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대학 문학상에서 수필 부문 심사평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기사나 리뷰, 원고 작성은 여러 번 했지만, 심사평은 처음이어서 설렘과 함께 약간의 긴장감도 감돌았다. 그래도 내게 온 귀한 제안이라 감사함으로 받아들였고, 통통 튀는 젊은 친구들의 글 19편을 하나하나 진심을 다해 읽으며 심사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같은 대학에서 같은 제안을 다시 받았다. 이번에도 내게는 과분하게 느껴지는 제안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펼쳤다. 이번에는 11편의 글이 도착했다.
한 장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수정을 거쳤을지 생각하면, 그 마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대충 읽을 수 없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내가 ‘당사자’가 될 수는 없지만, 글쓴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려 노력했다. 글을 쓰며 느꼈을 설렘, 고뇌, 기쁨이 전해져 올 때마다,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심사평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 느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는 글과는 달랐다. 글의 장단점과 개선 방향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쓰는 이의 자존심과 열정을 존중해야 하는 일. 그래서 심사평은, 그 어떤 글보다 어려운 작업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도 여러 인상적인 작품이 있었지만, 다소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멋’을 내려고 힘을 주어 쓴 글들이 많았다. 마치 노래도 힘을 빼고 부를 때 진짜 자신의 스타일이 묻어나듯이, 글도 그러해야 독자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이란, 독자에게 말을 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을 살린 글이 아닌, 관념적으로만 쓰다 보면, 소통의 줄이 어긋날 수 있다. 글을 멋있게 보이게 하려는 욕심 대신, 경험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거기서 느낀 바를 가감 없이 표현하는 글이 더 깊이 와닿는다. 후자와 같은 글이야말로 독자에게 진솔한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 쓰는 용기다. 뜬구름 잡는 문장이나 그럴듯한 말들보다는, 조금은 어설퍼 보일지라도, 다른 사람과 생각이 좀 다를지라도 그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쓴 글이 더 큰 울림을 준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그런 글을 쓸 수 있고,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