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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청년 Sep 17. 2019

정치를 하려면 돈은 얼마나 들까?

돈? 중요하지


[하마터면 서울대 갈 뻔했다]에서 해외 유학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이야기했지만, 돈은 중요하다. 대학에서든, 정치에서든 난 이게 제일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사람들은 유학을 말하면서 학비를 이야기하지 않고, 정치를 말하면서 비용을 언급하지 않는다. 참... 그래서 한번 얘기해보려고 한다.


*유학에 드는 돈을 알고 싶다면, 이 글에 뉴욕주립대 학비 영수증을 그대로 올려놨다.



정치를 하겠다는 건, 일단 선거를 나가겠다는 거니까



이게 다 돈이다


정치에 돈이 든다고 할 때, 그 돈은 대부분 선거비용이다. 당선이 야 정치를 할 수 있고, 선거를 치르는 데는 돈이 든다. 그런데 또 돈이 많다고 막 쓸 수 있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선거별로 쓸 수 있는 돈에 제한(선거비용제한액)을 두고 있다(금권 정치가 되는 것을 어느 정도 기 위함이다).


대선은 2017년 기준 504억 9,400만 원,

총선은 2016년 기준 1억 4천4백만 원(안산시단원구을, 군포시갑) ~ 2억 7천만 원(밀양시의령균합천군창녕군)이었다. 총선 같은 경우 지역구마다 다 다른데, 그건 아래 공직선거법 내용처럼 선거비용제한액이 인구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내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이 얼마를 쓸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파일 참고


공직선거법 제121조(선거비용제한액의 산정)

①선거비용제한액은 선거별로 다음 각호에 의하여 산정되는 금액으로 한다. 이 경우 100만 원 미만의 단수는 100만 원으로 한다.

1. 대통령선거 : 인구수×950원

2.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 1억원+(인구수×200원)+(읍ㆍ면ㆍ동수×200만원). 이 경우 하나의 국회의원지역구가 둘 이상의 자치구ㆍ시ㆍ군으로 된 경우에는 하나를 초과하는 자치구ㆍ시ㆍ군마다 1천5백만 원을 가산한다.

3.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 인구수× 90원

4. 지역구시ㆍ도의원선거 : 4천만원+(인구수×100원)

5. 비례대표시ㆍ도의원선거 : 4천만원+(인구수×50원)

6. 시ㆍ도지사선거 :

가.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특별자치시장 선거 : 4억원(인구수 200만 미만인 때에는 2억원)+(인구수×300원)

나. 도지사 선거 : 8억원(인구수 100만 미만인 때에는 3억원)+(인구수×250원)

7. 지역구자치구ㆍ시ㆍ군의원선거 : 3천500만원+(인구수×100원)

8. 비례대표자치구ㆍ시ㆍ군의원선거 : 3천5백만원+(인구수×50원)

9. 자치구ㆍ시ㆍ군의 장 선거 : 9천만원+(인구수×200원)+(읍ㆍ면ㆍ동수×100만원)



그래서 가령, 내가 서울 종로구에 국회의원으로 출마한다, 그럼 선거비용제한액을 꽉 채웠을 때 172,000,000원, 1억 7천2백만 원(2016년 총선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좋은 소식! 이 돈을 다 쓰고, 다 돌려받을 수가 있다.



굿 뉴스, 선거공영제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선거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 제116조 제2항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


즉, 개인의 돈이 아닌 국가의 돈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원칙이란 뜻이다. 그래서 내가 선거에 돈을 쓰면 그 돈을 국가에서 돌려준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다 돌려주는 건 아니다. 15% 이상 득표한 사람들에게만 사용한 돈의 100%를 반환해주고, 10% ~ 15%를 득표한 사람은 사용한 돈의 절반, 그리고 10% 미만 득표한 사람은 선거비용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단, 당선이 되었더라도 이후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가 되면 보전받은 선거비용 전액을 다시 반납해야한다(그래서 선거법을 지키며 당선되는 게 중요하다).


*이 주제에 있어 번외로, "아니, 무슨 그 놈들 선거 치르는데 우리 세금을 쓰냐?!"는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공영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정치권은 더욱 돈 있는 사람들로만 넘쳐날 것이다. 선거공영제의 문제는 [선거에 세금을 쓰지 않고, 돈 많은 사람만 국회에 보낼 것이냐 vs. 선거에 세금을 쓰고, 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국회에 보낼 것이냐]의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밷 뉴스, 여기서 끝인 줄 알았지? ㅎ...


하지만 이게 전부냐? 그렇진 않다.


선거에 나가려면 기탁금을 내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3억 원, 국회의원 선거는 1천500만 원, 시ㆍ도의회의원 선거는 300만 원, 시ㆍ도지사 선거는 5천만 원, 자치구ㆍ시ㆍ군의 장 선거는 1천만 원, 자치구ㆍ시ㆍ군의원 선거는 200만 원(공직선거법 제56조). 물론, 선거가 끝나면 돌려받는 돈인데, 이 역시 15% 이상 득표자는 전액, 10~15% 득표자는 절반, 그 밑으론 못 돌려받는다. 그러니 어느 정도 자신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 공직선거에 나오라는 거다. 이건 선거비용에 포함되지 않고, 후보 개인이 따로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비용이란 건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인 15일 동안 사용한 돈"만을 말한다. 그래서 그 이전에 쓴 돈은 반환받지 못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15일 동안만 돈 쓰는 후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적게는 1~2개월에서부터 많게는 4개월 이상까지도 선거를 준비한다. 여기에 소속 정당에서 치르는 경선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쓰는 돈국가에서 보전해주않는다는 것!


