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대 정원 늘려서 좋은 점
밀려오는 신규로 밀려나갈 태움 문화
간호대 정원이 늘어나며 걱정한 건
사실 내 밥그릇이다.
언제든지 내가 다른 간호사들로 대체될 수 있고, 경력직보다 임금도 덜 들고 말도 잘 듣는 신규로 대체한다면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호사의 처우개선은 더 나중문제로 미뤄질 것으로 보여 간호대 정원을 늘린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물은 고이면 썩는다.
물은 흘러가야 한다.
간호대가 증원되면 경력직인 내 밥그릇의 크기도 작아지고,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유입되어 썩은 물을 희석시킨다면 간호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태움과 고연차들의 갑질을 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연차들이 경험이 많고 유능하지만 간호사라는 업무 자체가 몸으로 뛰다 보니 경력이 쌓일수록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걸 많이 봤다. 그들 또한 고충이 있고 힘들겠지...
젊고 생각이 유연한 간호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흔히 임상에서는 경력 말고는 사실상 직급도 마땅히 없고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은 일을 해나가는 건데, 아랫연차들에게만 잡일을 미뤄두지 않고 같이 일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 돕고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아지길 바래본다.
신규 간호사들이 많이 많이 밀고 들어와서
고인 물도 흐르게 만들고 분위기도 많이 바꿔주기를.
고여서 안일주의에 빠지지 않고
노동자들끼리 서로 좀 돕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맨파워라고 신규들의 인원이 많아져서 간호사의 잘못된 문화도 바꾸고, 맨파워로 밀고 나가서 처우도 개선해 나가기를.
이렇게 간호대 정원 늘리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힘들었던 어제와 오늘의 근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