성스러워서 그런 걸까. 하루는 필자의 20대 아들이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 뜬금없이 일본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디즈니랜드에서 만난 일본 여성들 너무 친절하고 귀엽다고 했다. 일본 초등학교를 3년 다녔었지만 성년이 되어서야 한일 여성의 차이점에 눈을 뜬 것일까.


한국 여성이든 일본 여성이든 모두 개성이 강하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일반적인 경향과 특성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남자에게 집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지 않는다. 자기 만을 바라봐주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백일, 이백일 등 모든 기념일을 일일이 챙겨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다고 토라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남자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고 할까.


두 번째, 내 남자에 대한 헌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일본 여성들이 결혼 전에는 개방적이지만 결혼하면 남편만 바라보며 사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특히 한국에 비해 일본이 더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사고 경향이 있어 남편을 존중하는 아내가 많은 듯하다. 일본 근무 당시 회사 회식 때도 여성이 무릎 꿇고 남성들을 위해 술을 따르는 장면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물론 20년 전 이야기라서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세 번째는 비교적 자기주장이 강한 한국 여성에 비해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순종적이라고 표현하면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으나 이런 성향의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 남자들이 순종적인 일본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한 중년 일본인 중년 여성은 "한국 여성들이 강하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 일본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마도 한국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한국인과 달리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꼽힌다. 이는 속내를 바로 드러내지 않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연인 간 다툼이나 부부싸움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훗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남편에게서 쌓였던 것을 남편의 정년퇴직일에 맞춰 폭발시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년퇴직하는 날 '황혼이혼' 을 청구하는 날벼락을 맞는 남편이 더러 있다.


이상 일본 여성이 한국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는 거듭 이야기하지만 개개인별 특성에 따른 것으로 일반화하기는 매우 어렵다. 몇몇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분석한 것일 뿐 모든 일본 여성들이 같은 특성을 지녔다고 못 박아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가 세고 이기적인 일본 여성도 있고 남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국 여성도 많다.  


어쨌든 사랑엔 국경이 없다는 표현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과거사 문제로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에서 한일 부부는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는 가교 역할을 하며 한류와 일류의 교차점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민간 외교의 역할도 톡톡이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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