흔한 선거사무실의 모습


그 외에도 선거비용에 포함시켜주지 않는 항목이 많다. 가장 큼직한 게, 선거사무실 임대료다. 이건 보전해주지 않는다. 선거에 나가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몇 개월  선거사무실을 임대하는데, 이건 후보자 개인이 100% 부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사무실에 쓰는 컴퓨터, 프린트(복합기) 대여료, 책상, 의자 등도 보전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선거사무원, 운동원들이 먹는 밥값도 포함되지 않는다. 아니, 사실 이건 불법(선거법 위반)이다. 선거사무원들과 운동원들의 점심은 원래 사무실 돈(=후보의 돈)으로 제공하면 안 된다. 다 각자 사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그럴 수가 있나... 이 법은 대한민국 모든 후보가 어기고 있을 것이라 본다...


그래서 아까 서울 종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 1억 7천 정도가 들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것보다 훨씬 많이 든다. 그게 얼마인지는 나도 회계를 해보진 않아서 모르겠지만, 각자 한번 생각해보시길. 그리고 매번 선거가 끝나면 모든 후보의 선거비용 회계 내역이 3개월 동안(미국, 영국은 기간 제한 없이 평생 공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관심 있는 분들은 내년 총선이 끝나면 공개 되는 회계 내역을 찾아봐도 될 것 같다.



돈을 마련하는 방법


돈을 마련하는 방법은 3가지다. 벌어놓은 내 돈을 쓰거나, 대출을 받거나, 사람들로부터 후원금을 받거나.


자기가 벌어놓은 돈이야 뭐 설명할 것도 없고, 대출은 당연히 은행의 조건에 맞아야 한다.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가 15%를 못 받을 것(= 선거비용 보전을 못 받아, 돈을 못 갚을 것) 같아,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정말 어려웠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다음 옵션이 정치후원금인데, 이것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치후원회를 만들어 후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정해놓은 사람만 받을 수 있다.


정치자금법 제6조(후원회지정권자)

2. 국회의원(국회의원선거의 당선인을 포함한다)

2의2.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3. 정당의 대통령선거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후보자

4. 지역선거구 국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및 예비후보자. 다만, 후원회를 둔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중앙당의 대표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후보자

6.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후보자


이 말인 즉, 젊은 청년들이 정치권 진출의 첫걸음으로 삼는 도의원 후보나 시의원 후보는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온전히 자기 돈이나, 대출로 선거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경우, 정의당에 도의원 후보나 시의원 후보의 이름을 적어 후원금을 내면, 정당이 받은 후원금을 그 후보에게 '선거지원금' 명목으로 주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처음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에게 참여의 벽을 낮추기 위해 실시한 좋은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정의당이 지방의원 후보들을 도운 방식



그래서 얼마가 드는 거지?


음...

지금까지 수많은 정치인들과 주변 보좌관, 그리고 정당인들을 만나면서 나에게 돈 얘기를 한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다. 2016년 총선이 끝나고 내가 뉴욕주립대 입학을 앞두고 있을 때, 출국하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고 연락이 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5일 전에 만난 노회찬 의원은 한참 이야기를 나눈 뒤 떠날 때가 다 되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진심으로 정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사실 무엇보다도 자금력이 있어야 돼." "얼마 정도 있어야 하는데요?" "선거 한 번 나갈 때마다 4억(국회의원 선거를 기준으로 한 말이다. 고민 끝에 이 액수를 정확히 밝히는 이유는, 다른 청년들이 같은 질문을 했어도 그분은 똑같이 답했을 거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번 떨어지고도, 네 가족이 괜찮을 정도로. 정치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네 번은 도전할 각오를 해야 돼. 4번 했는데도 안 되면 그건 안 되는 거고."


(내가 그분을 참 많이 좋아하는 이유는, 그분이 나에게 이상만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치적 시민을 넘어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돈에 대한 생각은 무조건 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그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 때문에 정치를 포기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에서 정치후원 문화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실력이 되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치인이라 판단이 되면 이미 우리나라 국민들은 소액 후원으로 그 정치인을 도울 의향이 있다. 시민들에게 인정만 받는다면, 내가 가진 돈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돈은 평범한 시민인 우리가 정치적 인간이 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각 후보를 검증하려는 우리 개개인의 노력 앞에 돈과 재산은 그 효력을 잃는다. 굳이 방송사에 수천만 원을 주고 개인 TV 연설을 하지 않아도, 대형버스를 온 동네에 하루 종일 돌리지 않아도, 좋은 사람이 발굴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3장권력을쟁취하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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