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Sep 24. 2024

찐따, 루저에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다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저자 이지니가 직접 겪은 일

찐따, 루저에서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다










나는 종종 '이지니작가'를 검색창에 입력한다. 누군가 내 강의를 듣고, 내 책을 읽고 남긴 생각이 궁금해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 한편에서 따뜻함이 차오른다. 그러곤 꼭 '좋아요'를 누르고, 때로는 댓글을 남기기도 한다. 내가 전한 무언가가 그들의 삶에 작은 울림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 때문이다. 내 글이나 강의를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독서 혹은 청강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한다. '기록과 공유'의 행위가 참 고맙다.













오늘 새벽에도 내 책과 강의에 관한 리뷰들을 읽고 있었는데,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롤 모델을 찾은 느낌>. 클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포스팅을 올리고, 전자책까지 준비 중인 꽤 인기 있는 블로거의 글이었다. 그녀는 내가 쓴 책,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를 읽고 자신이 찾던 롤 모델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특히 예술 계통이나 프리랜서 쪽은 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롤 모델이 길잡이가 되어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찾은 기분이에요."







한참 동안 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롤 모델'이라는 말이 나에게 적용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잘하는 것 하나 없던 나, 매일 실패의 연속이었던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때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일종의 '루저'라고 생각했다. 서른 개가 넘는 일을 전전하며 내가 진짜 하고 일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시절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잘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 선 듯한 느낌. 늘 불안했고, 자신 없었고, 무엇 하나 끝까지 해낸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나에게서 방향을 찾았다고 했다. 예술이나 프리랜서의 길은 특히나 명확하지 않다. 목표는 뚜렷해 보이지만, 길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불확실한 길을 걸을 때 누군가의 발자국이 보이면, 그 발자국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그녀에게 나는 '따라가는 발자국'이 된 셈이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다. 갈 길도 멀고, 배워야 할 게 산더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라는 안도감을 주고 있었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강의하는 삶을 꿈꾸는 그녀가 바라보기에, 나는 이미 저 멀리 항해를 시작한 배의 선장처럼 보였을 것이다.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것이 인생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완벽하지 않음 속에서 서로에게 등불이 되어주는 것.







누군가의 롤 모델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는 스스로에게 더 충실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해지려고 애쓰지 않아도, 내 앞에 놓인 하루를 그저 묵묵히, 성실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길 위에서, 나도 여전히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