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작가님이시죠? 저, 에세이 글쓰기 수업 듣는 OOO입니다... 오늘 수업 참석을 못 했어요... 저... 전화드린 이유는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떨림이 느껴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 내가 수업에서 무슨 실수를 했나? 그때 내 말이 불편했나? 별의별 생각이 떠올랐다.
"아... 말씀하세요."
내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섞여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녀의 말이 이어질 때까지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저... 사실 제가 작가님 수업 듣기 전부터 팬이었거든요... 그런데 첫 수업 듣고 나서 더 좋아졌어요...”
순간, 놀라움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걱정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아!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작가님이 말씀하신 대로, 작가님 책으로 필사도 시작했는데요... 벌써 반 이상 했습니다. 아, 책은 직접 구매했고요.”
많은 수강생이 내 이야기를 듣고 메모하지만, 그녀처럼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그 사실이 나를 더 기쁘게 했다.
“정말요? 와, 대단하세요! 필사까지 하셨다니, 진짜 멋지십니다!” 나도 진심으로 칭찬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요... 제가 정말 궁금한 건요...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세요? 수업 시간에 보여주시는 에너지랑 텐션이 너무 대단해서요. 그리고, 책 속의 작가님과 수업에서의 모습이 똑같으시더라고요.”
그녀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글과 실제 모습이 동일하다는 표현은 나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글을 쓸 때, 내 삶을 솔직하게 담아내려 노력하지만, 수업에서 드러나는지는 몰랐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오는 기쁨과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았다.
“사실 어릴 때는 수줍음이 많았어요. 사람들 앞에 서는 걸 정말 힘들어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성격이 바뀌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이 즐거워서 에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그녀는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나의 에너지는 이 일이 주는 기쁨에서 나온다고 말하고 싶었다. 글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나에게 특별한 기쁨을 준다. 마치 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채우듯, 수업을 통해 나도 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수업에서 여러분과 이야기하면서 저도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글쓰기에 정답이 없듯이, 삶에도 정답은 없잖아요. 각자의 삶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분과 나누는 이 시간이 제게 큰 힘이 되고, 에너지원이 되는 것 같아요.”
그녀는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대화를 계속 곱씹었다. 글은 나의 마음을 담은 그릇이지만, 그 글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내게 진정한 에너지를 준다. 자동차가 주유소에서 연료를 채우듯, 나의 에너지는 그렇게 충전된다.
결국 나도 수업을 통해 성장하고 있었다. 글은 나와 소통하는 작업이고, 그 과정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발견해 간다.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글 쓰고 나누는 여정이 더 풍성해지고, 수강생분들의 따뜻한 기운이 내게 큰 힘이 된다. 내 삶은 그들과 함께 완성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