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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Sep 21. 2019

나경원과 심상정은 왜 싸웠을까?

돈 다음으로 중요한 '선거의 룰' 정하기


그날 자유한국당은 왜 그렇게 난리를 쳤을까?


2019년 4월 25일,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된 국회법) 통과 후 7년 만에 국회에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는 걸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자유한국당의 저항이었다. 이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보좌진, 당직자 등을 총동원하여 인간띠를 두르고, 의안과를 점거하고, 접수 중인 법안을 직원에게 빼앗아 찢고, 팩스를 파손시키는 등 이성을 잃었다.

제166조(국회 회의 방해죄) ① ...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ㆍ감금, 협박, 주거침입ㆍ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 또는 재물을 손괴하거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 손상ㆍ은닉 ...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 결과, 이들은 지금 '대위기'다. 이미 관련 수사가 검찰로 넘어간 지금, 자유당 의원(2019년 9월 현재, 110명)의 절반이 넘는 59명이 수사대상이다. 국회법 166조(국회 회의 방해죄)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도 받을 수 있는데, 500만 원 이상만 받아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원뿐만 아니라 동원된 보좌관들과 당직자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아진다. 그래서 그날 동원된 자유한국당 보좌진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싸웠을까?


그리고 나경원은 피자를 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뭐길래?


선거를 준비함에 있어 후보자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돈, 그다음이 바로 선거의 룰이다. 극도로 예민한 문제다. 선거제도에 따라 각 정당이 얻는 의석수가 달라지고, 각 후보들도 자신이 당선되냐 마냐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줄타기 끝에 이번에 정개특위에서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좀 쓸데없이 복잡하다. 그러니 집중... ㅎㅎ)


일단, 지역구 의원이 225명, 비례대표가 75명이다. 이 상태에서,


가령, 정의당이 정당 득표를 10% 받았다 하고, 지역구에서 심상정, 여영국 등 4명이 당선되었다고 해보자. 그럼 국회 의석수 총 300명 중 10%인 30석을 일단 정의당에 배정한다. 그리고 30석에서 4석(지역구 의원 수)을 채운다. 그러면 남는 건, 26석. 이 26석을 반으로 나눈다. 그러면 13석. 이게 1차적으로 정의당에 배정되는 비례대표 수다. 그러면 일단 기본적으로 정의당은 지역구 4석 + 비례대표 13석 = 17석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각 당에 비례대표를 1차적으로 배정하고 나면 75석 중 상당수가 남는데, 이 남는 비례대표 의석은 정당득표율로 배분한다. 그래서 30석이 남았다 하면, 정의당이 얻은 10%를 반영해 3석을 추가로 정의당이 가져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의당의 최종 의석 수는 20석이 된다.


반면, 민주당을 예로 들어보자. 정당 득표를 40% 받고, 지역구에서 120석을 얻었다고 해보자. 그럼 300석의 40%면 120석. 여기서 지역구 당선인 120석을 채우면 남는 건, 엥?? 0석인데? 맞다, 이렇게 되면 일단 민주당에는 1차적으로 배분되는 비례대표가 1명도 없다. 나중에 비례대표 75석 중 남는 걸 정당득표율로 나눌 때 비례대표 의석이 생기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게 왜 이렇게 복잡하게 되었는지는 곧 나옴 ㅎ)



누가누가 더 유리하나? 다당제 vs. 양당제의 싸움


게임의 룰을 바꾸는 것은 각자 '유불리'의 충돌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건 100% '작은 정당'에 유리하다. 이 규칙 안에서는 평소 자기 지지율만큼 지역구 국회의원을 당선시키는 못한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3당이 가장 먼저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고 나왔다. 그럼 누구에게 불리할까? (거대) 양당이다. 보았다시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같이 큰 정당은 이 제도에서 비례대표를 잃는다. 실제로 그래서 지금까지 아무리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해도, 제일 큰 두 정당이 찬성을 하지 않아 바뀌지 못했다.


런데 이쯤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왜 민주당은 여기 찬성하는 거지??? 그것도 거대 양당 중에서도 현재 월등히 1등을 달리는 민주당이. 물론,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 정당이 정당득표를 10% 얻었으면 300석 중 30석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10%를 얻고, 지역구에서 5명이 당선이 되면, 5명의 지역구 의원 + 25명의 비례의원으로 30석을 보장받는 간단한 제도다. 그런데 이걸 절반만 보장해주는 '준'연동형으로 바꾸면서 전 세계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복잡한 방식으로 바꾼 장본인이 바로 민주당이다.

하지만 이 만큼도 민주당 입장에 상당히 양보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했을 뿐)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주장해온 것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못 박을 만큼 확고한 소신을 가진 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대통령 한 사람의 생각이고, 예전부터 거대 정당 소속인 민주당 의원들은 반대해왔다. 그런데, 왜 이번만큼은 순순히 동의해주는 걸까? 이런 해석이 있다.


상황이 마지막 고비를 향해 가던 4월 24일,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 이런 얘기를 했다. “비례성이 올라가면 민주당은 다수파가 못 되지만, 진보파 전체는 넉넉한 다수파가 될 수 있다. 단독 집권해봤자 100석 넘는 제1야당이 막아서면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 그렇잖나. 진짜 20년 집권을 하려면 진보파가 넉넉한 다수파가 되고, 민주당은 진보파 연정을 주도하는 길로 가야 한다. 이거 하면 우리 의석은 손해다. 그래도 담대하게 가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꿀 힘이 생긴다.”

(출처 : 아래 시사인 기사, 소제목 '역설의 넉달:민주당은 왜 ‘자해’를?' 내용 참고 )


그럼 자한당은 왜 반대하는가? 자한당은 지지율이 10%를 왔다갔다 하던 시기엔 이 제도를 지지했다. 그래서 실제 정개특위 위원장이던 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첫 전략은 오히려 자한당을 포함한 4당이 민주당을 포위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서서히 지지율이 회복되고, 20% 위로 안착하자 태도를 바꿨다. 자신이 다시 거대 양당 중 하나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개특위 선거법 개정안 표결의 순간, 심상정 우측에 기권하며 앉아있는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 그 우측엔 찬성하며 일어선 같은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그렇다면, 바른미래당의 지상욱 의원은 왜 정개특위에서 자유한국당과 함께 기권했을까? 여기서 우리는 지상욱이란 사람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탄핵 이후 새누리당을 탈당한 보수 성향의 작은 당, 바른미래당 사람들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넘어오면 왕년의 세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개특위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때, 같은 바른미래당임에도 김성식 의원은 찬성표를 던지고, 지상욱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같이 기권했다. 지금 당장은 다른 당이지만,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인 것이다. 바른미래당에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는 세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저마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그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싸움. 과연 선거제도는 바뀔 수 있을까? 올해 11월에는 결정이 될 예정이다.



#3장권력을쟁취하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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