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 칼럼] 아홉 마리 개가 알을 낳으면?
물론 난센스 퀴즈다. 정답은 '구독알람'.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아재임에 틀림없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수많은 미디어가 탄생했다. '먹방'에 이르기까지 고수익 유튜버가 줄줄이 등장하면서 '유튜버'라는 직업이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상위에 오른 지도 꽤 된다. 수많은 채널 사이에서 선택받기 위해 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담은 영상들도 많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상도 넘쳐난다.
정치채널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는데, 알고리즘 탓에 특정 성향의 영상만 추천되어 이용자의 확증편향은 갈수록 심각해진다. 유튜버의 수익은 구독자 수와 영상 조회 수로 정해진다. 때문에 대부분의 채널은 시청자에게 '구독' 과 '알람'을 해달라고 졸라댄다.
구독은 해당 채널을 정기적으로 시청하겠다는 의사표시다. 알람은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됐을 때 구독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다. 그래서 채널 운영자들마다 영상 초반 또는 말미에 '구독 · 알람'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구독'이란 말이 거슬린다. 구독은 원래 신문을 구독한다거나 잡지를 구독한다고 할 때 쓰는 말이다. 한자로는 살 구(購), 읽을 독(讀).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정해진 기간 신문이나 잡지 같은 걸 구입해 읽는다는 의미다. 영어로는 suscription이다. 영어로는 신문이나 유튜브 채널에 이 말을 쓸 수 있다. subscribe가 구독하다, 가입하다, 기부하다, 청약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독은 한자로 '읽을 독'讀 자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신문이나 잡지 구독 외에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고 하기엔 부적합하다. 영상을 사서 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엔 유튜브 채널뿐 아니라 정수기나 안마의자를 매달 일정액을 내고 빌려 쓰는 것도 구독이라는 용어를 쓴다. 심지어 구독경제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도대체 한자(漢子)는 알고 쓰는 걸까. 그래서 어떤 이는 신문이나 잡지 외의 것에 대해서는 구독 대신 구용(購用)이란 말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사서 쓰는 것이니까 일리가 있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았다.
구독 2 購讀
1.
명사 정해진 기간 동안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
2.
명사 신청을 통해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 보거나 이용함.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쓰다 보니 유튜브 채널 구독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 되는 듯하다. 하지만 한자를 쓰지 않는다면 몰라도 購讀이라는 한자가 버젓이 살아 있는 한 이 용어는 찜찜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