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청년 Aug 28. 2019

내가 진보를 선택한 이유

그중에서도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

중학교 3학년 때, 나는 '내 주변 세상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생각을 실천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볼 때 행복과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1, 2학년 친구들과도 밥을 먹으며 얘기하고, 또 그 결과로 학교에 음수대를 설치하고,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체육기구를 빌려주고, 여름철 복장 규정을 우리들한테 더 편하게 바꾸는 것들이 하나하나 너무 재밌었다.


미래에도 이런 일을 하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찾아보니 이런 일이 바로 행정이고, 정치였다. 그런데 정치라는 것이 단순히 다 같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세상이 좋은 세상이냐"에 대한 생각이 다 달랐다. 그 생각의 차이에 따라 '보수의 길'과 '진보의 길'이 나뉘었다. 나는 어느 길로 갈까? 내 고등학교 3년은 이걸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진보를 선택한 이유


중학교를 졸업하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정치라는 것을 알고, 조금은 '그랬다(?).' 다른 사람과 다를 것 없이, 그땐 나도 일단 정치라고 하면 뭔가 좀 안 좋은 거고, 더럽고, 나쁜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기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우리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일"이 딱 정치인데 이걸 어떻게 하지... 일단 한번 직접 보자. 진짜 정치가 그렇게 나쁜 건지, 그리고 정치를 한다면 어느 쪽으로 갈지. 그래서 고등학생 때, 민주당, 새누리당, 정의당, 가리지 않고 다 만나러 다녔다(당시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은 없었지만, 안철수와 윤여준을 포함한 안철수계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중 나에게는 정의당 노회찬이 해준 이야기가 가장 와 닿았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학생회장을 하면서도 '정치적 가치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 시작은 일명 교내 '일진들에 대한 인식'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담배 피우고, 말썽 피우고, 수업 시간에는 잠만 자는 '일진'들을 잡으려고 하고, 혼만 내고, 성가셔하는 선생님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고, 잡아먹으려고 들지? 저런 방식은 일진이라는 친구들에겐 어떤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선생님 자신들도 화만 더 나는, 그 누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인 거 같은데.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 친구들이 왜 담배를 피는지, 수업 시간에는 왜 잠만 자는지 진심으로 궁금했고,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친구들에겐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적당히 사는 집안에 태어났기 때문에 여러 위험으로부터 자연스레 해방되었던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들을 도와야 한다. 아니, 그 친구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결국 온 학교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그러니 학교도 그 친구들을 처벌하고, 징계만 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 친구들이 더 나아질 수 있게 힘을 써야 한다.


어린 나의 생각은 세상에 대해서도 적용되었다. 며칠 전, 서울대학교에서 어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분이 더위로 숨졌다. 그분은 '노력'하지 않아서 비정규직으로 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분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그분이 "불쌍해서"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정규직 조리사가 해주는 밥을 먹고, 비정규직 정비사가 수리하는 지하철을 타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은 건물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치우는 사무실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삶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나는 자연스레 진보주의자로 살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의당인 이유


당시 새누리당 정치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 생각이 확실히 달랐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는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그중에는 고등학생인 우리를 대하는 태도와 말에서 인간적인 존경심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만난 노회찬은 나에게 민주당이 진보가 아니라고 했다. 엥? 이게 무슨 소리야??

2014년에 만난 정의당 노회찬 의원


노회찬을 처음 만났던 날,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민주당은 보수정당이라는 이야기, 왜 우리나라에는 보수정당 밖에 없는지에 대한 역사 이야기, 진보정당과 소수정당의 성장을 막아온 우리나라의 이상한 제도들, 사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투표는 보수에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진보정당이 필요한 이유 등등.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내가 지금 말씀하신 거 다 확인해보고 다시 오겠다"라고 말했다. 너무 충격적이고, 신기한 이야기들인데, 진짜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라 그냥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심지어 난 그때 노회찬이 누군지도 모르고, 사진 속 노회찬 오른쪽에 앉은 친구가 이런 사람이 있는데 가자해서 따란 간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와서는 노회찬이 한 이야기에 대한 사실 조사에서부터 설문조사까지 해봤다. 심지어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을 찾아가서 노회찬에게 들은 이야기를 해주며, "왜 민주당은 진보정당이 아닌데, 진보 간판 내걸고 표 받아가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 문재인은 "민주당은 보수정당 맞죠. 저도 제대로 된 보수. 따뜻한 보수를 지향합니다"라고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다시 노회찬에게 연락을 했다. "다시 만나서 얘기를 좀 해야겠는데요." 그때 우리는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 더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의당이 나의 정치적 가치관에 가장 맞는 정당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지 정당을 고르는 법


