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청년 Sep 15. 2019

아니, 나는 단 한순간도 군인이었던 적이 없었다

군대는 정신병 양성소다

군대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입대를 하고 1년이 넘도록 이어진 생각이었다.

힘든 곳이다? 음... 이걸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까. 뭐,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로는 표현되지 않는 뭔가가 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총무(행정)병으로 있었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기엔 나보다 더 고생한 분들 앞에 면목이 없다.

감옥이다? 사람들이 맘대로 나가지도 못 하고 갇혀있어서 답답하겠다고 한다. 뭐, 사실이다. 아... 그래도 아직 2%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건너편 침대에 사는 분이 한 마디를 툭 뱉었다.

"아, 정신병 걸릴 거 같애."


오! 유레카! 그래, 군대는 정신병 양성소다.

그 말을 듣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정말 우리는 모두 미쳐가고 있었다.




우리가 정신병에 걸리는 이유


나는 단 한순간도 군인이었던 적이 없다.

군복을 입었으니 군인이라고? 아니, 난 단 한순간도 군인이었던 적이 없다. 난 군인이란 일을, 직업을 선택한 적이 없다. 아 그래, 이게 군대를 감옥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감옥에 사는 사람들은 죄라도 짓고, 재판이라도 받고 가서 덜 억울하지. 난 지은 죄도 없다. 그 어떤 선택도 한 적이 없다.


우리 세대에겐 그 누구도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를 하도록 강요하거나,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언가가 되도록 만들 수 없다. 그런 나는 군인이 되기로 선택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군인이 아니다. 그런데 국가가 우리를 억지로 군인이 되게 만들었고, 복무기간 동안 끊임없이 군인으로 행동할 것을 강요받는다(난 군인이 아닌데!). 이 역설, 그리고 나의 생각과 현실의 괴리가 극심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끊임없이 계산한다. 우리가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출처 알바몬


우리 세대는 대부분 군대에 오기 전 '알바'라는 걸 해봤다. 내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이 짓을 밖에서 하면 얼마를 버는지 매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한다. "앗, 머리야 그만해. 그냥 생각하지 말고 하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계산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속된다.


매일 페인트 칠하고, 콘크리트 바르는 시설병은 시설병대로, 매일 고깃집 알바보다 빡세게 삼시세끼 조리를 하는 급양병은 급양병대로, 야간 편의점 알바에 군장까지 더한 느낌으로 다가 밤새 보초를 서는 헌병은 헌병대로, 저마다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계산한다. 8,350 X 하루 9시간 X 주 5일 X 4주 = 150만 3,000원?! 거기다 야간 뛰고 하는 거 까지 생각하면. 아, 씨...b..(안 쓰던 욕을 쓰게 되는 것도 공통된 증상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최저임금을 당연히 여기며 자란 세대인 것을. 그 와중에 우리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으며, 앉아서 손가락 질이나 하는 직업 군인들을 보면 치가 떨린다. (그래서 난 "직업군인만 보면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가 '상관모욕'으로 영창을 갔다 ㅎㅎ)




21세기를 살아온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신병 양성소.

부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럼 어쩔 거야. 난 부처도 아닌데.


앞으로의 세대는 반드시 군대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이건 내가 23개월 동안 내 주변에서 망가져가는 영혼들을 보며 품었던 분노의 기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