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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Oct 14. 2019

[조커], 그리고 정치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

[조커]를 봤다.

무서웠다. 하지만 소름 끼치게 대단한 영화였다.


[조커]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지금의 현실이 이를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보여준다.


더 무서운 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무서운 범죄자의 탄생 배경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 큰 어른이지만 돈 없고 힘이 없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사람 하나 없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은 자신을 학대했고,

정부는 아주 저질이지만 유일한 동아줄이었던 심리 상담과 의료 서비스마저도 끊어버렸다.

그리고 모든 언론이 '희망'이라고 칭송하는 정치인은 자기 얼굴에 주먹질을 했다.


출처 : 다음 영화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과정은 공감을 넘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조커는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안이 (당연히) 없다.

그가 혁명가가 아닌 범죄자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

그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뿐이고, 그 불만이 극심했기에 표출되는 분노도 극심한 것이다.

그저 자기 자신을 이렇게 잔인하게 외면하고 짓밟은 세상이 불타버리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소름 끼치게도 이 심리는 2016년 트럼프를 지지한 미국 시민들의 마음과 일치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라면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하나 제공되지 않고,

극심한 불평등으로 서민들은 가난에 시달리는 나라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옵션은 '힐러리'였다.

그때 힐러리는 마치 "흥, 니들이 아무리 난리를 쳐봤자, 샌더스 같은 애들은 안돼. 부자 증세? 난 그런 거 안 할 거야. 그렇다고 뭐, 너네가 미치광이한테 투표할 거야? 받아들여. 나 같은 부자 엘리트가 너희가 가진 최선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자기들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노력한 사람들을 혐오하는 광대들"이라 말하고,

시장에 출마하여 고담의 '희망'이라 불리며 앞도적 지지율을 보이는 대기업 CEO 토마스 웨인은 놀랍게도 힐러리 클린턴을 닮아있다.

그리고 미국 시민들은 "미국 한번 끝장나봐라"는 분노로 트럼프에 투표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와 동시에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모방 위험' 운운하며 이 훌륭한 영화를 깎아내리는 평론가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다.)

우리가 조커의 탄생에 공감하는 바로 그 마음을 통해 영화는 답을 보여준다.

영화는, 아서 플렉에게 국가가 좀 더 양질의 심리 상담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지하철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는 그를 지켜줄, 믿을 수 있는 공권력이 있었다면,

그를 아동학대에서 지켜줄 사회가 있었다면,

아서 플렉이 조커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 또한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조커]는 이 잔혹하리만치 힘든 현실에서 우리가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싸워야 할 최종 보스는 미쳐버린 세상과 그 광기에 사로잡힌 한 범죄자가 아니라,

그 범죄자를 낳은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세상인 것이다.


그리고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 대안은 조커 같은 범죄자가 미쳐날뛰는 세상도, 힐러리나 토마스 웨인 같은 위선자가 이끄는 세상도 아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에 따라 꿈꾸는 세상이라는 것이 다르겠지만, 그 해답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불타버린 세상은 아니기 때문에.



정말 훌륭한 영화.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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