여러 정당의 사람들을 만나며 결론을 내렸다. 정의당은 나처럼 이 세상을 평범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정당이다. 그래서 적극적인 복지국가를 원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 "기회의 균등과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돕는데 그치는 정당이다. 이게 바로 민주당과 정의당의 차이이자, 같은 서울대를 나왔지만 조국의 인생과 심상정의 인생의 차이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굳이 그 사람들을 도울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정당이다. (이건 지극히 내 주관적인 해석이다)


나는 정치가 무엇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자 했기 때문에, 당사를 찾아가고 모든 정당의 정치인들을 만나고 다녔다. 하지만 지지할 정당을 찾기 위해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정당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적어놓은 강령만 보아도 어느 정당이 나와 가장 비슷한지 알아볼 수 있다.


다만, 나에게 정말 꼭 맞는 정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지 정당을 찾는 것은, 자로 재서 꼭 맞는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90, 95, 100, 105, 있는 사이즈의 옷 중 내 몸에 가장 맞는 옷을 고르는 것과 같다. (디테일을 따지면 세상 사람 100이면 100 모두 다 원하는 세상에 대한 그림이 다 다르기에, 사람들이 정말 꼭 맞는 정당을 만든다면 정당 수는 무수히 많아질 것이다...ㅎㅎ) 하지만 분명한 건, 큰 틀에서 우리 각자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정당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 정당 홈페이지에는 이 정당이 어떤 정당인지를 설명한 강령이 있다. 이 강령을 보고 비교해보면 각 정당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드러난다.



[국회 내 의석수 기준 TOP 5 정당의 강령 (19.08.28 기준 정당 지지율 순)]


더불어민주당 강령

http://theminjoo.kr/platform.do

자유한국당 강령

http://www.libertykoreaparty.kr/web/intro/web/listPreambleView.do

정의당 강령

https://www.justice21.org/newhome/about/info02.html

바른미래당 강령

http://bareunmirae.kr/kr/company/policy.php

민주평화당 강령

http://peaceparty.or.kr/policy.php




개인이 아닌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 이유


과거 우리나라의 정치는 진짜 말 그대로 영향력 있는 개인들의 잔치였다. 김영상과 김대중 밑으로 헤쳐모여 하던 시절이 불과 몇십 년 전이다. 그 결과로 우리 정치는 아주 오랫동안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로 경쟁하는 곳이 아닌, 누구 뒤에 줄 선 사람이 더 많냐로 싸우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그놈이, 그놈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그런데 강령만 봐도 알겠지만, 사실 그놈이 그놈이 아니다. 그놈과 그놈의 머릿속에 든 그림은 다 다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보다 개인을 지지하면, 개개인의 정치인들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힘 있는 사람 뒤에 줄 서기를 우선시하게 된다. 그게 자유한국당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민주당에 있는 이유고, 민주당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에 있는 이유며, 정의당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민주당에 있는 이유다.


그래서 개인이 아닌 정당을 지지해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도덕적이고 훌륭해 보여도, 한 개인 아래 모인 정치는 그 인물이 사라지면 방향성을 잃는다. 가치관과 이념의 토대 위에 세워진 정치 세력이 오래가고,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놈과 그놈이 꼴불견이라는 것에서 공통적 일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정당을 지지해야 최소한 "어떤 세상을 원하는가"로 생산적인 싸움을 하는 정치를 만들 수 있다.



#1장나는어떤세상을원하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적당히 이타적인 우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