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물건을 사고, 쇼핑을 하며 늘 번잡했던 공간. 그곳에, 강의를 위해 방문하게 된다. 내 인생에서 백화점은 쇼핑 목적 외에는 큰 의미가 없었는데, 글쓰기 강사로서 또 다른 역할로 그 문을 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껏 도서관이나 학교에서만 강의를 진행했다. 책과 지식이 공기를 채우는 공간, 수강생들의 글로 삶과 생각을 나누는 곳. 익숙한 자리에서 늘 맡은 강의를 충실히 준비하며 보람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어떤 풍경일까? 가만히 상상해 본다. 쇼핑을 끝낸 사람들이 무심코 내 강의실을 지나칠지도 모르고, 어린이들이 잠시라도 멈춰서 강의 제목을 보고 호기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제안에 대한 내 첫 반응은 주저함이었다. 왕복 5시간 이상. 그리고 다른 곳보다 적은 강의료. 성인 글쓰기 특강은 물론 8회차 어린이 글쓰기 강의까지 제안받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먼 거리를 오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그래서 담당자님께 솔직하게 "성인 글쓰기 특강은 가능하지만, 초등 글쓰기 8회차는 진행하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화 속 목소리는 예상 밖이었다. "아... 작가님, 초등 글쓰기 강의까지 꼭꼭 모시고 싶어요..." 담당자님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한편으로는 내 블로그까지 찾아와 강의를 제안하는 그 진심이 고맙기도 했다. 결국 강의료를 조정해 어린이 글쓰기까지 맡기로 했다. 흔치 않은 협상의 순간이었다.
백화점은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단순히 글쓰기 강의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는 분들 마음에 글쓰기의 새로운 의미를 심어주고 싶다. 글쓰기는 물건을 고르듯 쉽게 고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치 인생의 중요한 선택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 순간 백화점이 아닌 한 사람의 삶 속 깊숙한 곳에서 빛나는 글이 탄생할 것이다.
이번 기회는 내게 도전이자 설렘이다. 백화점의 화려한 쇼핑 공간에서 사람들과 마주하며 그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글로 풀어가는 과정은, 나 또한 배워가는 시간일 것이다. 나는 그저 백화점이라는 새로운 무대 위에서 글쓰기 마법을 펼쳐 보이기만 하면 된다. 더불어, 내가 준비한 강의로 사람들의 생각에 작은 변화의 씨앗을 심는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