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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04. 2024

식물이 웃는다

볕이 좋은 날에는

천국에라도 온 것처럼

볕이 너무나도 따뜻한 주말 오후.


간지러운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대면

아내는 베란다로 나가 돌린 빨래를 널기 시작한다.


소파에 삐딱하게 누워 가물가물 낮잠을 쫓던 나는

문득 떠오른 가요 한곡을 블루투스 스피커로 켠다.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나도 몰래

먼 길을 걸어오는 나의 마음 ~


스무 살 되던 해

대학생이 되어 세상 부러울 것 없던 그때

이 노래를 들으면 온 세상이 멈춘 듯 행복했었지...


이리 좀 와봐


갑자기 날 부르는 아내의 소리에

과거에서 급하게 다시 현재로 소환된 나.


뭔데?

(살짝 귀찮은 투로 묻는다)


얘들 좀 봐봐

바람 부니까 행복하다며 웃고 있잖아

(베란다에 둔 식물들을 가리킨다)


과연,

가는 줄기를 펼친

아스파라거스 나누스들이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흔들리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그녀도

그녀를 바라보는 나도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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